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逆머니무브’ 끝났다…다시 증시로 몰리는 뭉칫돈

입력 2023-04-09 10:36 수정 2023-04-1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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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연준의 유연한 정책 기조 전환 가능성을 기대 (현대차증권)
▲향후 연준의 유연한 정책 기조 전환 가능성을 기대 (현대차증권)
“예금 이자(3%대)는 쥐꼬리만 한데 코스피 지수는 슬금슬금 오르더라고요. 내 집 없는 사람이 돈 벌 방법은 주식밖에 없어요.” 지난달 14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NH투자증권 마포WM센터입구에서 만난 주부 이 모(34) 씨 얘기다. 이 씨는 “주식 초보자지만 삼성전자나 현대차를 사는 게 금리가 2~3%대인 1년짜리 정기예금보다 낫겠다 싶어 새로 증권 계좌를 열기로 마음먹었다”라고 말했다. 소셜미디어(SNS)와 주식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는 주식계좌를 다시 열었다는 글들이 부쩍 많아졌다. 국내 증권사 한 관계자는 “증시가 오름세를 타자 고객 방문이 눈에 띄게 늘었다”라며 “개인투자자들의 ‘스마트 머니’(smart money)가 유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학개미들의 ‘스마트 머니’가 다시 증시로 몰리고 있다. 한국증시가 싸진 데다 은행 예·적금 금리가 최근 뚝 떨어진 탓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도 동학개미들을 다시 증시로 불러 모으고 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0조3331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46조4484억 원)보다 3조8846억 원(+5.75%) 늘었다. 지난 3일에는 올해 최대인 53조505억 원을 찍기도 했다.

투자자예탁금은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돈을 뜻한다. 언제든 주식 투자에 사용될 수 있는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분류되며, 통상 개인의 주식 거래가 증가하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도 다시 늘었다. 6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올해 처음으로 19조 원대(19조486억 원)를 기록했다. 연초 대비 3조 원가량 늘었다. 특히 지난달 22일부터 코스닥시장을 찾는 빚투 개미들이 급증했다. 코스닥시장의 신용공여 잔고는 현재 9조8284억 원에 달한다.

올해 들어 14일까지 코스피(11.36%)보다 코스닥(29.56%)의 주가 상승률이 더 높았다.

3월 들어 증권사들이 일제히 신용 융자 금리를 내린 것도 ‘빚투’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 작년 연말까지만 해도 연 10%에 육박했던 증권사 신용 융자 금리는 최근 단기(7일) 3~5%대, 중장기(1~2개월) 8~9%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말 10조8476억 원이던 거래대금도 7일 25조3402억 원으로 불어났다. 이 중 14조900억 원이 코스닥 시장 거래다.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도 뭉칫돈이 쌓이고 있다. 연초 58조1351억 원이던 CMA잔고는 6일 현재 64조3985억 원으로 불어났다.

주식 등에 쏠렸던 뭉칫돈이 은행으로 옮겨가는 ‘역머니무브’가 나타났던 지난해와 확 달라진 모양새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나 미국발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이번에는 일시적인 금융시장 급락장이 와도 결국엔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증시에 뛰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0.1%포인트라도 금리가 더 높은 곳을 쫓던 ‘금리 노마드족(유목민)’들도 다시 증시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은행 예금금리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NH농협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상품 평균금리는 연 3.00~3.65% 수준으로, 연 5%대까지 올랐던 작년 말과 비교하면 최대 2%포인트(p) 낮아졌다. 3월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도 806조2295억 원으로 전월 말(815조7006억 원)에 비해 약 9조5000억 원가량 감소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중순부터 나타난 글로벌 증시 랠리의 본질은 달러 약세 유동성 장세였다”며 “은행 위기로 연준의 긴축 정책은 전환됐고 이는 달러 약세, 금리 하락, 나스닥 대형주 강세를 이끌었다. 한국의 코스닥 강세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다만 연초 이후 이어진 안도 랠리가 추세적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1분기 실적 시즌이 변수다. 12개월 선행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는 1년여 만에 상향 조정되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실적 시즌의 포문을 연 삼성전자는 1분기 잠정 영업이익 6000억 원으로 시장 예상치 1조 원을 밑돌았지만 주가는 반도체 업황 회복을 반영하며 4%대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경기 침체 우려가 남아 있는 점은 부담이다. 향후 발표될 경제지표가 부진할수록 달러 강세와 외국인 이탈을 부추길 공산이 크다. 지난 6일 외국인이 우리 선물시장에서 대거 매물을 쏟아낸 것도 경기 하강을 인식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고용시장 냉각으로 주식시장 상승 동력으로는 ‘약발’이 떨어졌다”며 “긴축 강화 구간과 달리 악재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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