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재앙이 된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실험

입력 2022-05-1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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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코인과 자매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가 동반 폭락했습니다. 심지어 이 사태로 13일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루나를 상장 폐지한다고 밝히기도 했죠.

이 ‘한국산 코인 쇼크’로 세계 가상자산 시장은 아수라장입니다. 비트코인 가격은 12일 오후 4시쯤 2만5000선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전 세계 가상화폐 투자자들 손에 땀을 쥐게 했죠.

그러나 가장 긴장에 떤 건 엘살바도르였을 겁니다. 미국 달러를 공용 통화로 사용하는 중미 엘살바도르는 작년 9월 전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에 법정통화 지위를 부여한 데다가 국고로 비트코인에 투자한 ‘투자국’이기 때문입니다.

엘살바도르 대통령의 ‘비트코인 사랑’

▲10일(현지시간) 부켈레 대통령이 트위터에 남긴 글. (출처= 부켈레 대통령 트위터)
▲10일(현지시간) 부켈레 대통령이 트위터에 남긴 글. (출처= 부켈레 대통령 트위터)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비트코인 애호가로 유명합니다.

10일(현지시간) 비트코인이 급락세가 이어지던 때에도 트위터에 “엘살바도르가 방금 저가 매수했다!”며 비트코인 500개를 평균 단가 3만744달러(약 3942만 원)에 샀다고 말할 정도로 강한 신뢰를 보이죠. 법정통화 채택도 이런 신뢰에 기반을 둔 것일 겁니다.

이에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에 비트코인 채권을 발행하거나 비트코인 도시 건설 계획을 밝히며 국고로 여러 차례에 걸쳐 비트코인을 매수했습니다.

엘살바도르 정부가 정확한 비트코인 관련 통계를 공개하지는 않지만, 엘살바도르 매체 엘디아리오데오이는 부켈레 대통령이 9회에 걸쳐 2301개의 비트코인을 총 1억447만 달러(약 1348억 원)에 산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너무도 ‘실험적’이었다는 점입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카를로스 아세베도 전 엘살바도르 중앙은행장은 “비트코인은 극도로 변동성이 큰 자산이고, 전적으로 대통령의 재량에 따른 투자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변동성이 크고 미래를 알 수 없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한 건 너무 성급했다는 분석이죠.

채무불이행? 위기의 엘살바도르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안티구오 쿠스카틀란/로이터연합뉴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안티구오 쿠스카틀란/로이터연합뉴스

실제 이 실험적인 정책 때문에 엘살바도르는 이번 비트코인 급락으로 채무불이행 위험까지 안게 됐습니다. 이에 외신들은 부켈레 대통령이 국고로 ‘도박’을 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평가 손실이 약 4000만 달러(약 510억 원)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오는 6월 지급해야 하는 외화채권 이자액 3825만 달러(약 493억 원)보다 더 큰 액수입니다.

다만 이전부터 신용평가사들은 엘살바도르의 ‘디폴트’를 암시하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2월 신용평가사 피치는 엘살바도르의 채무등급을 B-등급에서 CCC 등급으로 강등했습니다. 지난해 무디스는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자 국가 신용등급을 ‘Caa1’로 강등하기도 했습니다. ‘Caa1’ 등급은 ‘매우 높은 신용위험’을 나타냅니다.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실험이 이미 환영받지 못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번 사태는 어쩌면 예견된 위기였을지도 모릅니다.

“근자감인가 자신감인가”...엘살바도르의 미래는

▲13일 3만 달러 대를 회복한 비트코인 차트 (출처=코인마켓캡)
▲13일 3만 달러 대를 회복한 비트코인 차트 (출처=코인마켓캡)

물론 엘살바도르 정부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는 실험을 강행한 데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습니다.

엘살바도르 경제는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 자국민들이 보내오는 수입이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때문에 해외에서 엘살바도르로 돈을 보낼 때 드는 송금 수수료가 엄청난 것으로 알려집니다.

과거 부켈레 대통령도 트위터에서 “우리 국민은 송금 수수료로 매년 4억 달러(약 4700억 원)를 지급한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즉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해 돈을 송금하면, 송금 수수료를 아껴 경제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기도 합니다.

또 13일 오후 비트코인은 3만 달러 대를 회복했습니다. 가상자산 시장도 차츰 안정을 찾고 있습니다. 여전히 낙관적인 입장을 펼치는 부켈레 대통령도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주는 의미는 분명합니다.

루나는 한때 세계 가상자산 시총 10위권에, 테더는 세계 최대 스테이블 코인이란 타이틀이 붙을 만큼 탄탄대로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단 며칠 만에 이렇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가상자산 시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중요한 논란거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앞서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스테이블코인 발행 업체를 은행처럼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이번 사태로 가상자산 시장은 한동안 시끄러울겁니다. 앞으로의 향방에 따라 엘살바도르의 미래도 결정되겠죠.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실험이 과연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될지, 또는 미래를 내다본 ‘자신감’의 상징이 될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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