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놀이터] 명절음식 통제 못하는 나의 위와 장과 뇌

입력 2023-01-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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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영 과학칼럼니스트

연초부터 몹시 분주했다. 큰 손님을 치르고 바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여독이 채 풀리기도 전에 설 명절을 맞았다. 잇따른 일정에 몸은 고단했지만 좋았다. 다만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해 과식을 하다 보니 속이 너무 더부룩했다. ‘잘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지만 숟가락질이 지나쳤다. 여행 중에는 낯선 음식 앞에 발동한 호기심과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먹어보겠는가’ 하는 욕심 때문에, 명절에는 왁자지껄 떠들며 먹느라 배부른 걸 잘 몰랐다.

포만감, 즉 넘치도록 가득 차 있는 느낌은 어디서 어떻게 오는 걸까? 먹방 유튜버들을 볼 때마다 우리 위에는 음식 섭취 중지를 알려 줄 기준 눈금표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배가 부르다’라고 말하지만, 사실 포만감을 느끼는 건 우리 뇌다. 입에서 식도를 거쳐 위나 장에 음식물이 들어오면 장내 상태가 변했다는 신호음이 울린다. 이 정보가 뇌에 도달해 처리되는 데 대략 2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포만감은 위와 장의 합동 작전으로 발생한다. 음식물이 위에 가득 차는 순간 몸에서 ‘이제 배부르니 그만!’ 할 거 같지만, 실제로는 장이 합세해 영양소의 흡수가 충분한지도 알려줘야 비로소 넘치도록 먹었다는 느낌이 전해진다.

이해를 위해 수분 덩어리인 수박을 예로 들어보자. 수박으로 물배를 채울 수는 있어도 삼겹살을 연달아 집어 먹은 것 같은 제대로 된(?) 배부름은 없다. 장이 칼로리 섭취가 거의 없다는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반대로 초콜릿 같은 고칼로리 음식을 섭취하는 경우에도 배부름을 느끼긴 어렵다. 장은 칼로리가 충분하다고 말하지만, 음식으로 인한 위벽이 밀리는 느낌은 없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배부름과 그에 따른 식욕조절은 위와 장의 내용물을 모니터해 뇌로 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위장이 늘어났다는 게 어떻게 뇌로 전해지고 이 신호는 어떻게 식욕조절로 이어지는 걸까? 아직은 원리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관련 연구 결과들을 미뤄볼 때 미주신경과 척수신경이 정보 전달 메커니즘에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미주신경(vagus nerve)은 우리 몸에 있는 12쌍의 뇌신경(cranial nerves) 중 하나다. 우리 몸에 가장 넓고 길게 퍼져 있어 하는 일이 매우 다양하다. 배에 존재하는 미주신경은 위장 운동에 관여해 소화를 돕고, 어느 정도의 영양분을 섭취할지도 결정한다. 뿐만 아니라 위장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뇌와 척수로 이뤄진 중추신경계(central nervous system)에 알리는 역할도 한다. 음식에 지방산이나 글리세린이 많을수록, 달리 말해 기름진 음식을 먹을수록 중추신경계에 도달하는 신호가 많다. 살코기보단 비계가 붙은 부위를 먹었을 때 더 빨리 배가 부른 게 이 때문이다.

신호 전달은 장 조직에 있는 특수 세포에 의해 일어나기도 한다. 이 세포는 자극을 받으면 작은 단백질을 방출하고, 이 단백질로 인해 미주신경의 활성이 높아진다.

이 연구 결과들을 보면 미주신경이 식욕조절의 핵심이란 생각이 든다. 말하자면 이 신경의 활동을 조작하면 과식을 막고 체중 감량까지도 가능할 수 있다. 문제는 미주신경의 어느 말단을 건드려야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연을 구부리는 건 역시나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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