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의 취업법] ‘취뽀’ 꿈꾸며 개발 배우는 MZ세대…'밤샘 근무' 들려주는 선배

입력 2021-06-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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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한 A(26) 씨는 최근 프로그래밍 언어 온라인 교육 과정을 마치고 더욱 실무에 가까운 교육 과정을 찾아보고 있다. A 씨의 친구 중 한 명은 졸업 후 아예 다른 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다. A 씨는 “전공 공부가 취업에 도움이 안 됐다기보단 미래 성장성이 높은 업종을 찾아 진로를 다시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직장인 홍 모(33) 씨는 온라인으로 코딩 수업을 듣고 있다. ‘생초보’ 수준에서 ‘초보’ 수준은 된 것 같다. 그가 회사에서 맡은 직무는 프로그래밍과는 무관하다. 그는 “산업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 않나”며 “일단 알아두면 나중에라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수업을 듣고 있다. 나중에 더 공부할 수도 있다”고 했다.

취업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정보통신(IT) 업계는 뜨겁다. 29일 이투데이의 눈에 ‘취뽀(취업 뽀개기)’를 위해 IT 개발자로 진로를 변경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개발자를 찾는 기업이 늘어나고 비대면·디지털 전환에 속도가 붙으면서다.

IT 인재를 양성하는 스타트업 코드스테이츠에 따르면 최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코스 25기 수강생 분포를 분석한 결과 비전공자 비율이 8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공 학과는 경영학, 영문학, 사회학 등으로 다양했고, 직무 전환을 위해 개발과 무관한 직종에서 넘어온 경우도 많았다.

◇기업들 “개발자 어디 없나?”…‘연봉 1억·스톡옵션’ 조건 내걸기도=취업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개발 직종만큼은 ‘구인난’에 시달리는 등 채용 수요가 커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고용 동향에 따르면 5월 정보통신업 취업자는 89만3000명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3.4% 늘어난 셈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 초부터 IT기업뿐만 아니라 전 산업계가 개발자 모시기에 나선 영향이다. 네이버는 올해 초 개발자만 900명을 뽑겠다고 밝혔고, 라인은 전 계열사에 대해 365일 상시 경력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계까지 개발자들을 향해 ‘구애’에 나섰다. 시중은행은 주변으로 밀려나 있던 개발자를 중점적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고, 금융위원회는 금융산업 지형 변화에 대응해 IT, 핀테크 등 전문인력 교육에 나서겠다고 했다.

IT기업뿐만 아니라 전 산업계가 개발자를 찾기 시작하면서 파격 대우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에는 IT·게임 공룡기업을 중심으로 개발자 연봉이 줄줄이 인상하면서 신입 개발자들의 초봉도 뛰어올랐다. 올해 초 기준으로 크래프톤 신입 개발자 초봉은 6000만 원에 달한다. 취업준비생 처지에선 매력적인 조건일 수밖에 없다.

◇선배들은 “개발자 나름인데”…열악한 노동조건은 어쩌나=파격적인 대우와 넘치는 채용 수요에 개발자에 진입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이미 개발직종에 근무하고 있는 이들은 우려하는 모습이다. 열악한 노동 조건과 생각보다 큰 격차에 실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IT 대기업을 다니는 팀장급 개발자 B(40대) 씨는 “개발자도 개발자 나름인 것 같다”며 “요새 처우도 좋아지고 IT 기업이 경제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관련 직종이 주목받고 있는 건 알지만 솔직한 마음으론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는 “개발자는 굉장히 노동 집약적이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밤샘이 일반적인 개발자의 고된 삶이 블랙 유머 소재였다”며 “산업 특성상 노동시간이 길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백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윤 모(31) 씨도 “개발 업무를 말도 안 되는 시간 안에 끝내라는 지시에 개발자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일정이 빡빡하다 보니 야근은 당연하고 업무 분위기가 좋아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AI 기술이 발전해서 단순 코딩을 AI가 맡거나 프레임워크가 발달한다면 몰라도 개발 업종의 미래는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불균형한 처우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한 스타트업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C(33) 씨는 “연봉 1억에 스톡옵션까지 받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대기업 아니면 다 비슷하다”며 “그 외 기업에서 시작한다면 기대하면 안 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다양한 분야의 인재가 진입하는 만큼, 국내 IT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B 씨는 “그래도 새로운 관점에서 산업을 볼 수 있는 인재가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우리 산업이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는 게 아니겠나. 이들의 가능성을 믿는다”며 주먹을 들어 보였다. 응원의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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