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트렌드, 트렌드

입력 2021-10-21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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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현 퍼셉션 대표

사무실 중앙냉방 종료 후 낮더위에 선풍기를 꺼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갑자기 추워졌다. 한자리에 8명까지 가능해진 덕에 오랜만에 모인 여럿의 온기로 건너뛴 가을에 대한 서운함을 달래고 있는 중이다. 10월은 늘 공연과 축제, 대형 컨퍼런스가 넘쳐 어느 때보다 많은 콘텐츠와 사람들의 어울림이 있는 시기였다. 작년에 비해 올해는 크고 작은 움직임들이 보여 반갑다. 물론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울고 웃는 팀들이 나뉘어 모두가 즐거울 날을 기대할 뿐이다.

요즘 화두가 무엇인지 둘러보니 꽤 다이나믹하다. 옛것과 요즘의 감성, 공장과 힙하고 섬세한 공간들이 일년 내내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는 성수동에서 일하다 보니 변화가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며칠 전 종료한 2년 만에 열린 국내 최대 규모 아트페어 kiaf(한국국제아트페어)는 VVIP나 일반관객 모두 줄 서서 입장했고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오징어게임’의 전 세계적인 열풍으로 이를 주제로 한 액티비티와 여행상품이 등장하고 한강공원에는 여기저기 무궁화꽃이 피어나고 있다. 이 나라 저 나라 달고나를 만드느라 난리이고 이 정도면 한국이 설탕 강국으로 거듭날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하게 된다.(2020년은 달고나커피로 글로벌한 유행을 만들었다.)

현상만 보면 힘든 우리의 현실과는 별개로 반짝거리는 문화강국에서 살고 있는 ‘대단한 한국인’이 된 느낌이다. 포스트 코로나가 슬며시 위드 코로나로 바뀌면서 이제 ‘종식’보다는 또다른 바이러스가 오더라도 견딜 수 있게 우리가 강해져야 한다는 다짐을 하는 요즘, 코로나 이후 우리에게 닥친 일들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날들에 대해 예측하는 것은 모두의 관심사가 되었다.

매년 쏟아지는 트렌드 리포트가 올해는 조금 빨리 발행된 것 같다. 코로나 이전과 코로나 첫 해, 그리고 두 번째 해인 올해의 데이터가 쌓여서인지 시기별 비교도 명확해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잠시 생겼다 없어진 것과 더 강화된 것들을 찾아볼 수 있다. 트렌드에 관해 어느 매체나 비슷한 이야기에 메가 트렌드와 마이크로 트렌드도 구분되지 않은 채 매해 유행어를 만드는 데 급급한 것으로 보여 안 보면 불안하고 읽고 나서 후회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올해는 조금 다르다.

누가 엮었느냐에 따라 각각의 관점이 명확하고 트렌드 하나하나 내용의 밀도도 높다. 세분화된 주제별로 분석된 것들도 있어 반갑고 감사하다. 마치 사상교육 받는 것처럼 중앙본부에서 뿌려주는 트렌드 키워드를 다 똑같이 읊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유의미한 트렌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된 것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공통된 주요 키워드를 보니 #위드코로나 #생존 #일상 회복 #지속가능한 생태계 #본질 #신념 #ESG #주체적 삶 #메타버스 #하이퍼리얼리즘 #경험의 확장 #플렉스 #큐레이션 #구독 #개인화 #취향과 감각 #데이터 #세계관 #연결 #연대 #다양성 존중 #팬덤 등이 눈에 들어온다. 트렌드를 볼 때에는 키워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맥락과 영향을 주는 변수들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변화 추이를 비교해 보고 나의 일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고민하다 보면 비로소 책 속 이야기가 아니라 동시대 경험으로 다가온다.

일을 하며 늘 필요한 것이 듣는 힘이다. 트렌드와 시장의 현황, 고객들이 이야기하는 외부의 목소리만큼 내부의 목소리도 중요하다. 그런데 아쉽게도 다량으로 쏟아지는 외부 자극은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고 안에서의 깊은 논의를 생략하는 경우가 잦다. 어떤 트렌드는 금방 없어질 수도 있고 생각지도 못했던 현상이 주류가 될 수도 있으며, 내가 몰랐다고 없었던 것이 아니고 내가 안다고 그것이 다가 아니므로 늘 객관적으로 물 위의 것들과 수면 아래에서 벌어지는 일을 함께 살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들을 수 있다.

무방비 상태로 2020년을 보내고 2021년을 맞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직시하고 이 시대에 적합한 대안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 작은 조직이나 큰 조직이나 내부의 힘을 단단히 하고 신중하게 고려하되 너무 지체하지 않고 민첩하게 움직였던 팀들의 약진이 돋보였던 한 해였다. 함께 대안을 모색하고 빠르게 실행하며 실전에서 개선점을 계속 찾아가는 과정의 중요성을 실감하기도 했다.

연말까지 계속 등장할 우리 삶의 변화와 내일에 대한 예측, ‘트렌드’에 대해 주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래 본다. 각자의 관점으로 트렌드 리포트를 작성하거나 이미 접한 트렌드들의 가중치를 정해 보고 동료들과 함께 우리 일에서 무엇을 더 의미 있게 볼 것인가 논의하는 시간은 내년을 준비하는 알찬 영양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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