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는 미술 tip] '바리'라는 교집합…버려짐 속에서 빛나는 '신성'

입력 2021-08-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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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제인 진 카이젠 전시, 9월 26일까지 아트선재센터

▲이수경 '달빛 왕관' 전시 전경.  (김소희 기자 ksh@)
▲이수경 '달빛 왕관' 전시 전경. (김소희 기자 ksh@)
태어나자마자 여자라는 이유로 버려졌다가 사후 세계에서 돌아온 후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무당의 길을 택한 바리데기 공주 이야기는 많은 예술작품에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이수경·제인 진 카이젠의 개인전에서도 '바리'의 존재가 드러난다. 이수경 작가는 보석, 하트, 요술봉 등 화려한 오브제로, 제인 진 카이젠 작가는 제주도 샤머니즘 등을 담은 영상·사진 등을 통해 버려진 존재 속에서 성스러움을 발견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이수경의 '달빛 왕관'·제인 진 카이젠의 '이별의 공동체' 전시를 다녀왔다.

'달빛 왕관'은 왕관을 모티브로 하는 작가의 새로운 연작을 중심으로 총 11점의 '달빛 왕관' 연작을 모아 선보인다.

이수경 작가의 작품들은 제일 아래에 놓인 왕관의 형상에서 출발해 점차 위로 확장되는 구조가 특징이다. 가장 아랫부분에 왕관이 있고, 중간부는 항아리처럼 볼록한 모양이다. 그리고 첨탑 끝처럼 가늘고 뾰족하게 오른 상부의 형태로 구성된다. 작가는 "신라의 금관과 백제의 금동대향로의 형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구성하는 철, 놋쇠, 유리, 진주, 자개, 원석, 거울 파편 등 다양한 수공적 재료들이 얽혀서 작품의 표면을 빈틈없이 덮고 있다. 기도하는 손, 십자가, 용, 식물, 만화 주인공과 요술봉 등 다양한 상징의 무늬와 형상들이 드러난다.

가장 위에 애처로이 달린 크리스털이 눈길을 끄는 작품도 있다. '달빛 왕관-바리의 눈물'이다. 왕관을 통해 권력의 상징이 아닌 내면의 신성(神聖)을 발견하길 바란다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작가는 "과거 왕은 부처, 예수와 같은 신성한 존재와 소통을 하는 역할을 했는데, 머리에 쓴 왕관이 그들과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며 "왕관이 어떤 특별한 사람들이 머리에 쓰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휘황찬란한 왕관처럼 빛나고 내가 하나의 신전이며 내면의 신성을 발견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제인 진 카이젠 '이별의 공동체' 중. (김소희 기자 ksh@)
▲제인 진 카이젠 '이별의 공동체' 중. (김소희 기자 ksh@)

제인 진 카이젠은 제주의 자연과 제주의 샤머니즘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영상 및 사진 작업 10점을 내놨다. 3채널 영상 설치 '이별의 공동체'(2019), 여섯 점의 라이트 박스 설치 '달의 당김'(2020) 그리고 2채널 영상 설치 '땋기와 고치기'(2020)는 최근 작업물들이다. 작가는 제주에서 태어나 덴마크에 입양돼 자랐다. 이번 전시가 그의 고향인 제주의 자연과 다년간의 제주 샤머니즘에 관한 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이유다.

제주도의 바리데기 신화가 이번 전시의 출발점이라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이별의 공동체'는 72분 길이로, 세 개의 스크린에서는 제주 오름에서 하얀 한복을 입고 회전하는 작가의 모습과 검은 용암석과 짙푸른 물의 제주 바다의 풍경, 제주의 무당 고순안이 굿을 준비하는 장면이 교차해서 등장한다. 작가는 이승과 저승을 연결히나느 바리데기 공주의 이야기를 영상에 담아냈다.

작업에는 작가 자신은 물론 작가가 5년에 걸쳐 DMZ, 제주도, 서울, 북한,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독일, 미국 등에서 만난 디아스포라의 여성들이 거쳐온 여러 공간과 시간, 목소리가 위계 없이 얽혀 등장한다. 여기에 제주 4·3 학살의 생존자인 무당 고순안의 제의 장면이 영상이 진행되는 동안 후렴처럼 반복되며 교차 등장한다.

작가는 "역사적 사건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파장, 젠더 차별과 사회적 소외가 어떻게 전쟁과 이주의 상황과 맞물려 부서진 공동체를 만들었는지를 탐구했다"고 설명했다.

두 작가의 전시 모두 9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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