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의 미-중 신냉전, 대결과 공존사이] ⑮ 中, 항공자립을 막아라! 미·중·유럽의 속내는?

입력 2023-03-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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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919’ 상용화, 글로벌 3대 축 목표…美 안보차원 대응, 유럽은 G2 사이 줄타기

“향후 10년 내 글로벌 항공시장은 지금의 A-B 양분구조에서 A-B-C 삼각구도로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작년 9월 말 중국이 지난 14년간 연구개발 끝에 자체 개발한 중형 항공기 C919가 상용화를 위한 마지막 단계인 감항인증(안전비행 성능인증)을 통과하자 중국 SNS상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여기서 A는 유럽 에어버스의 대표기종인 A320 시리즈, B는 미국 보잉의 B737 시리즈를 뜻한다. 중국이 자체 개발한 C919는 ‘C(China)-9(중국에서 9는 ‘오래 간다, 지속된다’는 의미)-19(최대 190개 좌석수)’라는 의미이다.

에어버스·보잉 양분시장, 삼각구도 변화 노려

지난 1월 말 상하이-장시성 난창 간 왕복시험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치자 중국 내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C919 항공기 상용화는 3연임을 시작하는 시진핑 주석에게 정치적 업적과 명분을 주기에 충분했다. 시 주석이 직접 C919 개발과 상용화에 공헌한 전문가를 불러 인민대회당에서 성대하게 축하연을 열고, CCTV 등 관영매체에서 연일 보도했던 것이 이를 반증한다. 현재 중국 및 글로벌 항공기 시장을 보잉과 에어버스가 양분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본격적인 참여를 선언하면서 향후 C919 항공기가 어느 정도 점유율을 차지할지 주목된다. 우선 올해부터 중국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점차적으로 세계시장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중국 정부는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2025년까지 C919의 중국 내 시장점유율을 1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3대 항공사 중 하나인 동방항공의 경우 이미 작년 12월부터 100시간 이상 시험비행을 마쳤고, 3월부터 승객을 태운 C919가 본격적으로 운항할 전망이다. 상하이, 베이징, 시안, 광저우, 청두, 쿤밍, 선전 등 9개 도시 10개 공항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상용화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9일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에서 열린  C919 여객기의 첫 인도식 모습. 이날 국영 중국상용항공기(COMAC)로부터 중국동방항공에 인도된 C919는 2006년 연구 개발에 착수해 16년 만에 완성된 중형 항공기로 158~168개의 좌석을 갖추고 있다. 
 상하이/신화연합뉴스
▲지난해 12월 9일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에서 열린 C919 여객기의 첫 인도식 모습. 이날 국영 중국상용항공기(COMAC)로부터 중국동방항공에 인도된 C919는 2006년 연구 개발에 착수해 16년 만에 완성된 중형 항공기로 158~168개의 좌석을 갖추고 있다. 상하이/신화연합뉴스

C919를 개발한 중국상용항공기(COMAC)는 C919의 국내외 사전 주문량이 올해 2월 현재 1200대 이상으로 동방항공, 남방항공 및 중국국제항공 등 자국 항공사 비중이 높지만 향후 점차 해외 주문량도 많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C919의 상용화가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첫째, 제조대국이 아닌 제조강국으로서 산업고도화를 위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중국의 항공산업 발전은 2007년 2월 국무원 제170차 상무회의 ‘대형항공기 육성방안 검증보고서’를 통해 항공기 연구개발 항목이 입안되었고, 8월 중앙정치국 제192차 상무위원회 ‘대형항공기 지원 프로젝트 보고’를 시작으로 정부 우대정책과 막대한 자금 지원이 본격화되었다. 그리고 2015년부터 시작된 ‘중국제조 2025’의 10대 중점산업으로 선정되면서 대표적 기술자립 산업군 중 하나로 부각되었다. 둘째, 글로벌 항공시장에서 가장 큰손인 자국시장을 미국과 유럽 기업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잉 자료에 따르면 2040년까지 세계에서 약 4만3000대의 신규 항공기가 발주될 것이고, 이 중 중국이 약 8700대로 20% 이상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상용항공기도 2040년까지 자국 항공기 보유 규모가 연평균 5.2% 성장해 글로벌 항공기 비중에서 중국이 2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은 가전, 자동차, 디스플레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굴기처럼 자국시장을 기반으로 가격경쟁력 및 기술력을 확보한 후 점차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글로벌 항공기 제조국가로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셋째, 점차 심화하고 있는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대응해 항공자립을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자체 개발한 C919가 촉매제가 되어 다른 첨단산업의 기술자립도 점차 빨라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 올해 양회에서도 C919 상용화 성공사례가 자주 언급되면서 첨단기술 자립 및 기술자강을 위한 정부의 정책 지원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소재·부품은 여전히 美·유럽 의존

중국의 항공자립이 가속화되자 글로벌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우선 미국의 속내는 어떨까? 미국은 중국의 우주정거장 독자건설 등 우주항공기술이 미국에 근접한 상황에서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각적인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비록 민간 항공기이지만 엔진, 항법장치, 항공데이터 구축 등 첨단기술은 향후 중국의 군수용 전략자산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투기 등 특수항공 분야는 이미 미국과의 기술격차가 점차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미국이 주목하고 있는 중국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J-20은 2011년 첫 시험비행에 성공한 뒤 지속적 연구개발과 개량을 통해 2017년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그리고 2021년 J-20용 신형 엔진의 자체 개발도 완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중 간 군비확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2021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상용항공기를 미국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올리면서 중국 항공자립에 대한 제재를 시작한 바 있다. 따라서 반도체, 슈퍼컴퓨팅, 인공지능(AI)과 같이 중국 항공자립을 견제하는 정책 규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C919를 중국이 자체 개발했지만 국산화율은 50~60% 정도로 핵심소재·부품 및 소프트웨어(SW) 등은 여전히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선진국가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항공엔진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프랑스 사프란의 합작법인인 CFM인터내셔널의 리프(LEAP)에서 수입했고, 항법 및 항공데이터 기록장치, 교신 및 항법장치, 바퀴와 제동장치 등 핵심기술은 대부분 미국의 록웰 콜린스, 하니웰 등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중국 항공기 기업에 수출하는 미국산 SW와 부품소재에 대한 수출통제 및 중국 자금을 받은 미국 항공 관련기업 지원 배제 등 다양한 정책이 나올 수도 있다. 2018년 보잉이 인공위성 제작을 의뢰한 미국 기업 글로벌 IP가 중국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이유로 발주한 주문을 취소한 사례처럼 미국의 직간접적인 대중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미국은 중국의 첨단 항공 기술 유출 및 사이버 안보 등의 이유로 중국을 더욱 대외적으로 고립시킬 가능성이 크다. 작년 11월 오하이오주 연방법원은 GE항공 등 미국 항공 관련 기업들의 기밀을 훔치려고 한 중국 스파이에 대해 징역 20년형을 선고하면서 미·중 간 국가 및 경제안보를 둘러싼 대립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미·중 대립 속 에어버스 中서 승승장구

그렇다면 유럽의 속내는 어떨까? 미·중 격돌 심화와 보잉 737 추락사고(2018년 10월 인도네시아, 2019년 3월 에티오피아)로 인해 에어버스는 중국 시장에서 보잉의 자리를 대체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2019년 3월 시 주석 유럽 순방 때 에어버스와 300대 총 400억 달러, 작년 7월에는 292대 총 370억 달러의 구매계약서를 체결했다. 이어 11월에 독일 숄츠 총리의 방중에 맞춰 140대 총 170억 달러를 구매하며 중국의 구매파워를 과시한 바 있다. 중국은 유럽과의 경제협력 증진을 통해 미국 주도의 반중 전선에 참여하지 말라는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3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바이든 대통령과 숄츠 총리 간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무기 지원 가능성과 그에 따른 제재에 대해 미국과 독일 간 입장 차이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독일을 포함한 유럽과 중국 간 경제교류 및 무역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22년 3월 중국 내 보잉737 추락사고를 계기로 보잉 항공기 수입을 중단한다고 하지만, 결국 미국의 중국 제재에 대한 보복조치의 성격도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919는 유럽에는 경쟁적 위협과 부담으로 다가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유럽은 2021년 미국과 함께 출범시킨 미국-유럽연합(EU) 무역기술위원회를 통해 중국 첨단산업의 성장을 억제하면서 미국 주도의 직접적인 중국 제재에는 참여하지 않는 생존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 中 인증 요청에 어떤 결론 내릴지 관심

C919가 향후 중국을 넘어 해외운항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유럽항공안전청(EASA)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중국은 2017년 이미 유럽에 C919의 인증을 요청한 상태로 유럽이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이제 상용화를 시작하는 C919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미국과 유럽의 재보험사들이 C919 보험을 인수해 줄 것인가? 항공기 엔진 및 소재부품 등 국산화 비율을 더욱 높여야 하고, 국제적인 신뢰성과 안정성을 인정받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중국은 14억 막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항공자립 대장정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따라서 항공산업을 두고 벌이고 미·중 간 대립과 충돌은 또 다른 형태의 글로벌 지경학적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 방문학자와 함께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 현재 미주리 주립대학에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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