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는 기업 바라기, 업계는 금융당국 압박 수단 악용 [지자체 블록체인 MOU 백태]

입력 2023-08-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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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전문가 “블록체인 허브, 지자체 혼자 쉽지 않아”
오르락내리는 업황·제도적 미비·금융당국 우려까지
서울 강남·재택 선호 하는 블록체인 업계…지역 근무 꺼려

부산·인천광역시의 부실한 블록체인 업무협약(MOU)에는 단순한 치적 쌓기를 너머, 지자체 홀로 블록체인 허브를 일구기 쉽지 않은 제도적 배경이 있다. 가상자산 시장 침체 속에서 사실상 금융당국과 정부의 뒷받침 없이 블록체인 허브를 구축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산시 MOU 실태는 지자체의 역량이 부족한데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과 지자체가 업계에 지나치게 의존적이었다는 것, 그래서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업계에서는 부산시를 통해서 금융당국을 압박하고 싶었던 것 같다. (업계와) 서로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지만, 안 되니까 업계는 관심 잃고 결국 부산시도 손해를 보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낸스, 게이트아이오 등 해외 기업의 구미를 당긴 가상자산 거래소 설립은 금융당국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자금세탁 및 사법리스크 위험 등을 이유로 바이낸스 등의 해외 거래소의 국내 진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제도적 형평성 논란을 제기했다. 결국 바이낸스는 고팍스를 인수하며 다른 국내 진출 전략을 택했다. 그러나 부산시는 사업을 밀어붙였고, 현재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는 사업은 뚜렷한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연이은 악재와 유동성 여파로 가상자산 시장 업황도 나빠졌다. 대구시는 올해 2월 가상자산 거래소 설립을 추진했으나, 퓨리에버 등 시세 조종 사건 등 여러 악재가 터지자, 2달 만에 입장을 바꾸고 사업을 전면 철회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가상자산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대구지역 가상자산거래소 설립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채상미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블록체인은 특히 금융에 특화돼 있는데, 금융 관련 규제는 금융당국이 하기 때문에 지자체 혼자서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이 현재는 금융에서 활용도가 높지만, 향후 물류·데이터 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집중 육성하는 전략이 필요했다”며 “부산시가 MOU를 맺을 때 어떤 기술 아래서, 어떤 부분에, 어떻게 역량을 집중할지 계획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 기업과 가상자산 거래소가 서울 강남에 몰려있고, 재택 근무를 하는 기업이 많다는 점도 지역 허브 설립을 어렵게 하는 지점이다. 실제로 지역으로 본사를 옮긴 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핵심 인력 대부분이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다. 해당 거래소 관계자는 “실력이 뛰어난 개발 인력 대부분이 서울 근무를 선호해서 직원들에게 지역 근무를 강요할 수 없다”고 말했다.

두바이, 싱가포르 등 세계 각국의 블록체인 허브는 정부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특히 두바이는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국부 펀드가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채 교수는 “‘코리아’라는 브랜드 없이 (허브 조성을) 지자체 단독으로 하게 되면, 투자자들은 의구심 가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긴밀한 협조 아래 특히 금융 규제 혁신과 같은 다양한 제도적 지원을 강력히 받은 상태에서 블록체인 특구가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부산시의 디지털자산 거래소 설립 사업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김상민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추진위원장은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어렵지만, (거래소 사업은) 진행이 잘되고 있다. 몇몇 보도들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세간의 우려에 대해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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