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ESG 이슈와 논란들

입력 2021-10-13 14:25 수정 2021-10-13 14:45

김호준 대신지배구조연구소장

‘ESG는 사기’라는 언론의 자극적인 기사와 주장들이 있다. 이는 크게 세 가지 중 하나를 일컫는다. 첫째, 녹색 채권이나 Social 펀드의 명목으로 조달된 자금이 본연의 목적 이외에 엉뚱한 곳에 쓰는 경우(소위 Green Washing)이다. 둘째는 ESG 경영을 선포한 후 여전히 석탄 사업에 투자하거나 ESG 평가 등급은 좋지만, 각종 사건 사고에 지속적으로 연루되는 회사가 있을 경우로, ESG 중 어느 하나가 안 좋으면 다른 영역에서 점수를 올리는 등의 사례(ESG 워싱)이 있다. 마지막으로 ‘ESG 평가’ 문제로, 충분한 인력, 시스템, 방법론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결과를 산출하여 “ESG 등급은 믿을 수 없다”는 ‘평가 신뢰성’과 각종 인프라를 갖추고 자세히 데이터를 검증한 경우라도 “평가사마다 ESG 등급이 다른데, 어느 결과가 맞냐”는 ‘평가 표준화’ 이슈로 나뉜다.

ESG 이슈는 명성이 높은 굴지의 글로벌 회사에서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흔히 업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회사로 테슬라(Tesla)가 있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생산하는 ‘친환경 제품’ 회사이므로 ESG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테슬라 공장에서는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를 방출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친환경 기술’을 중시하는 MSCI는 테슬라의 전기차가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부여했다. 반면, 탄소 절감을 위해 공장의 ‘생산 과정’을 중시하는 FTSE는 테슬라에 0점을 주었다. 정보 공개에 대한 입장도 다르다. 테슬라는 직원 복지 등 경영 정보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는 데이터가 많은데, MSCI는 ‘법제도’ 틀 내에서 규정된 정보 공개 원칙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고 가정하지만, ‘지속가능경영’을 위해서 공시 확대를 필수로 여기는 Sustainalytics는 공시 지표를 엄격히 평가한다. E, S, G별로 정해진 지표 이외에도, 간혹 CEO인 일론 머스크의 깜짝 발언과 기행이 있으면 이러한 ‘컨트러버셜(Controversial) 이슈’ 반영 방식에 따라 지배구조 점수가 많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ESG 등급도 변하기 마련이다.

버크셔 헤서웨이도 ‘ESG 비대칭’ 측면에서 자주 언급되는 사례이다. 장기간 압도적인 누적수익률과 더불어, 2박 3일간 동안 온·오프라인으로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경영자가 직접 다양한 주주들의 질문에 꼼꼼히 답변하면서 미국 네브래스카주의 작은 시골도시 오마하를 가치투자자들의 성지이자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 전 세계 주주총회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어 ‘주주 친화 경영’으로 명성이 높다(G). 버핏은 “사후에 전 재산의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서약하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쥬(Noblesse Oblige)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S). 하지만, 2021년 주주서한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직원 성·인종 다양성에 대해 버크셔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정보를 공개하라는 2건의 주주제안에 반대해달라”고 요청하며 ESG 트렌드에 대립각을 세웠다.

FTSE는 사회(S) 환경(E) 부문에서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버크셔 헤서웨이에 0점을 주었다. Sustainalytics는 S&P100 기업에서 ESG 등급 최하위 수준으로 평가했고, 이러한 이유로 버크셔를 ‘S&P500 ESG 지수’에서 제외했다. 버크셔는 “자회사가 기후변화를 고려해 사업을 하고 있다. 관련 정보를 매년 공개하는 것은 기업 문화에도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지배구조(G) 면에서도 감점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 버핏과 그의 오래된 동업자 찰리 멍거를 중심으로 경영되고 있는 버크셔는 ESG의 앵글로 보면 ‘이사회 독립성’ 이슈가 붉어지기 때문이다. 모닝스타는 ‘2021년 Proxy Voting 보고서’에서 “환경(E)과 사회(S) 관련 주주제안 19건이 사실상 차등의결권 때문에 통과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버크셔는 기후 리스크와 다양성 및 포용성을 공시하라는 2건의 주주제안은 각각 27%, 28%로 부결시켰다. 차등의결권이 없었다면 52%, 51%로 통과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주 1의결권’이라는 주주 평등을 천명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차등의결권을 허용한다. 차등의결권을 채택하고 있는 버크셔의 워렌 버핏은 39%의 Class A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의 의결권은 Class B주식 보다 1만 배나 많다. 비판은 계속된다. 2020년 투자 포트폴리오에 석탄 투자 비중이 높다(E)는 지적도 거세다. 버크셔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과 전력업체에 투자하고 있고, 2020년 석유 업체 셰브론 지분을 41억 달러어치를 추가 매수했다. 2020년 4월 말에는 석유 가격이 마이너스 가격일 만큼 엄청나게 폭락했는데, 서부 텍사스산(WTI) 원유 선물이 -37달러에 이를 정도였다. 하지만 2021년 10월 12일 종가 기준, WTI 원유 선물 가격은 80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이쯤 되면 그의 투자 감각과 통찰은 혀를 내두를 만하다. 어? 그렇다면 뭔가 이상하다. 이제 ‘경영 본연의 목적과 ESG 관계’라는 본질적인 이슈에 부딪히기 시작한다. 내가 ‘주주’라면 무엇을 원할까, ‘ESG Activist’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석유 시장과 자원을 담당하는 ‘정책 담당자’라면 어떤 것이 옳다고 할까. 결코,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고민은 ESG 평가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테슬라의 사례처럼, ① E, S, G 영역별 또는 산업별로 중요시하는 ‘지표’나 ‘가중치’가 다를 수도 있고, ② ‘컨트로버셜 이슈’를 얼마나 빨리 또 어떻게 반영하는지에 대한 방식이 평가사마다 다를 수도 있다. 버크셔의 사례처럼, ③ 회사의 기업가치와 사회적 가치 사이에서 ‘이해관계의 경중과 우선순위’를 판단해야 할 때도 있다. 결국, 평가사 철학과 관점, 이를 반영하는 방법론과 평가기관 자체의 신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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