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1조 통 큰 투자”…사우디 왕세자가 넥슨을 콕 찍은 이유

입력 2022-02-07 17:12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넥슨 사옥 전경.  (사진제공=넥슨)
▲넥슨 사옥 전경. (사진제공=넥슨)

넥슨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머니를 품었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끄는 국부펀드인 PIF는 5일 넥슨 지분 5.02%를 확보하며 4대 주주로 올라섰다. 지분 매입에 쓰인 비용은 8억8300만 달러(약 1조589억 원)에 달한다.

PIF는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장내 매수 방식으로 넥슨 지분을 확보해왔다. 회사 측과 협의는 없었다. ‘단순 투자’ 목적으로 해석되는 배경이다.

넥슨 투자, ‘글로벌 게임 체인’의 일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달 18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공식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달 18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공식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PIF가 투자 목적으로 넥슨을 선택한 이유로는 넥슨이 갖춘 다양한 게임 라인업이 지목되고 있다. 넥슨은 모바일부터 PC 온라인게임을 아우르는 다양한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에 더해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등 신작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메타버스, 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 진출을 공식화하는 등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넥슨의 전망만을 보고 1조 원이 넘는 큰돈을 투자했다고 보긴 어렵다. PIF는 넥슨 지분 확보를 공시한 뒤 일본의 게임개발사 ‘캡콤’의 지분을 5.05% 인수했다고 추가 공시했다. 캡콤은 ‘몬스터 헌터’,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스트리트파이터 시리즈’ 등 유명 게임의 IP(지식재산권)를 가진 회사다.

이뿐만이 아니다. PIF는 지난해 ‘스타크래프트’ 등을 개발한 블리자드, ‘피파(FIFA) 시리즈’ 개발사 일렉트로닉아츠(EA), ‘GTA 시리즈’를 만든 테이크 투 인터랙티브 등 세 곳의 게임회사에 30억 달러(약 3조3200억 원)를 투자했다. 2020년에는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로 유명한 일본의 게임사 SNK를 인수하기도 했다.

PIF가 이처럼 다양한 게임 회사들에 투자를 이어오며 국제적인 규모의 게임사 간 협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PIF는 이미 전 세계 각국에서 e스포츠 리그를 운영하는 ESL게이밍을 1조 원 규모로 인수했으며, 지난달 26일에는 글로벌 게임 및 e스포츠 회사를 표방하는 ‘쌔비 게이밍 그룹(Savvy Gaming Group)’을 출범하기도 했다. 투자를 바탕으로 ‘글로벌 게임 체인’을 만드는 모양새다.

높은 석유 의존도에 ‘글로벌 투자자’로 변신한 PIF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PIF가 큰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게임 산업 투자에 ‘진심’을 다하는 이유는 결국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사우디는 오일·가스 등 광물자원 관련 산업이 전체 GDP의 40%, 수출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석유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국제유가 등락에 따라 경제가 큰 영향을 받는다.

사우디는 이처럼 석유에 의존한 경제 구조를 바꾸며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 PIF의 성격을 바꿨다. 기존에 사우디 정부의 공기업 소유지분에 대한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PIF는 2015년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경제개발위원회(CEDA)로 감독이 이관되며 글로벌 투자기관으로 변신했다. 전 세계의 다양한 산업에 투자함으로써 산업 구조의 약점을 극복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PIF는 2016년 당시 차량 공유 플랫폼인 우버가 상장하기도 전에 35억 달러(약 4조1700억 원)를 투자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자로 변모했다.

이처럼 적극적인 글로벌 투자자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PIF의 자금 운용 규모도 크게 늘었다. PIF의 운용 규모는 2015년 1500억 달러(약 166조6000억 원)에서 지난해 5000억 달러(약 600조 원)로 불었다. 또한 PIF가 운용하는 자금의 규모는 앞으로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2월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국영 TV 연설에서 “사우디 PIF 자산을 2025년까지 두 배로 늘릴 것”이라며 “PIF 규모를 4조 리얄(약 1180조 원)로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PIF는 미래 산업,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2018년 9월에는 전기차 회사 루시드모터스에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투자했으며, 지난해에는 1년여간의 줄다리기 끝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의 프로축구구단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3억500만 파운드(약 4953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상대 팬이 물병 투척…급소 맞은 기성용
  • '프로야구 우천취소' 더블헤더 경기, 두 번 다 관람 가능?
  • 애플, 아이패드 광고 ‘예술·창작모욕’ 논란에 사과
  • BTS 정국부터 OJ 심슨까지…“억” 소리 나는 車경매
  • 기업대출 ‘출혈경쟁’ 우려?...은행들 믿는 구석 있었네
  • 1조 원 날린 방시혁…그래도 엔터 주식부자 1위 [데이터클립]
  • 현대차, 국내 최초 ‘전기차 레이스 경기’ 개최한다
  • 덩치는 ‘세계 7위’인데…해외문턱 못 넘는 ‘우물 안 韓보험’
  • 오늘의 상승종목

  • 05.10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5,832,000
    • +0.18%
    • 이더리움
    • 4,109,000
    • +0.07%
    • 비트코인 캐시
    • 608,000
    • +0.66%
    • 리플
    • 712
    • +0.56%
    • 솔라나
    • 205,300
    • -0.34%
    • 에이다
    • 619
    • -1.59%
    • 이오스
    • 1,102
    • -1.08%
    • 트론
    • 179
    • +0%
    • 스텔라루멘
    • 150
    • +0.67%
    • 비트코인에스브이
    • 87,000
    • +0%
    • 체인링크
    • 18,830
    • -2.03%
    • 샌드박스
    • 596
    • -0.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