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IT 업계의 ‘젊은 꼰대’를 위한 변명

입력 2021-06-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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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산 더스윙 대표 (사진제공=더스윙)
▲김형산 더스윙 대표 (사진제공=더스윙)

최근 꿈의 직장이라 불리던 국내 모 IT 대기업에서 시작된 이른바 ‘젊은 꼰대’ 논란이 화제다. 논란의 요지는 젊은 사람들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IT 기업들이 알고 보니 청바지만 입었을 뿐 대기업의 꼰대 문화와 별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첫째, 업무와 생활의 구분이 없을 만큼 스트레스와 업무량이 많다는 점. 둘째, 의사소통과 의사결정이 실제로 평등하게 이뤄지지 않고 수직적으로 이뤄진다는 점. 셋째, 채용이나 인사평가가 공정하지 않고 특정 학력이나 인맥 위주로 결정된다고 느낀다는 점이다.

IT 대기업들도 불과 십 년 전만 하더라도 모두 스타트업이었을텐데, 초심을 잃어버리고 젊은 꼰대들이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조심스럽지만 단언하건대, 회사는 변한적이 없다. 다만 회사가 성장하면서 구성원들의 기대치가 바뀌었거나, 더 높은 가능성으로 구성원 자체가 다른 사람들로 바뀌었을 뿐이다.

스타트업은 애초에 ‘정상적인’ 회사가 아니다. 정상적인 회사는 10배씩 성장하지 않는다. 정상적인 회사는 경험이 없는 직원에게 그렇게 어려운 임무와 책임을 맡기지 않는다. 정상적이지 않다 보니 보통의 채용절차를 통해 지원하는 사람도 없다. 나이, 학력, 경력과 무관하게 채용이 이뤄지고 성과를 내는 사람이 일을 주도적으로 하게 된다. 당장 성과를 내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언제든 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의 성장률은 매우 ‘비정상적’이며, 이 과정에서 살이 트고 뼈가 부서질 정도의 성장통을 수반한다. 여러 시도 중 하나가 성공하게 되면, 너무나 당연하게도 예상 못 했던 만큼의 고객 유입이 발생한다. 이때 준비되지 않은 개발 시스템과 운영시스템 모두가 터지고 그럴 때면 흔히 말하듯 “사람을 갈아 넣어” 서비스를 성장시키게 된다. 성공한 스타트업 구성원들이 당시를 회고하며 하는 얘기는, 자나 깨나 늘 서비스 생각만 하는 사람이 돼 어느새 서비스와 내가 하나가 되는 몰입을 겪었다고 한다.

선례가 없는 일을 하다 보니, 경험이 없지만 똑똑한 신입이 나이가 더 많거나 유사한 경험이 있는 사람보다 성과를 내 회사 내 지위가 높아지고 보상이 높아지기도 한다. IT업의 특성상 성과는 열심히 한 사람 모두가 아닌 소수로부터 나올 확률이 더 높고, 성장의 열매는 공평하게 배분되지 않는다. 당연히 의사결정과정에서도 대표, 임원, 그리고 성과를 내는 사람들의 의견이 다수의 의견을 압도한다.

채용공고에 지원자가 없으니 모든 인맥이 동원되어 사람을 뽑고, 잘못 뽑은 한 사람에 대한 대가가 회사의 존폐를 가린다. 기대치보다 성과가 낮으면 당사자가 느끼는 심리적 압박은 상사의 폭언이나 동료의 괴롭힘이 아닌, 너무나 확연한 성과로부터 오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자괴감과 낮아진 자존감으로 인해 상처를 받고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난다.

국내 모든 IT 대기업은 이러한 스타트업의 시기를 거쳐 대기업이 되었다. 그런데, 규모가 커졌다고 해서 저런 문화가 사라질 수 있을까? 아니 사라져야 할까? 회사의 문화는 그 회사의 절대적 크기가 아닌 목표 성장률에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들은 아직도 ‘스타트업’ 같은 문화를 일부러 유지하며 매우 큰 성장을 목표로 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구직자들은 현재 자기 인생의 단계에 맞는 성장 단계에 있는 회사에서 일해야 한다. 꿈의 직장인 IT 대기업에 입사할 정도의 실력이 있는 구직자는 자신이 원하는 ‘정상적인’ 회사에 얼마든지 입사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과 회사의 수십 배 성장을 꿈꾸는 다른 구직자에게 고성장하는 회사를 양보하면 된다.

지금 내가 성장시키고 있는 이 회사와 서비스가 당신의 가슴을 뛰게 하지 않는다면, 퇴근한 뒤에 무언가 다른 의미 있는 일을 해야만 하루를 잘 산 느낌이 든다면, 일과 내가 하나가 되어 몰입할 수 없다면, 지금 당장 새로운 일을 찾아 떠나야 한다. 노동자 계급을 대변하는 마르크스는 인간은 자발적인 노동으로 세상에 영향을 줘 자기를 실현하는 존재이며, 남이 원하는 노동을 하게 될 때 노동이 그저 다른 일을 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고 했다. 요즘처럼 다양한 직업이 있을 때 스스로 보람을 느낄 수 없는 일을 해 스스로 ‘인간 소외’를 자처할 필요가 없다. 이 세상에는 분명히, 당신의 가슴을 뛰게 할 재밌는 일 또는 현재 인생 단계에 잘 맞는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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