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시공 무량판까지 전수 조사···“시공사 부담 전가는 ‘권위적’” [무량판 사태, 누가 죄인인가?①]

입력 2023-08-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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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3-08-07 17:3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이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시설안전협회에서 열린 무량판 민간아파트 전수조사 관련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이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시설안전협회에서 열린 무량판 민간아파트 전수조사 관련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정부가 민간의 무량판 구조 단지 전수조사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단지에서 철근 누락 등 부실시공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민간 건설사가 시공한 단지까지 조사해 선제적인 조치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검사 뿐만 아니라 향후 보수·보강에 들어가는 비용 일체를 건설사가 내게하는 등 민간에 과도한 부담을 지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7일 ‘무량판 민간아파트 전수조사 계획 점검회의’을 열고, 향후 민간 아파트 점검계획, 절차, 검사 업체 선정방식 등을 논의했다.

이에 따르면 국토부는 2017년 이후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민간 아파트 293개 단지에 대한 안전 점검 전수조사를 9월 말까지 진행한다.

건설안전협회에서 마련한 업체 내에서 단지별로 점검기관을 선정하고 이후 지자체, 국토안전관리원, 점검기관은 단지별로 점검을 실시한다. 전수조사 결과는 10월 중 무량판 안전대책,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 등과 함께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안전점검에 나서는 기관 선정 기준은 △최근 3년간 건축분야 언전점검 실적이 있는 업체 △최근 3년간 영업정지 등의 위반사실이 없는 업체 △시공 중 해당 아파트 안전점검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 등이다.

구체적으로 구조계산서에 관해서는 슬래브 설계하중 적정여부, 기둥 주변 슬래브 전단력에 대한 구조안전성 등을 검토한다. 시공도면에서는 설계지침에 따른 구조도면 작성, 구조계산서에 따른 철근배근도 등을 점검한다.

현장점검 시에는 지하주차장 기둥주변 부재의 결함 발생 유무를 정밀하게 육안으로 조사한다. 구조계산서에 무량판구조 기둥 주변 슬래브의 전단설계도 검토해 보강철근이 필요한 경우 철근탐지기를 이용해 조사한다. 이외에도 콘크리트 강도 적정여부도 측정한다.

국토부는 철근 누락 등이 발견된 경우 보수·보강방법을 결정하기 위한 정밀진단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입주자의 요청을 받아 시공사는 비용을 부담해 보수·보강을 12월 말까지 실시한다. 지자체는 설계, 시공, 감리자 등 관계 법령 위반사항에 대해 영업정지, 과태료 등의 행정처분을 내린다는 계획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민간에 모든 부담과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불만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A 건설사 관계자는 “시공 중인 현장에 대해서는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면서도 “준공 이후에는 안전점검도 하고 있는데 전 아파트에 대해 불안감을 조장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거동 무량판 구조 적용은 사실 정부의 권장사항이기도 했다. 무량판 구조를 적용하면서 내부 인테리어 고급화 등 주거환경도 좋아질 수 있었다”며 “지금은 무량판 구조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 옛날로 되돌아간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B 건설사 관계자도 “시공중인 무량판 구조 적용 아파트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완공된 지 3~5년이 지났으면 구조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봐도 무방한데 왜 지금 다시 확인을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민간 건설사는 단순히 주어진 설계를 바탕으로 시공만 한 것인데 모든 비용 부담을 먼저 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철근 누락 등 문제가 발생했던 LH 발주 공공주택 15곳에서도 단순히 시공 과정뿐만 아니라 설계와 감리 과정 등에서도 종합적인 부실 현황이 드러났다.

C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공사 사업구도를 보면 발주처가 맨 위에 있고, 시공사는 사실상 제일 밑에 있다. 그 논리라면 시공사는 하청업체에게 책임을 넘기면 되는 것이랑 똑같은 것”이라며 “향후 책임 분배 과정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장기화할 수도 있다. 단순히 시공사가 먼저 부담케 하는 것은 너무 권위적이고, 행정편의적인 방식”이라고 토로했다.

점검 방식과 기준에 대한 논란도 있다. 같은 무량판 구조라고 하더라도 민간 건설사마다 중점으로 적용하는 기술과 공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LH 단지와 같은 점검 방식을 민간 단지에 무분별하게 똑같이 적용하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LH에서 쓴다는 무량판 구조는 슬라브를 기둥이 받치고 있는 형태다. 우리가 적용하는 구조는 슬라브 밑에 드롭판넬이라는 주두부가 있고, 그것을 기둥이 받치고 있는 형태라 전단보강근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며 “이런 세부 사항을 파악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향후 불필요한 논란이 또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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