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유통산업발전법, 이제 그만할 때 됐다

입력 2022-03-3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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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헌 유통바이오부 차장

유통산업발전법에서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을 강제하는 방안이 시행된 지 10년을 맞았다.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형적인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정책으로 꼽히며 감히 누가 손댈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유통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과 소비자 보호 등 공익을 위해 1997년 제정됐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 법의 주적은 대형마트를 비롯해 대형 유통업체들이 됐다. 골목상권을 살리고 소상공인들을 보호한다는 취지였지만 이제까지 결과를 놓고 보면 균형과 발전 어느 것도 얻지 못하고 있다.

월 2회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 후 10여 년이 지났다. 이 정책은 당연히 대형마트들에 큰 영향을 줬다. 지난해 소비시장 매출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15.7%로 백화점은 물론 편의점보다 뒤처졌다. 2015년의 26.3%와 비교하면 하락폭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기간 골목상권이 회복된 것도 아니다. 2012년부터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인 2019년까지 전체 유통업계 매출은 43.3%가 늘었지만,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포함한 소매점 매출은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소상공인들의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11.4%나 줄었다.

이 자리를 차지한 것은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이커머스 업체들이다. 쿠팡, 마켓컬리 등 신생 이커머스 업체들 외에도 신세계, 롯데 등 유통공룡들 역시 규제가 많은 오프라인 매장들에서 탈피해 이커머스에 공을 들이며 춘추전국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런 식으로 흘러갈 경우 소상공인들이 설 자리가 더 줄어드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고 있음에도 정치권에서는 추가 규제안이 거론되고 있다. 올 초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통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대형마트에만 적용했던 월 2회 의무휴업을 복합쇼핑몰·백화점·면세점까지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소상공인들의 표를 얻기 위한 행보라 치더라도 추가 규제로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의문이다.

이커머스를 이용할 경우 다음 날 새벽이면 물건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 열렸지만, 정치권과 정부의 시각은 여전히 10여 년 전에 머물러 있다. 이커머스들이 성장하면서 대형마트와 오프라인 매장들도 생존의 위협을 받기는 소상공인과 다를 바 없다. 실제로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최근 2~3년 사이 수십 개의 매장을 줄이고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직원들 역시 소상공인들과 같은 누군가의 가족이고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다.

‘거대 자본은 악, 소상공인 보호는 선’이라는 편견의 산물은 이제 끝낼 때가 됐다. 대형유통업체들과 시장, 소상공인이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커머스에 지역 시장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주거나 유통업체들이 시장에 첨단 물류시스템 등을 구축해 주는 등의 방안을 고민해 볼 수 있다.

결국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 선거에 민감한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이 나서기 힘들다면 이제 막 당선된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많은 논란 속에서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을 뚝심 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이제 완전히 ‘유통산업억제법’으로 변질됐다. 정부와 국회는 중소상인 보호 못지않게 유통산업 발전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어느 한쪽을 억압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해선 안 된다. 상생하고 발전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car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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