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법률-상속] 유언,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입력 2021-09-0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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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필자가 업무를 하면서 느낀 특이한 점이 하나 있는데 유언의 효력에 관한 사건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유언의 효력 때문에 상담을 하는 일도 부쩍 늘었고 실제 소송까지 하는 사건도 여럿 있다. 필자만 이처럼 느끼는 것인지, 실제 유언 효력 관련 분쟁이 많아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과거보다 유언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유언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유언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 유언을 하지 않았다면 상속재산분할 심판, 유류분 소송만 하면 되지만 상속인들 사이에 유언 효력에 관한 다툼이 생기면 유언 효력을 확인하는 소송까지 추가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언을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유언자가 자필로 유언장을 작성하는 방법, 공정증서로 작성하는 방법, 녹음하는 방법 등이 있는데, 자필로 작성하거나 공증인을 통해서 공정증서로 작성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 같다.

민법은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정하고 있어서 이 방식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유언 전체가 효력을 잃게 된다. 자필증서를 예로 들면 자필증서에는 유언자가 유언의 내용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기재하고 날인하도록 돼 있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누락되면 유언이 무효가 되지만 어렵지 않은 요건들이라 조금만 주의하면 다 지킬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요건들을 잘 지키지 못해 유언이 무효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만일 주소를 구체적으로 적지 않고 동까지만 적었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유언이 무효라는 것이 판례다.

유언장을 작성하면서 다른 내용은 전부 자필로 썼지만 재산목록을 컴퓨터로 작성했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도 유언장은 무효라는 것이 판례의 태도다.

유언자의 뜻만 나타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처럼 민법이 정한 요건을 엄격히 지키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는 것이 판례다.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전문가인 공증인이 작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형식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도 유언 당시 유언자가 유언할 수 있는 건강 상태였는지에 관해 분쟁이 생기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아직도 보통은 건강할 때 유언을 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고 건강이 나빠진 이후에 비로소 유언을 생각하고 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유언의 효력을 문제 삼는 사람들은 유언할 당시 유언자가 유언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유언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공증인에 의해 이루어지고 증인 2명도 참석하기 때문에 무효가 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하지만 결과가 어찌 되든 유언 효력에 관한 소송 과정을 거친다는 것 자체가 상속인들에게는 매우 힘든 일이다.

이러한 경우에 대비해서 유언을 할 때는 유언 당시 유언자의 건강에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의학적인 자료들을 마련해 두는 것도 필요하고 유언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처럼 기왕 유언하기로 했다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런데 필자는 상당한 규모의 재산에 관한 유언을 하면서 공정증서를 작성하는 비용이 아까워 자필증서나 녹음에 의한 유언을 하는 경우도 자주 접하게 된다. 수십억 원, 수백억 원의 재산에 관한 유언을 하면서 약간의 공정증서 작성 비용을 아까워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정증서 작성 비용도 최대 300만 원을 넘지 않는다.

자필증서나 녹음에 의한 유언 같은 경우에는 상속 개시 이후 법원에서 유언 검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이러한 검인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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