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선업계의 망령

입력 2022-12-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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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전문인력 확보 비상. 사상 최대의 수주실적을 올리며 2년 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함에 따라 수주물량을 납품기일에 대기 위해 설비증설에 나서는 한편 숙련인력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오늘의 기사가 아니다. 1994년 1월 10일 연합뉴스의 기사다. 조선업계에는 여전히 오늘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도장·용접 등 현장 신규 인력이 5500여 명 이상 필요하지만, 청년층의 조선업종 취업 기피로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 인력난으로 흔들’이란 제목의 2002년 9월 16일 문화일보 기사다. “중형조선사인 코리아타코마는 모 대형조선사가 100명 가까운 설계인력을 대거 뽑아감에 따라 크게 생산 차질을 빚었었다.”(1994년), “지난 8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중견 조선사인 대한조선과 케이조선 등 4개사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이 자사의 인력을 부당하게 유인해 채용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를 제소하기도 했다.”(2022년) 28년이 흐른 지금에도 똑같은 화면이 교차한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내가 ‘난쟁이’를 쓸 당시엔 30년 뒤에도 읽힐 거라곤 상상 못 했지. 앞으로 또 얼마나 오래 읽힐지, 나로선 알 수 없어. 다만 확실한 건 세상이 지금 상태로 가면 깜깜하다는 거, 그래서 미래 아이들이 여전히 이 책을 읽으며 눈물지을지도 모른다는 거, 내 걱정은 그거야.” 지난 25일 크리스마스에 세상을 떠난 조세희 작가의 한 인터뷰 전언이다.

이는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비극이 여전히 소구되는 데 대한 비극이다. 1970년대 후반 달동네 이야기에 담긴 담론이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오늘날의 ‘난쟁이’는 도시 빈민, 재개발 사업 구역에만 있지 않다. 좀처럼 근로자들이 몰려들지 않는 조선업에서 기피 업종이라 불리며 수년간 대우받지 못한 조선업 근로자들이 바로 오늘날의 난쟁이다.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처우가 문제다. 그 망령이 거제 조선소에 수십 년간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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