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ESG의 새로운 키워드

입력 2022-08-24 13:46 수정 2022-08-25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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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준 대신지배구조연구소장
▲김호준 대신지배구조연구소장
환경·사회·지배구조(ESG)는 진화 중이다. 올해로 ESG 업계에서 약 10년을 보내며, 최근 현장에서 느끼는 ESG 요구사항과 수준이 과거와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실감한다. 분명, 우리는 ESG 도입기를 통과하는 중이다.

ESG의 새로운 트랜드는 무엇일까? 필자는 ESG의 ‘재무화와 실질화’로 답하고 싶다.

2020년대를 맞이하면서 각종 산불, 폭우 등으로 기회 위기의 심각성을 체험하면서 환경 이슈가 급부상했고 각국이 대처에 나셨다. 탄소 및 온실가스 규제(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와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mission Trading System, ETS)로 인해 나라별, 산업별, 기업별로 배출량이 과도할 경우 ‘세금이나 과징금’을 부과하고, 남거나 모자라는 탄소배출권을 서로 사고파는 ‘매매’를 해야 한다. 글로벌 고객에게 물건을 파는 수출 기업은 사회 환경 관련 직접적인 요구를 반영해야 ‘거래 유지’가 가능하다. 미국을 중심으로 배당이나 주주제안 관련 ‘Governance ETF나 Engagement 펀드’가 출시되고 있다. 회사의 내부통제, 갑질, 아파트 안전, 파업, 상품 책임과 배상 등 각종 ESG 관련 사고(Controversial Issue)가 발생하면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들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ISSB에서 추진하는 ESG 공시 표준화는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 정보’ 중심이다. ESG의 재무연관성이 점점 커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ESG 트랜드 변화의 대표적인 키워드다.

ESG 투자자산 대상이 주식 외의 자산(Asset Class)으로 확대됨에 따라, ESG의 재무연관성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ESG를 채권에 적용할 경우, ESG 이슈와 등급에 따라 기업의 자금조달 금리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신용등급을 조정‘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현금 상황에 직접 연동되는 문제이므로, ESG도 자산 건전성이나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는 지표가 강조될 수밖에 없다.

‘사모펀드’(Private Equity, PE)와 ‘벤처 캐피탈’(Venture Capital, VC)에 ESG가 도입되면 해당 펀드의 상황이나 의지에 따라, 그 양상은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주식이나 채권처럼 회사 외부에서 공시 정보를 집계하여 ESG 등급을 산출하여 투자에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회사 지분을 취득하여 이사회로 직접 들어가 경영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많은 리서치 자료들이 보여주듯, 일정 기간 내에 수익을 내고 매각(Exit)을 해야 하는 PE와 VC들의 특성상, Risk 관리보다는 사회적 재무적 가치 창출(Value Creation)에 더 방점을 둘 수밖에 없다.

부동산 ESG의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부동산을 개발할 경우, ESG를 잘 구현하는 건물이거나 친환경 타운을 조성할 경우, 자금을 유치할 때 환경 펀드와 협력하거나 보다 ‘낮은 금리’로 조달이 가능할 것이다. 건물을 임대하거나 운영할 때에도 각종 ESG 관련 기준을 준수하고, 소비자 선호 증가, ‘에너지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 부동산 매각 시 대형기관 참여 여부나 수익률과 직결되므로, 부동산의 ‘유동성’ 뿐 아니라 ‘매각 차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실제로 유럽의 경우 친환경 인증을 받지 못한 건물은 매각할 때 적잖이 애를 먹었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다. 부동산 ESG는 사회적 환경적일 뿐 아니라 재무적이다.

국민연금은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로드맵’에서 2021년~2023년 이내에 주식 외에도 국내외 채권, 대체투자(사모펀드, 부동산, 인프라 투자)에도 ESG 도입할 것임을 과제로 선포했다. 국민연금이 ESG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투자 대상 확대가 본격화될 경우 자본시장 전반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클 것이다.

기관투자자자의 실질적인 ESG 활동이 증가하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해외 ‘각국의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 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 강화 → 책임투자활동과 보고서 발간 확대 → 운용 시 ESG 반영 구체화 → 기업의 ESG 활동 증가’의 메커니즘 내에서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결과다. <실질적 ESG 활동과 성과 공시 확대>, 두번째 키워드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보고만 강조되는데, 이를 견인하는 선행 조건이 될 기관투자자의 ESG 활동 공시도 눈 여겨 봐야 한다.

글로벌 연기금들은 과거 ‘연차보고서’(Annual Report)에 ESG 관련 내용을 함께 포함하여 공시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ESG 관련 내용을 담는 ‘책임투자 보고서’를 별도로 제출하는 것을 2010년을 전후 이래로 이미 실천해 오고 있다. 매년 ‘별도 리포트’로 공시한다는 것은 그만큼 ESG 관련하여 정기적으로 보고할 내용이 있어야 하고, 활동하면 성과도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네덜란드 연기금 PGGM과 APG는 2008년, 캐나다 연기금인 CPPIB도 2008년, 노르웨이 국부펀드 GPFG와 NBIM은 이보다 빠른 2005년, 일본의 GPIF는 2018년부터 책임투자 관련 별도 보고서를 제출한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Responsible Investment Report라는 명칭으로, 캐나다는 Report on Sustainable Investing, 일본은 Stewardship Activities Report를 별도 발간하여 ESG 관련 활동 내역들과 성과들을 공시하고 있다.

연기금만이 아니다. 자산운용사로서 전 세계 ESG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블랙록(BlackRock)은 Investment Stewardship Annual Report, 프랑스의 아문디(Amundi)는 Climate and Sustainability Report와 Engagement Report, 네덜란드의 로베코(Robecco)는 Sustainability Report와 Active Ownership Report를 통해 매년 책임투자 활동 내역들을 독립 보고서를 통해 발표하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연차보고서의 내용과 함께 책임투자 활동들을 공시하고 있다. 향후 해외 기관투자자들처럼 ‘별도 보고서’를 발간한다면 그 파급력뿐 아니라 ESG 효과 또한 더욱 커질 것이다. ESG 실질화 시대를 이끌 강력한 촉매가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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