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사전검열’인가 최소한의 ‘안전장치’인가

입력 2021-12-13 06:00

조남호 IT중소기업부장

인터넷 커뮤니티가 이른바 ‘n번방 방지법’ 논란으로 뜨겁다. ‘사전검열’이라며 반발하는 이들과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동조하는 의견 등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10일부터 매출액 10억 원 이상 또는 일평균 이용자 10만 명 이상의 SNS, 인터넷 커뮤니티, 개인방송, 검색포털 등의 기업에 기술적·관리적 의무를 강제했다.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시행이다.

해당 법안은 20대 국회 막바지에 처리됐으며 작년 12월 시행됐다. 다만 1년간의 유예 기간을 둬 이날부터 시행됐다. 이에 따라 의무를 강제받게 된 이들은 불법 촬영물에 대한 조치와 망 안정성 유지에 대한 의무를 지게 됐다.

인터넷 사업자에게 부과되는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는 △이용자 신고·삭제 요청 기능 마련 △불법 촬영물의 검색결과 송출 제한 △기술을 사용한 식별 및 게재 제한 △불법 촬영물 등 게재 시 삭제 등의 조치가 취해질 수 있고 관련 법률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사전 안내 실시 △로그기록의 보관 등이다.

해당 법안을 적용받는 이들은 국내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해 구글, 메타(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해외 사업자, 디시인사이드, 뽐뿌, 루리웹 등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 SNS와 인터넷 개인방송 등 90여 개에 달한다.

법안이 시행된 10일 카카오톡 오픈 채팅에서는 어떤 영상들이 규제 대상에 해당하는지 자체적으로 테스트하기 위한 채팅방이 다양하게 개설됐다. ‘검열’로 검색하면 이런 테스트 목적의 오픈 채팅방이 손쉽게 발견됐다. 한 이용자는 시험 삼아 야한 사진을 올렸다가 운영정책 위반으로 사용 제한을 당하는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대체로 이번 법 시행에 대해 ‘사전검열’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용자가 사진이나 영상을 전송하려고 할 때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공하는 불법 촬영물 등 특징정보 데이터베이스(DB)와 비교하는 ‘필터링’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로 ‘검열’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내가 전송하려는 사진과 영상물을 누군가 항상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문제는 없을지 의식되는 게 당연하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과도한 인터넷 검열이라며 개정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불법 촬영물에 대한 모호한 기준과 이를 걸러내는 기술에 대한 불완전성도 한계로 지목된다. 정부 당국이 개발해 제공한 필터링 기술은 법 시행을 불과 3개월 앞둔 8월 말 개발이 완료돼 충분한 사전 테스트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한 이용자가 올린 고양이 동영상에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방심위에서 불법 촬영물 등으로 심의·의결한 정보에 해당하는지 검토 중이다’라는 문구가 떴다는 글이 커뮤니티에 게재되기도 했다.

이용자 외에 인터넷 사업자의 불만도 상당하다. 불법 촬영물 검출 기술 접목 시 발생할 수 있는 장애 또는 품질 저하 우려 때문이다. 불법 촬영물이 근절되지 않는 한 정부가 제공하는 방대한 불법 촬영물 DB는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와 대조하는 필터링 시간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불거질 서비스 품질 저하 혹은 통신 장애 책임 등은 고스란히 인터넷 사업자 몫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방통위가 6개월의 계도기간을 운영한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아울러 이들은 무엇보다 n번방 방지법 시행의 진원지인 텔레그램은 정작 의무 부과 대상자에서 제외됐다는 점을 개정안의 한계로 지목한다. 법이 막아야 할 제2의 n번방 사건을 막기는커녕 이들이 책임져야 할 모든 문제를 국내 사업자가 짊어지게 됐다고 토로한다.

n번방 방지법 개정안의 입법 취지가 정당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으리라 본다. 불법 촬영물로 고통받는 이들과 이로 인해 촉발되는 사회적 문제가 가볍지 않은 점 역시 공감이 간다. 다만 애초 한계가 명확한 반 쪽짜리 개정안으로 이런 문제가 모두 해결되기를 기대했다면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부와 국회의 기만에 가깝다. 애초 면피성에 기인한 졸속 입법부터 논란을 자초한 만큼 이제라도 국민과 업계 의견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반영한 방향으로 개선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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