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오는 길에 담배 좀" 황당 갑질…'악성소비자' 키우는 배달앱 별점·리뷰

입력 2021-06-2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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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사다주세요" "새우튀김 1개 환불"…연이은 악성 갑질
자영업자 "악성 리뷰·별점 테러 시스템적으로 양산"
익명성에 기댄 악성 리뷰…"보호 장치 필요하다"

▲배달 앱 이용 자영업자 중 63.3%가 별점 테러나 악성 리뷰로 인한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배달 앱 이용 자영업자 중 63.3%가 별점 테러나 악성 리뷰로 인한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경기도 용인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29) 씨는 이달 2일 황당한 배달 주문을 받았다. 손님이 자가 격리중이라며 담배 한 갑을 사달라 말한 것이다. 신분증 인증이 가능하다며 담배 종류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한 손님의 요구에 A 씨는 황당했다. 그는 이런 사람에게는 음식을 안 보내는 게 낫겠다 싶어 주문을 취소했다.

A 씨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더러운 소리 듣기 싫어서 환불해주거나 주문을 취소하는데 이 자체가 부조리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배달앱이) 고객 익명성을 지켜주면서 갑질하기 더 쉬워졌다"며 "(자영업자는) 그냥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호소했다.

배달앱 이용 자영업자 63.3% "리뷰 갑질 경험해봤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며 배달 앱을 이용하는 자영업자 A 씨는 2일 오는 길에 담배를 사다 달라는 손님의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출처=A 씨 제공)
▲경기도 용인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며 배달 앱을 이용하는 자영업자 A 씨는 2일 오는 길에 담배를 사다 달라는 손님의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출처=A 씨 제공)

배달 앱 리뷰를 무기 삼아 갑질하는 악성 소비자 문제는 어제오늘이 아니다. 얼마 전 서울 동작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던 50대 B 씨는 음식을 주문한 손님의 무리한 요구로 스트레스를 받던 중 뇌출혈로 쓰러졌다. 쿠팡이츠 고객센터와 환불 관련 통화를 하던 중 의식을 잃은 B 씨는 3주만인 지난달 29일 숨을 거뒀다.

17일 정의당 6411민생특별위원회와 정의정책연구소가 발표한 '배달앱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의 배달앱 이용 자영업자 중 63.3%가 별점 테러나 악성 리뷰로 인한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배달 앱 이용 자영업자 중 10명 중 6명이 갑질을 경험한 셈이다.

최근에는 배달 음식을 부정하게 환불받은 고객을 일컬어 '배달 거지'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음식을 받았는데 일부러 못 받았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거짓으로 음식에 하자가 있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등이다. 아이와 함께 먹을 거라며 메뉴에도 없는 추가 음식을 요구하거나 A 씨의 사연처럼 담배, 술 심부름 등 무리한 요구를 하는 손님도 있다.

별점·리뷰, 매출에 절대적 영향…보호 장치 필요해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은 22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츠 앱의 별점 및 리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뉴시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은 22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츠 앱의 별점 및 리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뉴시스)

고객들이 남긴 별점과 리뷰는 매출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업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악성 소비자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서 정의당이 발표한 실태 조사에서 자영업자 10명 중 7명이 별점 테러나 악성 리뷰가 매출에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매우 영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8.8%, "어느 정도 있다"고 답한 비율은 35.5%였다.

관련 업계에서는 "배달 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은 22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리뷰·별점을 무기로 한 소비자의 과도한 요구, 허위·악의적 후기에 따른 점주 피해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배달앱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들은 배달 앱의 무책임한 리뷰 및 별점 제도 운영이 악성 소비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쿠팡이츠 앱의 경우 다른 배달 앱과 달리 점주가 댓글을 달 수 없고, 점주만 볼 수 있는 댓글 기능을 운영하지 않아 그동안 업주의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고객과 갈등이 있을 때 쿠팡이츠 고객센터가 고객을 지나치게 감싸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A 씨는 "고객센터가 고객을 엄청 부둥부둥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뇌출혈로 쓰러진 B 씨가 고객센터와 세 차례 통화할 당시 사측은 "점주분이 알아서 잘 해결하라", "앞으로 주의하라"는 등 책임전가성 응대를 반복했다. 쿠팡이츠 측은 B 씨가 쓰러진 뒤에도 계속되는 고객 항의를 매장에 그대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츠 "배달 앱 제도 개선…점주 보호 위해 노력하겠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2일 서울 쿠팡 본사 앞에서 '블랙컨슈머 양산하는 쿠팡이츠 등 배달앱 리뷰-별점 제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2일 서울 쿠팡 본사 앞에서 '블랙컨슈머 양산하는 쿠팡이츠 등 배달앱 리뷰-별점 제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업계에서는 △악성 리뷰 삭제·숨김 처리 △배달 품질·음식 품질 평가 분리 △별점에 재주문율과 단골 점유율 등을 종합한 객관적인 매장 평가 기준 마련 △환불 규정 정비 등의 점주 대응권 강화 조처를 배달 앱 측에 요구하고 있다.

쿠팡이츠는 이와 관련해 점주 보호를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재발 방지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이츠는 악성 리뷰에 대해 점주가 직접 댓글을 달아 해명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하고 악성 리뷰의 노출 차단(블라인드 처리)을 위한 신고 절차를 개선할 계획이다. 아울러 점주들의 어려움을 듣는 전담 상담사를 배치하고 상담사 교육과 훈련을 강화하는 등 상담 과정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장기환 쿠팡이츠서비스 대표이사는 "일부 이용자의 갑질과 무리한 환불 요구, 악의적 리뷰 등으로 피해를 본 점주 여러분께 적절한 지원을 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고객 상담을 비롯해 서비스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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