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주택 해소 대책의 '허와 실'

입력 2009-02-18 08:12 수정 2009-02-1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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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인하 유도 근본 대책 찾기 어렵고 조세 형평 왜곡

정부와 한나라당이 최근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분양가 상한제 폐지, 주택청약종합저축제 신설 등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을 내놓고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를 추진중이다.

현재 부동산시장 문제는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들이 사기에는 고분양가 주택이 너무 많아 거래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지만 이번에 나온 대책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건설사와 다주택자들을 배불리기 위한 대책이라는 지적들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들이 날로 심각해지는 미분양을 해소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책의 수정과 방향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어 이번 대책들의 문제점들을 짚어본다.

◆ 미분양 주택 양도세 감면의 허와 실

기획재정부는 미분양주택 해소를 위해 이달 12일부터 올해 말까지 취득하는 지방과 수도권내 신축 아파트, 주택에 관해 양도소득세를 5년간 감면해 주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서울을 제외한 인천과 경기 14개시에 해당하는 과밀억제권역은 50% 감면, 기타 지역은 전액 면제해 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과밀억제권역에는 149㎡(45평)이내에 한하는 면적 제한을 두었다.

또한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6월부터 적용되고 있는 미분양 주택에 대한 취득세와 등록세 50% 감면 혜택도 지방뿐만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까지 확대시켰다.

하지만 문제는 이 조치가 주택을 사서 팔아 차익을 올리겠다는 이들을 위한 대책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을 사고 팔 때 남는 차익에 부과하는 양도세 면제와 감면은 우리나라 전체 1777만 세대중 집이 없는 807만 세대나 집이 한 채인 881만 세대와는 상관이 없는 대책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분양시장을 통해서도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세금의 혜택을 받는 상당수가 그 집에 들어가서 살 사람들이 아니라 집값이 뛰어오를 걸 예상하고 투자 또는 투기를 하는 이들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책 발표 직후 시장의 분위기도 이를 방증한다.

경기도 용인시 미분양 아파트 현장의 GS건설 한 관계자는 “미분양 아파트를 사면 1가구 다주택자로 보지 않는 이점 때문인지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들의 문의가 크게 늘었는데 대부분 서울 거주자들 이었다"고 말했다.

미분양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부산의 한 현장 SK건설 관계자는 "정부 대책이 나왔지만 수요자들의 문의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방과 수도권의 양극화가 가속화된 상황에서 지방의 여유자금의 수도권 역류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피드뱅크 관계자는 "세제 혜택이 수도권까지 확대되면서 시세 차익이 예상되는 수도권으로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며 "하지만 이로 인해 지방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분양가 상한제 폐지ㆍ주택청약종합저축의 허점

정부는 국토해양부를 중심으로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강력히 추진해 왔다. 분양가 상한제는 건설사들이 원가보다 과도하게 높은 폭리를 취하면서 분양가 인상 경쟁을 벌여 주택가격이 급등하자 이를 억제하기 위한 차원에서 도입된 제도다.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 분양가가 뛰어오르면서 주변 집값도 끌어올리고 부동산 투기 광풍이 다시 휘몰아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대해 국토부는 이미 시황이 약세라는 점에서 상한제 폐지로 인한 부작용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폐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와함께 정부는 유주택자에게도 청약에 가입하도록 청약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어느 유형의 주택도 청약할 수 있게 해 주택거래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취지에서 주택청약종합저축을 신설하기로 했다.하지만 정부는 이미 가입한 청약저축가입자들의 권리보호를 위한 강화된 장치는 내놓지 않았다.

문제는 이로 인해 그간 내집 마련을 위해 푼푼이 매달 청약저축을 하고 있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가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결국 정부가 다주택자들을 양성하더라도 미분양 주택을 해소시키기 위해 주택청약종합저축이란 제도를 신설했다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다만 정부는 그간 논란이 끊이지 않아 왔던 서울 강남 3구의 투기지역 해제는 일단 유보시키기로 했다.

강남 3구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해제 정부는 일단 지켜보겠다는 것이지만 이 지역은 올초부터 일찌감치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됨에 따라 집값이 뛰어오른 상황이다.

◆ 근본 원인 해결책은 없어

건설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주요 대형건설사들의 2008년 잠정실적기준 매출액 내 주택수입 비중은 현대산업개발 55.3%, 현대건설 37.6%, GS건설 35.6%, 대우건설 33.0%, 대림산업 32.6%에 달한다. 주택사업 위주인 중소형 건설사들의 경우는 더욱 심하게 편중돼 있다.

현재의 건설사들의 위기와 미분양 심화 현상은 배짱 고분양가와 공급과잉을 통해 빚어졌다고 전문가들은 공감하고 있다.꼼꼼한 분석 없이 무리하게 금융권으로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한 자금조달로 분양을 해오다가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자들의 외면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줄곧 국내 집값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 밝혀 왔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는 대책들 중에서 집값인하를 유도하는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건설사들을 위해 미분양주택을 분양가의 75%수준에서 2조원을 들여 매입했다.

이로인해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인하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 문제로 인한 건설사들을 살려야 한다는 명분으로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넘어갈 경우 나라 경제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계 경제 위기를 초래한 미국의 금융위기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으로 금융권이 무리한 대출을 남발하고 국민들의 주택 사들이기로 인해 급속히 팽창한 집값 거품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가격 거품이 덜 걷힌 아파트들에 대해 취득세, 양도세 면제와 주택청약종합저축을 통해 사재기를 부추기고 건설사들에게 특혜를 주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란 카드를 내놓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미분양 아파트 해소가 분양가 거품이 빠져 합리적인 수준으로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된다면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는 문제라고 강조해 왔다. 실제로 일부 건설사들이 지방 현장 등에서 당초 분양가 보다 20~30% 낮추자 꿈쩍하지 않던 청약률이 급상승한 사례들은 이러한 경실련의 주장을 입증시켰다.

경실련 관계자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투기적 공급으로 미분양 사태를 불러와 유동성 위기에 처하고, 과도하게 분양가를 높이면서도 분양가 인하를 하지 않고 정부가 매입해 주기만을 바라는 부실한 건설사들을 강력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대한 보완책으로 후분양제 도입과 아파트 거품을 해소하기 위해선 정부가 약속한 대로 주택공사 등 공공부문의 원가 공개를 즉시 이행하는 게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후분양제로 전환할 경우 주택 공급이 일시적으로 축소돼 미분양 물량의 완충 역할을 할 수 있고 원가가 공개되면 주택시장이 투명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논리다.

민주당은 이번 정부의 조치가 "조세형평성을 해치는 조치"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이용섭 의원(민주당 정책조정위원장)은 "5년간 양도소득세 감면은 주택시장에 단기차익을 불러들이는 조치로 앞으로 큰 규모의 양도차익이 발생한 경우에까지 이를 감면해 주는 것은 조세 형평성을 크게 저해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양도소득세의 감면보다는 부동산 거래에 장애가 되고 있는 취득세와 등록세를 감면하는 것이 조세 불공평을 야기시키지 않으면서 미분양 주택 분양촉진과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취·등록세 감면으로 인한 지자체의 세수 부족을 보전하는 조치는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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