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계부채와 전쟁’, 실수요자 피해 없게 해야

입력 2021-09-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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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이 ‘가계부채와의 전쟁’에 나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지난달 31일 취임사에서 고 위원장은 “과도하게 늘어난 가계부채와 과열된 자산시장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가계부채의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데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위원장 후보로 내정된 8월 초부터 시장에 가계부채를 줄이겠다는 신호를 계속 내놓았다.

급증한 가계부채가 안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은 강조할 필요도 없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가계신용 잔액은 2분기말 1805조9000억 원이다. 작년 2분기에 비해 1년 사이 168조6000억 원(10.3%) 불어났다. 금융위가 가계부채 관리목표로 삼았던 연 5~6% 증가율보다 2배가량 높다.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완화가 지속돼 왔고, 집값 폭등과 주식시장 활황에 따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및 ‘빚투’(빚내서 투자) 현상이 두드러졌던 탓이다.

조만간 가계부채 억제 대책과 함께 대출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규제 강화가 유력하다. 차주(借主)별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유가증권담보대출 등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이 DSR이다. 당초 단계적 확대를 예정했던 규제 일정을 앞당기고, 대출한도도 낮추는 방안이다. 현재 은행권은 40%, 2금융권은 60%의 DSR 규제를 적용한다.

가계부채가 더 늘지 않도록 관리해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위험성을 차단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다급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리 상승기에 들어가면서 막대한 빚의 이자부담도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계대출의 70% 이상이 변동금리 조건임을 감안할 때 대출금리가 0.5%포인트(p)만 올라도 차주들의 이자부담이 6조 원 넘게 증가한다.

그럼에도 전방위로 돈줄을 틀어막는 식으로는 실수요자들이나 취약계층의 피해를 키울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로 지난달 중순 NH농협은행이 갑자기 주택담보대출 중단을 발표하고, 다른 시중은행들도 대출 축소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자 금융 소비자들이 한꺼번에 은행 창구로 몰리는 혼란이 빚어졌다. 이후 1주일 사이 시중은행의 신용대출만 전주보다 6배 가까이 늘었을 정도다. 시중은행 대출 옥죄기에 금리가 훨씬 비싼 2금융권의 수요가 급증하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돈줄을 조이더라도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가계부채 관리의 시급성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실수요자와 금융약자인 취약계층의 대출 숨통은 틔워야 하고, 예측가능한 정책 변화로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그래야 서민 피해를 줄이고 금융시장 연착륙을 기대할 수 있다. 보다 정교한 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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