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이중고...부채 한도 문제에 연쇄 파업까지

입력 2021-10-06 14:46

미 의회, 여전히 부채 한도 유예안 놓고 갈등
옐런 장관 "18일 데드라인 지나면 디폴트에 경기침체"
할리우드 종사자 노조, 128년 만에 첫 총파업 결의
의료진 등 코로나19로 힘들어진 근무환경에 잇따라 파업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달 30일 미 하원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달 30일 미 하원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경제가 이중고에 놓였다. 연방정부의 자금난을 해소해줄 부채 한도 유예안이 여전히 의회에서 표류 중인 가운데 여러 산업군에서 동시다발적인 파업까지 벌어진 탓이다.

5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주 이내에 부채 한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디폴트(채무 불이행)와 이로 인한 리세션(Recession·경기침체)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옐런 장관은 “의회는 18일 전까지 부채 한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정부의 예산 청구서를 지급할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법안이 통과하지 못하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디폴트 사태가 현실화한다면 리세션도 유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의회는 지난달 30일 가까스로 임시지출 예산안을 통과해 연방정부 셧다운을 피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채 한도를 상향하거나 유예하는 것과 관련해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맞서고 있다. 현재 연방정부 부채는 28조 달러(약 3경2928조 원)로, 부채 상한선인 22조3000억 달러를 넘은 상태다.

임시 예산안은 최소한의 정부 운영에만 도움이 될 뿐, 정부 부채를 갚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한도 유예안이 미뤄지면서 8월부터는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마저 막혔다. 재무부는 18일을 디폴트 데드라인으로 설정했다. 이때까지 부채 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부에 남아있던 현금과 비상수단도 모두 동이 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의 ‘국제 극장 무대 종사자 연맹(IATSE)’ 사무실에 4일 단결을 촉구하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버뱅크/AP뉴시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의 ‘국제 극장 무대 종사자 연맹(IATSE)’ 사무실에 4일 단결을 촉구하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버뱅크/AP뉴시스
정부 재정이 압박을 받는 와중에 미 전역에선 노동자들이 각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후 어려워진 근무 환경에 지친 이들이 근무환경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할리우드 산업을 이끄는 ‘국제 극장 무대 종사자 연맹(IATSE)’은 이날 128년 만에 처음으로 무기한 파업을 결의했다. 결의안 투표에서 6만 종사자의 98%가 찬성표를 던졌다.

이들은 북미 지역에서 촬영과 무대, 소품, 메이크업, 보조 작가 등의 업무를 맡고 있으며, ‘영화방송 제작자 연합(AMPTP)’과 근로조건 개선을 놓고 협상 중이다. 협상이 결렬되면 이날 투표 결과에 따라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2007년 미국 작가 조합이 AMPTP와 협상이 결렬된 후 파업을 한 적이 있지만, 총파업이 일어난다면 역사상 처음이다.

콘플레이크 제조사로 유명한 켈로그 노동자들도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미시간과 네브래스카, 펜실베이니아, 테네시 공장에서 파업을 시작한 1400명의 노동자 역시 업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가정 내 콘플레이크 수요가 늘어난 탓에 업무가 가중된 것이 주요인이다.

노조는 “가정을 위한 시리얼을 생산하기 위해 온종일 길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휴가 수당과 건강 관리 등을 사측에 요구했다.

▲미국 뉴욕주 버팔로의 머시병원에서 4일 의료 종사자들이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이고 있다. 버팔로/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주 버팔로의 머시병원에서 4일 의료 종사자들이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이고 있다. 버팔로/로이터연합뉴스
장기간 코로나19 최전선에 놓였던 의료진들도 결국 폭발했다.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대형 병원 네트워크인 카이저퍼머넌트의 간호사와 의료종사자 약 2만4000명은 1일부터 10일까지 파업 결의안 투표를 진행 중이다. 노조는 코로나19로 인해 의료진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기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직원 임금 인상과 복리후생 증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카이저퍼머넌트에서 일하는 건축 엔지니어들은 이미 개별적으로 파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뉴욕주 버팔로의 머시병원에서는 5일째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밖에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에선 대학원 직원들이 파업 결의 투표를 진행하고 있고 워싱턴주에서는 2000명의 목수가 지난달 16일부터 파업에 들어가는 등 곳곳에서 파업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18년과 2019년 교사 파업 이후 미국에서 가장 큰 노동 소요가 될 것으로 보이며, 몇 주 안에 수만 명이 파업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경제가 회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심각한 불평등이 남아 있고 노동자의 불안감은 산업 전반에 걸쳐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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