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어넷 마켓리더스] 숏 커버링의 힘

입력 2009-03-12 08:57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11일 코스피시장이 뉴욕발 훈풍을 타고 사흘째 상승, 1120선을 회복했다.

앞서 열린 뉴욕증시(10일)는 씨티그룹 CEO가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모를 통해 '1~2월 1년래 최고실적 달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주들의 저가매수심리를 북돋았고,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위원장의 '업틱 룰(uptick rule, 시장가격 아래 공매도 주문 제한) 방안 재도입 검토 및 시가평가제 유보' 언급에 힘입어 폭등했다.

이날 일중 최고점 부근에서 거래를 마친 주요지수들은 6%내외의 급등세를 보였고,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7.07%나 치솟았다.

1120선에서 갭업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더이상 크게 뻗지 못했으나, 외국인이 현물과 선물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프로그램 매수세도 활발히 유입되면서 상승분을 잃지 않고 견조한 흐름을 유지한 끝에 전일대비 35.31p(3.23%) 오른 1127.51p로 거래를 마쳤다.

美증시 폭등에 고무된 외국인이 전향적인 매수 포지션을 구축하며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이날 외국인은 무려 5601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이틀째 순매수로 대응했고, 기관도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1689억원 매수우위를 기록하며 지수상승에 동조했다.

이에 맞선 개인은 6941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며 최근 증시 급등을 차익실현의 기회로 활용했다.

외국인이 환매수로 추정되는 대규모 선물매수(+6180계약)로 베이시스를 끌어올린 덕에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2547억원) 위주로 4043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증시들이 뉴욕증시 폭등에 환호했다.

26년래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최근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일본 닛케이지수(4.55%)가 그간의 소외를 반영하며 가장 크게 올랐고, 항셍지수(2.02%), 가권지수(1.90%), 싱가포르지수(1.64%) 등이 동반 강세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2월 수출이 사상최대폭으로 감소했다는 소식에 0.91% 하락세로 돌아섰다. 국내증시의 향후 진로를 미국이 아닌 중국증시에서 찾아보려는 일부 낙관론자들의 주장이 설득력 없음을 보여줬다.

원/달러 환율, 연이은 급락

주식시장과 반대로 움직여온 외환시장은 주가 급등에 즉각 반응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 초부터 1500원대를 이탈, 전일대비 40.50원(-2.68%) 내린 1471.00원으로 마감했다.

박스권 밴드의 이탈뿐 아니라 20일선을 하회함으로써 기존의 상승기조가 훼손될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이탈 첫날에 불과하므로 원/달러 환율의 하향 안정화를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투자자들의 금융 불안감이 상당부분 완화됐음을 알 수 있다.

시가총액 상위 형님株들 모처럼 제역할

외국인 투자가들과 프로그램의 매수세가 집중된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대거 급등하며 모처럼 제역할을 해줬다.

시총 상위주들의 활약으로 지수가 35포인트나 들어올려졌지만 실상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한 중소형주들의 움직임은 지수만큼 시원스럽지 못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비중이 13%대에 달하는 삼성전자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폭등(8.07%)에 힘입어 4.17% 치솟은 것을 비롯해 POSCO(4.33%), 한국전력(8.02%), SK텔레콤(3.54%), 현대중공업(3.83%), KB금융(7.33%) 등이 동반 급등했다.

지수 상승률을 웃돈 이들 시가총액 상위주들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의 합은 30%에 육박한다. 이날 전체 중소형주 상승률은 1~2%대에 그쳤다.

업종별로는 전기가스(6.72%)와 보험(5.64%), 증권(4.87%), 철강금속(4.15%), 전기전자(3.47%) 등의 상승폭이 컸고, 최근 급등했던 의료정밀(-0.36%) 업종은 반작용으로 약세를 나타냈다.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기대와 원/달러 환율 급락에 따른 키코 손실 축소 및 외채 부담 완화 기대로 은행주들이 이틀째 급등세를 보였다.

전일 상한가를 기록했던 하나금융지주(5.51%)와 외환은행(3.67%), 우리금융(3.45%), 신한지주(2.19%) 등의 주요 은행주들이 올랐다.

그 밖에 미래에셋증권(12.16%)과 코리안리(11.11%), 동국제강(10.84%), 케이피케미칼(10.65%), 동부화재(10.54%), STX엔진(9.26%), 자사주 소각을 결의한 CJ(9.26%), 세아베스틸(8.70%), 부광약품(8.53%), 대웅제약(8.50%), 기아차(7.56%), 삼양사(7.47%) 등이 크게 올랐다.

외국인이 매물(120억원 순매도)을 내놓아 상대적으로 무거웠던 코스닥시장에서는 포스데이타, SK컴즈(이상 상한가), CJ홈쇼핑(10.00%)과 인터파크(9.23%), 다음(6.45%), 디지텍시스템(5.87%) 등의 시총상위주들이 강세를 기록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열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메가스터디(4.84%)와 크레듀(5.21%), 청담러닝(6.85%) 등의 교육주들도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지수 급등으로 테마주들이 다소 위축되는 흐름을 보였지만, 메디포스트(이상 상한가), 산성피앤씨(6.08%), 크리스탈(7.53%), 세원셀론텍(5.00%), 아이엠(8.70%), 바텍(7.05%) 등의 바이오 관련주들과 디에스엘시디, 세코닉스(이상 상한가) 등 LED주들의 선별적인 랠리는 이어졌다.

그밖에 환율의 급락으로 키코주 제이브이엠이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고, 이화전기와 에임하이, 브이에스티, 윈드스카이 등 감자를 결정한 종목과 자본잠식주들이 대거 하한가를 기록했다.

숏커버링의 힘

씨티그룹 회장의 편지 한통이 무기력증에 빠진 뉴욕증시를 살렸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팬디트 씨티그룹 CEO는 내부 메모를 통해 직원들에게 "올해 첫 두 달간 실적에 고무됐다", "첫 두 달간 수익을 올려 지난 2007년 3분기 이후 가장 좋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현 주가는 씨티의 잠재 실적과 자본력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는 내용을 전했다.

50달러에서 지난주 장중 1달러 미만으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은 바 있는 씨티그룹 주가는 이날 38.1%나 뜀박질하며 주요 금융주들의 시세를 견인했다.

현재 뉴욕증시가 얼마나 모멘텀에 목말라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씨티그룹의 실적개선 여부는 벌써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씨티그룹의 실적 개선은 회장의 다분히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다는 것이 월가의 시각이다.

월가의 컨센서스에 따르면 팬디트 회장의 전망과 달리 씨티그룹은 1분기에 주당 17센트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천문학적인 구제금융 지원으로 인해 최근 수분기내 실적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양호하겠지만, 팬디트 회장의 실적 전망은 손실상각 이전단계의 수치이므로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사기를 진작시키려는 목적으로 쓰여진 메모의 내용이고, 씨티그룹 CEO의 주관적인 생각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씨티그룹에 대해 추가적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은 씨티그룹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너무 성급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뉴욕대 루비니 교수가 다우지수 5000선 하락전망을 내놓는 등 극단적인 비관론들이 득세하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씨티그룹 회장의 일개 코멘트로 주가가 급등하자, 추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공매도(short-selling) 했던 세력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황급히 주식을 되사들인(숏커버링) 탓에 뉴욕증시의 반등탄력이 예상밖에 커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신용경색 우려는 여전

버냉키 의장은 10일 워싱턴에서 외교관계위원회(CFR) 연설을 통해 "주요 금융기관들이 취약한 금융시장과 글로벌 경제 여건 속에서 몰락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제 전망과 관련해서는 예전에 언급했던 내용 그대로 "연준과 오바마 정부의 노력으로 인해 금융시스템이 안정된다면 경기후퇴(recession) 국면이 올해 말에 끝나고, 내년에는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부양책과 구제금융책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조건부 경기회복 전망이다.

금융규제와 관련한 언급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규모가 너무 커서 망할 수 없는(too big to fail) 금융기관들이 과도한 리스크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다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버냉키 의장은 강조했다.

(자유시장을 신봉해온 미국식 자본주의의 몰락 논란은 접어두고) 너무 큰 은행들은 망하지 않게 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추가 부실은행 국유화 의지, 공룡 금융기관들은 부실이 심하더라도 단기적 파급력을 감안해 생명을 연장시킬 것임을 천명한 것으로, 이는 다른 시각으로 보면 전체 금융시장이 회복되는데는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부실금융기관이 청산될 경우 이해관계자들의 막대한 손해와 더불어 부실자산도 함께 청산된다.

그러나 청산이 아닌 수명 연장으로 간다면 부실자산을 껴안고 가겠다는 것이고, 이는 향후 추가 자금수혈(자본확충)이나 이익창출을 통해 유동성을 보강하면서 부실자산을 시간을 두고 분할해서 손실처리(상각)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향후 미국의 거대 부실 금융기관들의 부실자산 윤곽이 잡히고 그 부실자산에 대해 합리적이고 수긍할만한 상각계획이 잡혀야 비로소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버냉키 의장의 말처럼 경제도 회복국면에 접어들 수 있을 것이다.

버냉키의 예상대로라면 올해말까지 부실자산 관련 금융 불확실성이 통제가능해진다는 것인데 두고 볼 일이다. 지난해 미국 정부와 금융당국자들은 올해초부터 경기회복 징후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지 못한다면 경기회복은 요원하다는 숨은 뜻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베어마켓 랠리에도 불구 신용경색의 우려는 여전하다. 리보금리는 11일째 오름세를 펼치고 있다.

경제의 온도계라 할 수 있는 국제유가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수요 전망 하향 조정과 더불어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가들 환차익 겨냥

외국인들이 선물과 현물, 콜옵션을 동시에 대거 사들이자 '바이 코리아'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하는 등 낙관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증시의 하락기조에 변화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숏커버링 이후 뉴욕증시의 상승지속 여부가 확인되고 국내증시의 쿼드러플 위칭데이 특수성이 사라지는 주말 이후로 유보하도록 하자.

외국인들의 이날 대규모 현물매수는 아무래도 환차익이 감안된 것으로 이해된다.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 과도하게 오르면서 최근까지 외국인들은 주가 하락분 외에 환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역사적 고점대까지 올라 중장기적으로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주가도 매력적인 가격대까지 내려온 상태에서 뉴욕증시가 급등하자 미뤄왔던 주식매수를 서둘러 집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환율로 인해 외국인들은 주식시장이 바닥을 찍고 터닝할 경우 더욱 가파른 상승(환차익 발생)을 경험하게 되는 구조다.

미국증시가 추세적인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환율이 상투 징후를 보인터라 주식 시세와는 별도로 환차익을 겨냥한 매수세가 향후 상당부분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들이 이날 매수한 종목들은 환금성이 용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시가총액 상위주 중심의 대형주들이다. 외국인들의 순매수 행진이 이어진다면 앞으로도 오늘 강세를 보인 종목들이 수혜를 볼 것임을 짐작케한다.

감사보고서 제출시한이 이달말로 임박해 오면서 자본전액 잠식 등으로 퇴출사유가 발생한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주가 변동성이 높은 저가 개별주 투자를 즐기는 투자자들의 경우 상장폐지 종목을 떠안게 될 위험도 있는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본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으며 필자와 슈어넷(www.surenet.co.kr)의 동의가 없는 무단전재 및 재배포는 위법행위입니다.

[ 자료제공 : ‘No.1 증시가이드’ 슈어넷(www.surenet.co.kr) 전화 : 02-835-8535 ]

<이 기사는 본사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종류의 투자와 관련해서도 본사의 의도가 담겨지지 않음을 밝혀 드립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항상 화가 나 있는 야구 팬들, 행복한 거 맞나요? [요즘, 이거]
  • 지난해 '폭염' 부른 엘니뇨 사라진다…그런데 온난화는 계속된다고? [이슈크래커]
  • 밀양 성폭행 가해자가 일했던 청도 식당, 문 닫은 이유는?
  • '장군의 아들' 박상민, 세 번째 음주운전 적발…면허 취소 수치
  • 1000개 훌쩍 넘긴 K-편의점, ‘한국식’으로 홀렸다 [K-유통 아시아 장악]
  • 9·19 군사합의 전면 효력 정지...대북 방송 족쇄 풀려
  • 단독 금융위 ATS 판 깔자 한국거래소 인프라 구축 개시…거래정지 즉각 반영
  • KIA 임기영, 2년 만에 선발 등판…롯데는 '호랑이 사냥꾼' 윌커슨으로 맞불 [프로야구 4일 경기 일정]
  • 오늘의 상승종목

  • 06.04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7,250,000
    • +0.89%
    • 이더리움
    • 5,263,000
    • +0.1%
    • 비트코인 캐시
    • 657,000
    • +0.84%
    • 리플
    • 727
    • +0%
    • 솔라나
    • 233,500
    • +1.13%
    • 에이다
    • 639
    • -0.31%
    • 이오스
    • 1,118
    • -0.71%
    • 트론
    • 159
    • +0%
    • 스텔라루멘
    • 148
    • +0%
    • 비트코인에스브이
    • 86,600
    • +0.52%
    • 체인링크
    • 24,410
    • -0.85%
    • 샌드박스
    • 639
    • +0.7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