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본 한국 저출산 문제..."사회인식 변화 시급ㆍ제도 현실성 돌아봐야"

입력 2022-10-07 05:00 수정 2022-10-1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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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발자국을 늘려라] 주덴마크ㆍ주노르웨이 한국대사 인터뷰

-김형길·김필우 덴마크.노르웨이 주재 한국 대사 인터뷰
-한국 경제 성과 훌륭하지만 삶의 방식 고찰할 때
-개인의 불확실성 낮춰 미래 불안 해소해야

▲김형길 주덴마크 한국대사가 현지 공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코펜하겐(덴마크)=김서영 기자  (이투데이)
▲김형길 주덴마크 한국대사가 현지 공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코펜하겐(덴마크)=김서영 기자 (이투데이)

“솔직히, 한국에 정책이 없어서 출산율이 떨어지나요?”

8월 말 덴마크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만난 김형길 대사는 처음부터 이렇게 반문했다. 틀린 말도 아니다. 북유럽의 보육 선진국 노르웨이가 자랑하는 1년 육아휴직은 한국에도 있다. 출산·보육정책에 쏟아붓는 예산도 뒤지지 않는다. 있는 정책도 제대로 작동을 안 하는 것, 그게 문제라는 얘기였다.

김 대사는 “본질을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 이면에 담긴 가치관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덴마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복지시스템을 구축하고 60년대 성평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저출산 문제에 주목했다. 오랜 시간 해법을 찾아 씨름하면서 남다른 육아 철학과 가치관이 자리 잡았다. 열에 아홉 가정이 주 5회 이상 함께 식사하는 것을 추구할 정도로 가족 구성원 간 유대를 중시한다.

육아는 공동체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사회적 신뢰가 두터운 것도 국가 자산이다. 덴마크는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 순위에서 1위 타이틀을 오래 유지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청렴한 국가란 의미다.

물론 환경이 다르다는 점은 김 대사도 인정했다. 덴마크는 사교육 부담이 제로(0)에 가까울 만큼 국가가 교육을 책임진다. 사회가 주는 기회도 많다.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한국과는 비교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신생아의 54%가 동거 커플에서 태어날 만큼 가족 개념도 넓다. 국회의원 43%가 여성인 덴마크에서 성별은 장벽이 아니다.

그럼에도 김 대사는 “한국 사회가 삶의 방식을 고찰할 때”라고 강조했다. 절박함을 느끼고 개인과 사회가 함께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정책의 현실성을 검토할 것도 주문했다. 보조금과 육아휴직, 유연근무제가 실제 부담을 덜어주는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사는 “한국은 굴곡진 역사에도 성과를 이뤄냈다. 이제 그 에너지를 국가 존립이 달린 저출산 극복에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필우 주노르웨이 한국대사가 현지 공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슬로(노르웨이)=김서영 기자  (이투데이)
▲김필우 주노르웨이 한국대사가 현지 공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슬로(노르웨이)=김서영 기자 (이투데이)

김필우 주노르웨이 대사는 한국 사회의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삶을 지탱하기도 버거운 환경에서 결혼, 육아, 주거 등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인구 500만 명의 노르웨이는 사람이 곧 경제이고, 안보다. 정부는 국가 자산인 개인의 부담과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적극 나선다. 학비가 들지 않고,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8년간 대출도 해준다. 취직 후 갚으면 되고 소득 수준에 따라 유예도 가능하다. 주거 비용도 지원한다.

가족의 안정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에도 아낌없이 투자한다. 보육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보편적 접근이 가능한 이유다. 여기에는 양성평등, 공동양육, 인권존중 같은 인식이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인식과 제도가 결합해 현실에 적용된 결과, 불확실성은 줄어들고 사람들은 미래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고 김 대사는 설명했다. 이에 비하면 한국은 인식도, 환경도, 제도도 부족하다는 게 김 대사의 지적이다.

김 대사도 위기의식을 더 느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출산율 저하가 국가의 안보, 경제,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환경을 개선해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을 조언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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