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획기적으로 개정된 상장기업의 정기보고서, 꼭 읽읍시다.

입력 2021-08-25 06:19 수정 2021-08-2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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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대부분의 상장기업들이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결산을 마치고 작성하는 반기보고서를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공시했다.

12월 결산법인은 3월말, 6월말, 9월말, 12월말 기준으로 각각 분, 반기, 사업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분기와 반기보고서는 작성 후 45일 이내, 사업보고서는 각 기업들의 주주총회 1주일 전(보통 2월말부터 3월 중순 사이)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시해야 한다. 단, 최근에 상장한 기업이나 종속기업(자회사)이 처음 생겨서 연결재무제표 작성 경험이 2년도 안 된 기업들은 유예조항에 따라 반기보고서를 이달 말까지 공시한다.

8월 14일부터 16일까지 연휴였던 관계로 대부분의 기업들은 8월 17일에 공시를 했다. 이미 반기보고서를 훑어본 투자자라면 뭔가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지난달에 금융감독원은 투자자가 정기보고서를 쉽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게 공시서식을 개선했다고 발표했었다. 주요 개선사항은 다음과 같다. 사업보고서에 흩어져 있던 유사한 주제의 공시항목을 일목요연하게 통합하여 배치하는 것, 투자자가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사업의 내용 등 일부 항목의 세분화하는 것, 텍스트 보다는 표로 작성하는 항목을 확대하여 기업간 비교 가능성을 높이는 것 등이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새롭게 바뀐 양식으로 작성된 기업들의 반기보고서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16개 목차에 텍스트 가득한 미국의 정기보고서를 볼 때마다 갑갑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의 보고서는 참 일목요연하고 표로 예쁘게 잘 정리되어서 투자에 필요한 정보만 빠른 시간내에 뽑아볼 수 있다. 오죽하면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우리 시스템을 보고 배우라는 편지를 쓰고 싶을 정도다.

기업의 정기보고서는 재무적인 정보 외에 여러 질적인 정보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회사가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주요 제품의 평균 가격은 얼마 정도 하는지, 그리고 그 제품에 투입되는 주요 원재료 가격은 어느 정도인지,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과 어떤 연구개발활동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예전에는 ‘사업의 내용’이라는 목차안에 이 많은 내용들이 들어가고 기업들 마다 작성 순서도 달라서 찾아보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이제는 표준화된 목차에서 투자자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서 읽어보면 된다.

만약 잘 모르는 기업에 투자를 한다면 사업성도 중요하지만 리스크에 대한 부분을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데 이 역시 몇 개 목차 확인으로 가능하다. 과거에는 리스크 관련 중요한 정보들을 찾기 위해 정기보고서의 여러 목차나 재무제표 주석사항에서 키워드 검색으로 찾고 흩어진 정보들을 모아서 분석을 해야 했다. 사실 재무적인 지식과 감각이 수반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제는 목차 몇 개만 살펴보면 된다.

리스크 체크를 위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우발부채 등에 관한 사항이다. 회사에 걸려있는 소송과 여러 지급보증 및 약정사항들이 나온다. 재무제표 주석사항에 나오는 정보인데 찾으려면 오래 걸렸는데 이제는 보고서 목차에서 바로 확인 가능하다.

제재 등과 관련된 사항도 반드시 클릭하기 바란다. 공시번복이나 지연 등으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히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다. 투자에 앞서 신뢰할 만한 기업인지 검증 가능하다.

백미는 증권의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관한 사항, 대주주 등과의 거래내용이다. 상습적으로 채권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하는 중소 상장기업들이 꽤 많다. 돈을 어디에 썼는지에 대한 내역을 확인할 수 있고 대주주를 포함한 특수관계자에게 돈을 빌려줬거나 이상한 거래를 일으키고 대손처리한 것은 아닌지 점검할 수 있다. 투자자는 이런 정보를 통해 배임, 횡령 가능성이 있는 기업인지 사전에 진단 가능하다.

투자를 하다 보면 주가가 오르는 날도 있고 떨어지는 날도 있다. 한없이 떨어지다 보면 내가 잘 모르는 무엇이 있나 하고 불안해하는데 그동안 상장 폐지된 기업들의 공통분모는 거의 비슷했다. 그리고 그 징후는 항상 정기보고서에서 늘 알려줬었다. 우리가 안 찾아봤기 때문에 당했었다. 다시는 그런 실수를 범하지 말고 우량한 기업들만 잘 찾아서 투자할 수 있도록 상장기업들의 정기보고서 읽는 습관을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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