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의 경제 바로 보기] 국민을 위한 금융, 가능하다

입력 2022-01-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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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제연구소장

한국의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지난해에도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임직원의 보수도 높아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직장이다. 그러나 한국의 금융기관은 국제 경쟁력이 없고 금융 산업은 낙후되어 있다. 고용 효과는 낮고, 실물경제와의 불균형도 크다. 한국의 금융은 대주주와 경영진, 금융관료에게는 좋을지 모르지만 국민경제에는 별로 기여하지 못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화학 등과 달리 한국의 금융은 은행, 증권, 보험 등 어떤 종류의 금융업에서도 국제 경쟁력을 갖고 세계 시장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 금융기관이 없다. 실물 분야는 중소기업도 자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이 꽤 있는데 말이다. 여기에다 금융 본연의 자금 융통 기능도 영세기업, 신설기업, 저신용자 등에는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한국은 금융 접근성도 다른 경제 문제와 같이 심각하게 양극화되어 있다. 사람 몸으로 치면 피가 몸의 한쪽에만 돌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금융산업이 경쟁력이 없고 낙후된 원인으로는 관치가 심해서, 주인이 없어서, 규모가 작아서 등이 많이 지적되고 있다. 모두 근본 원인은 아니다. 특히 규모가 작아서는 결과와 원인을 혼동하고 있다. 한국 금융기관은 경쟁력이 없어서 규모가 작은 것이지, 규모가 작아서 경쟁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국민, 신한, 하나 등의 대형 금융지주회사는 규모가 작은 것도 아니다. 더욱이 경쟁력이 없고 덩치만 큰 금융기관이 망하면 국민경제에 큰 피해를 준다. 대형 금융기관도 위험관리를 잘못하면 쉽게 망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세계 주요 대형 금융기관들이 망하거나 부실화된 것이 좋은 사례이다.

경쟁력이 없는 근본적인 원인은 은행 신규 설립이 엄격히 제한되어 있어 경쟁이 없기 때문이다. 경쟁이 없으면 경쟁력이 생기기 어렵고 서비스도 부족하다. 한국의 금융산업은 국제 경쟁력이 없고 낙후되어 있음에도, 독과점 덕에 많은 이익을 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1993년 이후 은행의 신규 설립이 없다가 2016년 이후 인터넷 전문은행 몇 개만 신설되었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개인의 예금 대출을 중심으로 비대면 영업을 하고 있어 업무 범위가 좁고 고용 인원도 미미하다. 기존 은행들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출현을 빌미로 비대면 업무를 확대하면서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금융 부문의 고용 효과가 낮아지는 원인 중의 하나이다.

한국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한 일차 과제는 지방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등 소형 금융기관의 설립을 조금씩 허용해 가는 것이다. 지방은행의 설립은 1993년 이후 금지되었던 은행 신규 설립의 물꼬를 튼다는 의미와 함께 지역금융 활성화, 낙후된 지방경제의 균형 발전, 좋은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 효과가 크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 지원이 있으면 설립 비용을 낮추고 빠르게 경영을 안정시킬 수 있다. 경기, 인천, 강원, 충남, 충북, 대전, 세종 등 지방은행이 없는 지역 몇 군데가 동시에 지방은행을 설립하고 전산 설비를 공동으로 사용한다면 초기 설립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다음으로 신협, 새마을금고의 신규 설립과 함께 이들이 공동체 금융에 주력하도록 유도하면 영세기업, 창업기업, 저신용자 등의 금융 접근성이 확대될 것이다. 대표적인 서민금융기관인 신협과 새마을금고도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이후 은행과 비슷한 담보대출 중심 금융기관으로 변했다. 신협과 새마을금고가 설립 취지에 맞게 관계금융 중심의 공동체 금융기관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도 신협과 새마을금고의 신규 설립이 절실하다.

은행 등 금융기관의 신규 설립으로 수가 늘어났을 때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은 경쟁 심화로 망하는 은행이 생겨나고 금융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의 규모가 크고 수가 적다고 금융이 안전한 것은 아니다. 대형은행이 소형은행보다 더 건전하고 망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전혀 없다. 1997년 한국의 IMF사태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가 오면 대형은행도 쉽게 망한다.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지금의 한국과 같이 소수의 대형은행으로 구성된 금융시스템이 더 위험하다. 대형은행은 한 개라도 부실화되면 금융시스템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IMF 금융위기 이전 한국의 은행산업은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은행 등 오랜 역사를 가진 5개 대형은행이 주도했다. 이들 은행은 모두 부실화되어 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되었고, 이후 인수합병을 통해 모두 없어졌다. 다행히 1982년부터 1992년까지 신한, 하나, 한미, 보람, 대동, 동남, 평화은행 등이 신설되었다. 이들 중 일부는 5개 대형은행과 같이 1997년 금융위기 이후 망했지만 신한, 하나, 한미은행 등은 건전성을 유지해 살아남아 금융 구조조정 시 인수합병의 주체가 되었다. 만약 당시에 신한, 하나은행 등의 신규 설립이 없었다면 한국의 은행산업은 거의 모두 외국인에게 넘어갔을 것이다.

은행의 신규 설립 허용으로 기존 은행의 수익은 조금 줄겠지만 일자리 창출과 은행의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금융 접근성 확대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강화 등 많은 효과가 있다. 즉, 이것이 국민을 위한 금융을 만드는 첫걸음이다. 그리고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이 다 하고 있는 글로벌스탠더드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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