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코로나 전쟁’이 외면한 2차 재앙 부메랑

입력 2022-04-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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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2015년 국내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유행했을 때,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맥킨지가 당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에 7개 항목의 제언을 전달했다. 메르스는 그해 4월부터 11월까지 국내에서 186명의 환자가 발생해 38명이 사망했다. 지금 코로나19에 비하면 별 것 아니었지만, 메르스 또한 국민을 공포와 충격에 몰아넣은 괴질(怪疾)이었다.

맥킨지는 앞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가 창궐하자, 현지 정부의 위기대응 체계 구축과 운영을 지원했다. 예측 못한 감염병 현장에서의 시행착오 경험을 담은 교훈은 다음과 같다. ①다른 환자들에게 소홀하지 마라 ②전문가들에게 신속히 정보를 제공하라 ③전국적 권한이 있는 위기대응 조직을 만들어라 ④미디어·의료진·대중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소통하라 ⑤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선제 계획을 세워라 ⑥공개적으로 역학조사를 시작하고 지원하라 ⑦문제를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마라. 의외이고 주목되는 내용은 첫째 항목이다. 메르스 때문에 정작 중요하고 긴급한 다른 환자들이 우선순위에서 밀려 위험해지는 2차 피해를 막으라는 얘기였다.

코로나19가 나라를 휩쓴 지 2년을 넘었다. 변이를 거듭하면서 끊임없이 이어진 바이러스의 공격에 그동안 누적 확진자 1400만여 명으로 국민 4명 중 1명 이상 감염됐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60여만 명까지 치솟았다가 지난주 일평균 20만 명대로 내려왔다. 정부는 코로나 유행이 정점을 치고 진정세에 들어섰다고 판단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모두 해제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코로나를 계절독감 수준의 풍토병쯤으로 간주한다는 방역 전환이다. 아직 불안하기 짝이 없는 국면에 정말 그래도 되나 싶다.

확진자 증가에 2∼3주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중환자와 사망자는 계속 늘고 있다. 2020년 1월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래 3월말까지 코로나 사망자는 모두 1만6590명이다. 확진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환자의 집계다. 요즘 하루 300명 이상이 코로나로 목숨을 잃는다. 이게 모두가 아니다. 코로나와 관련된 사망자가 간과되고 있다. 확진 판정을 받기 전이나 코로나 완치 후 합병증으로 사망한 환자, 암 등 다른 질환이 악화해 입원치료가 다급한 중환자나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할 응급환자들이 코로나에 밀린 의료 과부하로 병상을 찾지 못해 헤매다 숨진 경우 등이 부지기수다. 특히 요양병원이나 시설의 고령자들이 가장 취약하다. 코로나와의 소모전에 의료자원이 매달리면서 비(非)코로나 환자에게도 반드시 유지되어야 할 필수적인 의료시스템의 공백으로 인한 것이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나오지 않았을 간접적인 ‘초과사망자’다. 통계청의 인구통계로 추정된다. 델타변이가 기승을 부리면서 ‘병상 대란’이 빚어졌던 작년 12월 국내 사망자는 3만1634명이었다. 2020년 12월(2만6866명)보다 5000명 가까이 급증했다. 공식적 코로나 사망자 1967명을 제외해도 3000명이 더 많다. 올해 1월 전체 사망자는 2만9686명으로 작년보다 2457명 늘었고, 코로나 사망자는 1147명이었다. 실제 코로나 관련 사망자는 공식 집계의 2∼3배 규모라는 게 정설이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은 2020년 1월∼2021년 12월 세계 187개국의 코로나 관련 사망자가 1820만 명으로, 직접적인 코로나 사망자 집계 594만 명의 3배 이상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의료계는 2월 이후 국내의 폭발적인 오미크론 환자 증가로 인한 여파를 우려한다. 특히 3월에만 직접적인 코로나 사망자가 8420명으로 2월까지 2년여 동안 누적 사망자 8170명보다 많았다. 3월 한 달 동안 확진자가 1000만 명 이상 늘어났다. 4월에 엄청난 숫자의 직간접 코로나 사망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2년을 넘어 아직도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와 전쟁을 벌이느라 노심초사하는 방역당국의 힘든 사정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가 그토록 자랑하는 ‘K-방역’에, 애꿎게 희생된 초과사망자 같은 2차 재앙의 문제가 한 번이라도 고려됐는지 의문이다. 몰랐든, 알고도 대응하지 못했든 모두 무능이다. 코로나 환자이든 아니든 생명의 존엄성에 조금의 차이도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방역 실패에 대한 비판에 핏대를 세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코로나 방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있다”며, “방역정책과 성과가 폄하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년 인구 대비 확진율과 사망률 등이 다른 나라보다 낮다는 주장인데 기가 막힌다. 최근 확진자 발생이 세계에서 가장 많고, 사망자 증가는 공포스럽다. 전국 장례식장이 밀려드는 시신을 감당하지 못해 최악의 대란(大亂)을 빚고, 죽음마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참담한 현실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지경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생명의 무게와 소중함을 깨닫는다면 방역 성공이라는 말이 도저히 나올 수 없다. 잘못을 반성하고 책임부터 통감하는 것이 최소한의 염치다. kunny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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