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양극화]"100만원 패딩을 반값에" 新명품 트렌드 '저가 컬래버'

입력 2021-12-2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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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최다예(29)씨는 지난주 평일 저녁 동료들과 연말 모임을 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뷔페에 들렀지만, 진입에 실패했다. 뷔페는 물론 호텔 내부 식당 전부 만석이었던 탓이다. 최다예 씨는 "평일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기분 좀 내려고 호텔 뷔페를 간 건데 만석이었다"라면서 "인근 광화문 개인 식당들은 한산했지만 가고 싶지 않아서 근처 가격대가 좀 있는 레스토랑을 겨우 들어갔다"고 했다.

연말 소비 성수기를 맞이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 이래 K자형 소비 양극화가 극심해지면서 업종별 희비가 극명하다. K자형 양극화란 업종별로 고르게 나빠지는 게 아니라 일부 업종에 타격이 불균형하게 미치는 걸 뜻한다. 소비 양태에서는 중간지대 없이 아주 비싸거나, 아주 저렴한 것만 잘 팔리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백화점 1조 클럽 1년새 2배…메가커피ㆍ다이소 등 저가매장도 인기

▲갤러리아명품관 이스트 외관 전경.  (사진제공=갤러리아백화점)
▲갤러리아명품관 이스트 외관 전경. (사진제공=갤러리아백화점)

00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코로나 이후 연말 K자형 소비 양극화가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올해 연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는 백화점이 10개에 달할 전망이다. 작년 5곳과 비교했을 때 2배 증가한 수치다. 특히 갤러리아명품관은 최근 1990년 개관 이후 31년 만에 연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보복 소비 등에 힘입어 명품과 해외패션 매출이 크게 증가한 이유다. 백화점 업체들은 매출 상승세를 이어나가기 위해 명품 마케팅 전략을 계속 강화할 방침이다.

고급 호텔 식당, 레스토랑도 북새통이다. 평균 가격대가 14만 원인 호텔 신라의 뷔페는 크리스마스 등 특수 이벤트 날은 물론 주말 점심도 만석이다. 호텔 신라 측은 거리두기 정책으로 좌석 간격이 넓고 연말 수요에 따라 사실상 만석이라고 전했다. 평균 런치 가격대 12만~14만 원대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역시 이달 뷔페, 레스토랑이 일찍이 예약 만석을 기록했다. 포시즌스 호텔 관계자는 "평일 점심은 물론이고 연말까지 전부 만석이다"라면서 "뷔페는 물론 중식, 일식, 이탈리안 식당들은 특히 이달 예약이 찼었다"라고 말했다.

▲메가커피. (메가엠지씨커피)
▲메가커피. (메가엠지씨커피)

저가형 매장의 번창도 K자 소비 양극화의 단면이다. 아메리카노 1500원에 파는 저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메가커피'는 올해 1595호점을 열면서 투썸플레이스를 200개 가까운 차이로 제치며 2인자에 올라섰다. 수년간 이디야에 이어 매장 수 2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던 투썸플레이스는 올해 들어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 300여 개의 점포를 새로 열며 공격적인 출점 전략을 이어갔지만 메가커피에 2위 자리를 내줬다.

저가 생활용품 전문점 다이소 매출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아성다이소의 매출은 2조4216억 원으로 전년 대비 8% 가까이 증가했고 영업이익 역시 127% 늘며 2년 연속 2조 클럽 반열에 들었다. 가맹점의 평균 매출액 역시 성장세다. 2018년 10억2021만원 에서 지난해 12억7588만원으로 최근 3년동안 오름세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 발발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15.3% 증가하며 코로나 불황임에도 성장세를 나타냈다.

◇극과 극은 통한다? 명품X중저가 SPA브랜드 컬래버 속출

소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최근 들어서는 고가와 저가 제품의 컬래버가 인기를 끌고 있다. 중저가 SAP브랜드는 매출 반등 카드로 활용할 수 있고 고가 하이엔드 브랜드는 이미지 환기를 시켜 서로 '윈윈'(Win-win)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컬래버 제품으로 고가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어 오픈런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유니클로가 대표적이다. 일본 불매운동, 코로나 바이러스로 휘청이던 유니클로는 꾸준히 '신명품 컬래버' 전략을 승부수로 띄우고 있다. 명품 컬래버 전략은 유니클로로서는 '흥행 보증수표'나 다름없다. 앞서 일본 불매운동이 한창이던 2019년 11월과 지난해 11월 유니클로는 질샌더와 협업한 컬렉션을 출시해 '불매 운동'을 뚫고 100여 명을 줄 세우는 등 품절 대란을 일으킨 바 있다.

▲지난 11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유니클로 매장 오픈 시각 전 고객들이 '오픈런'을 위해 대기 중이다. (김혜지 기자 heyji@)
▲지난 11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유니클로 매장 오픈 시각 전 고객들이 '오픈런'을 위해 대기 중이다. (김혜지 기자 heyji@)

앞서 르메르, 띠어리, 화이트마운티니어링 최근 플러스 제이(+J)까지 하이엔드 브랜드와 두루 컬래버를 한 유니클로의 최근 올해 마지막 협업 질샌더 역시 오픈런 현상이 일어나면서 매장 앞 100명을 줄 세우기도 했다. 정가로 주고 사려면 수백만 원을 내야 하지만 협업컬렉션은 10분의 1 가격에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1월 유니클로x 질샌더 컬레버 제품은 남성용 오버사이즈 파카 19만 원대, 오버사이즈 코트 29만 원대, 오버사이즈셔츠 재킷, 울재킷 등은 14만~19만 원대였다.

그 덕분에 불매운동을 뚫고 흑자로 돌아서기도 했다. 유니클로의 모기업인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은 2021 회계실적(2020년 9월~ 2021년 9월) 발표를 통해 한국 유니클로의 경우 연 매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흑자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한국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2020회계연도에는 유니클로의 한국 매출액이 전년 대비 반 토막 난 6298억 원, 영업실적 884억 원 적자를 기록해 불매운동 여파가 반영됐으나, 2021회계연도에는 잇단 명품 컬래버 전략이 불매운동을 누른 것으로 풀이된다.

▲자라x아더에러 AZ 컬렉션.  (자라)
▲자라x아더에러 AZ 컬렉션. (자라)

자라 역시 앞서 향수 조말론과 컬래버에 어이 최근 글로벌 패션브랜드 아더에러와 손잡고 'AZ컬렉션'을 선보였다. 아더에러(ADER ERROR)는 한국을 기반으로한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무신사' 등 스트릿 패션 애호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유명해졌다. 이 역시 론칭 첫날 50여 명의 패션피플을 아침부터 줄 세우고 2분 만에 액세서리 등 일부 상품이 완판되는 등 인기였다. 이번 컬렉션 역시 아더에러 본 제품으로 사면 50만 원 이상 가격이지만, 패딩 29만 원대, 롱 패딩 32만 원대, 백팩, 숄더백 등 19만~21만 원대로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 불황으로 물가 인상되고 특히 고소득층 경우 해외여행 막혀있어 고가 제품 위주로 국내에서 소비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라면서 "특히 가치소비 관점에서 보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필수품은 1원이라도 아껴 가성비를 추구하지만, 남에게 과시하거나 만족을 얻고자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기꺼이 지불하는 양극적 소비가 두드러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은희 교수는 "컬래버 전략은 카테고리 불문 최근 굉장한 인기다. 유니클로와 같은 중저가 브랜드가 고가 및 디자이너 브랜드와 협업할 경우 소비자들이 유니클로 브랜드 가치를 더 높게 인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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