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론으로 세상 읽기] ‘더 나은 삶을 만들고자 하는’ 카카오를 응원한다

입력 2021-09-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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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

필자는 종종 택시를 이용한다. 하지만 택시를 잡으려고 손을 들어 흔들지 않는다. 대신 스마트폰을 들어 앱(app, application)을 연다. 택시 호출 앱을 사용하는 첫 번째 이유는 편리함이다. 목적지를 설명할 필요도 결제를 하기 위하여 지갑을 꺼낼 필요도 없다. 두 번째 이유는 불필요한 감정노동을 줄이기 위함이다. 승차거부를 당하거나 최단거리 운행을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때문에 바로 앞에 빈 택시가 서 있어도 앱을 사용하여 택시를 호출하곤 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이유로 호출 앱을 사용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고마운’ 앱에 대하여 필자를 비롯한 많은 고객들이 불평을 쏟아내는 일이 발생했다.

불안감의 시작은 앱의 이름을 달고 달리는 택시의 출현이었다. 귀엽고 깔끔한 디자인의 택시가 반가울 수는 있겠으나, 호출 플랫폼을 가진 기업이 택시 운행까지 한다는 사실은 그리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한 기업이 플랫폼 시장을 장악하게 되면 이윤 극대화를 위해 호출 수수료를 쉽게 올릴 수 있다. 이때 택시 기사(공급자)와 고객(수요자)들이 수수료 상승에 반발하여 앱 사용을 줄일 수 있다면 그 기업은 수수료 인하의 압박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이 택시 운행까지 하게 되면, 공급자의 압박 요소는 자연스레 사라지고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은 상당 수준으로 높아질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택시 호출 수수료의 상승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수요자는 좀 더 빠른 호출을 위해, 공급자는 좀 더 빠른 배차를 위해 수수료를 지불하도록 유도되었다.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은, 모든 수요자와 모든 공급자가 동시에 이러한 수수료를 지불한다면, 플랫폼 기업의 이윤은 상승하지만, 어느 누구도 ‘상대적으로 빠른’ 호출이나 배차를 경험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나만 하지 않으면 손해를 볼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많은 이용자가 수수료를 지불하곤 한다. 이렇게 플랫폼 시장이 독점화 되고 공급자와 수요자는 대안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독점 기업은 행복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한 상황이 지속된다.

공급자와 수요자는 울상을 지었고, 마침내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의 칼을 뽑아 들었다. 이내 플랫폼 기업이 “백기를 들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런데 항복 이후 기업의 조치가 상당히 흥미롭다. 기업은 ‘우선 배차’를 받을 수 있는 택시기사 대상의 ‘프로멤버십’ 요금을 월 9만 원 대에서 3만 원 대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이것이 마치 기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이윤을 보전해 주는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낮아진 수수료에 더 많은 기사가 멤버십에 가입하게 되면 ‘우선 배차’를 받을 확률은 오히려 과거보다 줄어들 수 있다. 결과적으로 택시기사는 큰 이득을 보지 못하고, 플랫폼 기업만 가입자 수 증가를 통한 이득을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모두 함께 행복해질 방법은 없는 것일까?

플랫폼 기업은 백기를 들며 “이동 경험 혁신을 통해 더 나은 삶을 만들겠다는 회사의 목표를 되새기겠다”고 했다. 이것이 진정 해당 기업의 목표라면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아주 쉬운 방법을 알려줄 수 있다, 기업을 둘로 쪼개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다. 그러면 힘들게 “더 나은 삶”을 위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각 기업이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며 치열하게 경쟁하면 수수료는 자연스럽게 낮아질 것이고, 공급자와 수요자는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진정으로 사회와 “더 나은 삶”을 공유하고자 한다면 그리 할 수 있을 텐데…. 쉽지 않다면 국회나 공정거래위원회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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