[데스크칼럼] 선진국 반독점과의 전쟁…우리는(?)

입력 2023-09-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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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연합(EU)과 미국이 독점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먼저 칼을 빼 든 곳은 EU다. 디지털 반독점법을 발동시켜 빅테크기업들이 그 안에서 엄중한 감시를 받게 됐다. 미국도 이번 달부터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시작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 역시 이번 달 내로 아마존을 제소하기로 했다.

대기업의 불공정과 독과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만 해도 반기업적이라며 미국의 친기업 사례를 들며 반대하는 전문가들을 머쓱하게 만들고 있다.

사실 미국은 친기업 국가가 아니라 친시장 국가다. 자본주의가 시작된 이후 거대 기업의 전횡에 대해 미국처럼 반발하는 나라가 없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911년 록펠러의 강제 분할이다.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이 미국 전역에 산재해 있던 정유사들을 인수해, 미국 석유사업의 90%를 차지하자 미국 정부와 법원은 록펠러를 34개 회사로 강제 분할했다.

1982년에는 전신전화업종을 독과점하던 벨 시스템을 해산하고 별도 회사로 분할했다. 1998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에 익스플로어를 번들링(묶음판매) 판매하는 것에 대해 기업분할을 시도했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익스플로어에 대해 번들링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마무리됐다.

친기업이 아닌 친시장적인 미국은 독과점이 새로운 경쟁 기업의 진입을 방해함으로써 국가적인 손해를 입힌다고 본다. 독과점 기업이 경쟁기업의 진입을 방해하면 경쟁기업은 고용을 못 하게 되고, 기존 근로자에게 충분하고 적당한 급여를 주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근로자의 가족들까지 힘들어지고 이는 국가적인 손해라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록펠러의 기업분할로 엑손모빌, 쉐브론 등 여러 글로벌 석유 기업들이 탄생하게 됐다. 전신전화업종에 벨시스템을 해산으로 여러 통신회사가 생길 수 있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익스플로어 번들링 제재로 여러 인터넷 브라우저가 생겼다.

친기업이 아닌 친시장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깔린 미국과 EU는 이제 빅테크 기업들에 칼을 빼 들었다. 그동안 빅테크 기업들은 자연독점 시대였다. 기존에 없던 기술과 서비스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했다. 이런 경우는 미국이나 EU는 제재하지 않았다.

빅테크 기업들이 규모가 끝없이 커지면서 제품과 서비스 생산단가가 낮아져 후발기업들의 시장진입이 불가능해졌지만, 고객들에게 더 낮은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기업과 고객이 서로가 득이 되는 이상적인 형태가 지속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커머스, 디바이스, 소프트웨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각각의 빅테크들이 규모가 커지면서 광고, 클라우드, 인공지능(AI)과 같은 소프트웨어 등 서로 중복되는 분야가 생기면서 선진국에서는 독점과의 전쟁에 나선 것이다.

친기업주의자들은 독점이더라도 소비자가 더 싼 가격으로 물건을 사기 때문에 독점에 대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친시장적인 미국 등 선진국 정부는 고객에게 싼 가격을 제공해도 새로운 경쟁 기업의 진입과 성장을 막는다면, 반시장적이고 반독점 대상이라는 확장된 개념이 확고하다.

EU는 빅테크 기업들이 경쟁사 진입을 막는 행위를 하면 글로벌 전체 매출의 10%, 반복 위반 시 사업 해체 명령까지 내리겠다는 법안 효력을 발동했다. 미국은 구글에 대해 검색과 나머지로 분리해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했고, 아마존에 대해서도 마켓플레이스 판매 업자들에게 아마존 물류서비스를 강요해 불공정한 대우를 했다는 이유로 기업 분할을 해야 한다는 소송을 이달 말 제기한다고 한다.

구글, 아마존 둘 중 하나라도 반독점 판결이 나오면 해당 기업들에는 엄청난 충격이 올 수 있다. 반면 후발 경쟁기업들이 많은 우리나라의 관련 기업들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선진국들의 반독점 제재 대상 중 우리나라 기업이 단 한 개도 없다는 것이 씁쓸하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는 혁신 기업이 없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친기업과 친시장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이번 선진국의 제재를 보면서 어떤것이 국가적인 이익인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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