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상담소] 우리, 수다를 떨자

입력 2021-08-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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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서울 강서구보건소 사회복지사

코로나19 확진세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대면이 어려워지면서 전화로 주민들의 마음을 살피는 일이 많아졌다. 어르신들과 통화할 때면 ‘용건만 간단히’란 말이 무색하게 짧게는 20분, 길게는 30~40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현재 근황부터 어디가 아프고, 병원은 언제 갔다 왔고 또 갈 예정인지, 경제사정은 어떤지 현실적인 이야기는 물론이고 결혼, 이혼, 자식들 이야기, 사업에 실패한 이야기, 가족이나 옆집과의 갈등 등등 저마다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줄줄이 사탕처럼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하고 싶은 말이 이리도 많은데 그동안 어떻게 참고 사셨는지, 코로나19가 야속하기도 하고 이렇게라도 가슴속 이야기를 털어놓으니 다행이다 싶어 기꺼이 이야기를 들어드린다. 직업병 탓일까?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사람들이 나 홀로 생활에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고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돼 얼굴을 마주 대하고 감정을 교감하는 시간도 줄어드는 등 말을 자제해야 하는 환경에 놓이다 보니 우울감이 깊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수다를 떤다고 하면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수다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우리 주변에도 수다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답답했던 마음을, 서러웠던 기억을. 슬픔, 짜증, 화, 괴로움 같은 마음속에 들어찬 응어리를 다 토해내고 나면 감정이 누그러지면서 마음이 시원해지고 편안해지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수다는 일종의 언어 배설인 것이다. 이런 연유로 수다는 우울증 치료 현장에서도 흔하게 사용하는 면담 기법이기도 하다. 말을 많이 하면 혈관 속 스트레스 물질을 줄이고, 혈압을 떨어뜨리며, 고독감을 낮춰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호르몬을 분비시킨다고 한다. 그래서 정신건강 의학자들은 친한 사람을 만들어 많이 대화하길 권한다. 배우자나 자식과 대화하면 분노나 우울감을 줄이는 데 좋다고 말한다.

한 달 전 생명지킴활동가 매칭을 위해 만난 60대 독거 중년남성도 20년 넘게 혼자 살다 보니 혼자가 익숙한 탓에 누군가와 얽히는 것에 대한 거부반응이 컸었다. 혼자 살아온 시간이 길다 보니 말하는 것조차 귀찮고, 무기력증으로 만사에 흥미도 없고 허망함과 허탈감이 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되풀이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뚜렷한 목적 없이 가볍고 편안하게, 현재의 감정이나 생각을 내키는 대로, 일정한 주제 없이 떠오른 대로 말을 한다. 머릿속에 남는 것이 없으면 어떠랴, 그게 수다 아닌가? 수다는 누군가의 단단하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힘이 있고, 생활의 활력소 역할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람을 살리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지금부터 우리, 수다를 떨자.

김현주 서울 강서구보건소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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