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먹는 의결권②] 돈은 ‘고객’이 내고 의결권은 ‘자산운용사’가 행사

입력 2022-05-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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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2-05-11 15: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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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급속한 성장으로 주주총회에서 자산운용사들의 입김이 더욱 세지고 있다. ETF에 따른 의결권은 자산운용사가 행사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자산운용사가 고객과 반대되는 결정을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주식을 매수하는 데에 드는 자본의 출처와 주식에 따른 의결권 행사자가 달라 자산운용사가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ETF 성장에 힘 커지는 자산운용사= 대내외 정세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비교적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ETF의 성장세는 순항 중이다. 2012년 14조7177억 원이었던 ETF 순자산총액은 5년(2017년 35조6109억 원) 만에 2배 이상 성장하더니, 또 5년 만인 지난해 말 기준 73조603억 원을 기록했다. ETF 개수 역시 지난해 말 기준 534개로 늘었다. ETF가 지난 5년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면 올해 순자산총액 90조 원을 달성할 수 있다.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해당 기업의 주주 명부에 등재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A기업 주식을 담은 ETF를 매수한 소비자는 A기업 주주 명부에 등재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ETF의) 본질이 신탁이기 때문”이라며 “수탁자(자산운용사)는 신탁자(개인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충실 의무를 지키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 탓에 기초지수를 추종하면서 실제 주식을 편입하고 있는 ETF의 의결권은 자산운용사로 귀속된다.

자산운용사가 이를 악용해 멋대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투자협회 차원에서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유명무실하다.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 등이 있는 강제 조항이 아닌 이유에서다. 가이드라인은 “장기적으로 투자 기업의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완수해 자산운용사의 주주 혹은 고객에 대한 수탁 의무를 다하기 위한 방향 제시”라고 밝혔지만, 이 역시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번 삼성자산운용의 SM엔터테인먼트 의결권 행사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복수의 자산운용사는 장기적인 주주 가치 증대를 위해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감사 선임안에 찬성했지만, 장기적 관점의 기업 가치 제고를 통한 고객·수익자의 중장기 이익 극대화를 지향한다는 삼성자산운용은 반대표를 던졌다. 같은 사유를 들어 정반대의 결과를 도출한 것이다.

◇짐만 늘어난 투자자들…의결권 행사 내역까지 고려해야= 앞서 얼라인파트너스는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으로 SM 이익의 상당 부분이 빠져나간다고 지적했다. 감사 선임도 이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얼라인파트너스에 따르면 SM과 JYP의 10년 주가수익률은 각각 63%, 658%다. SM은 상장 이후 라이크기획에 프로듀싱 용역 비용으로 1500억 원을 지급했다.

SM 주총 결과를 자세히 보면 주요 기관 중 삼성자산운용만 특정 주주의 이익을 우선해 대변할 가능성이 있다며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감사 선임안에 반대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다올자산운용 △마이다스자산운용 △미래에셋펀드서비스 등은 불행사했으며, 국민연금을 포함한 16곳은 찬성했다. 문제는 삼성자산운용의 의결권이 고유재산투자(PI)가 아닌 KODEX와 같은 ETF를 통한 고객 자산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해 펀드 가입을 통해 주식 투자한 기관투자자가 주주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ETF를 매수했음에도 해당 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기존에 블랙록은 일괄 투표로 의결권을 행사해왔는데, 이번 지침으로 블랙록의 ETF에 투자한 일부 기관투자자는 ETF를 통해 해당하는 기업에 대해 주주권을 펼칠 수 있게 됐다.

블랙록의 이번 결정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영국 연기금 스코티스 위도는 투자하는 데 있어 블랙록보다 ESG 기준이 높으나, 블랙록에 투자하면 이곳에 의결권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업계에서는 블랙록이 의결권 행사 권한을 기관투자자에게 돌려주면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라는 위상이 더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박경서 고려대학교 교수는 “과거에는 계열사 간 합병을 하는 데 투자자에게 손해가 되는 합병 건을 찬성하는 자산운용사도 있었다”며 “이런 과거 사례를 보고 투자자가 자산운용사를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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