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에린의 벤처 만들기] 공기로 만드는 단백질

입력 2021-06-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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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스쿨 학장, 파슨스디자인스쿨 경영학과 종신교수

이전 칼럼에서 환경적 오염을 줄이고, 생명윤리, 세계인의 건강과 기근을 식품기술 혁신으로 해결하는 몇몇 벤처를 소개하였다. 지구 온난화 문제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의 상당량을 차지하는 것이 가축이 내뿜는 메탄가스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해산물 등 부피가 크고 무거운 식재료를 비행기로 공수하는 것도 기후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맛을 포기하지 않는 식물성 육류 대체 식품이라든가, 중요한 영양을 공급하는 생선과 해산물을 육지에서 공급하는 테크놀로지 벤처들이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세포를 배양해 고기를 만드는 배양육 개발 벤처들에 관심과 투자가 몰리고 있으며, 곧 상품화를 앞두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같은 목적을 가지고 더욱 획기적으로 접근하는 벤처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바로 미생물 생명공학을 이용해 공기에서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기술로, 식물 단백질을 만드는 농지도 필요하지 않고 온실가스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그야말로 청정 단백질을 생산하는 접근방법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황당(?)한 기술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이 항공 우주 패권 경쟁을 할 때 우주 비행사 식품 조달 방법으로 연구된 테크놀로지다. 이때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팀은 특정한 수소 박테리아가 이산화탄소를 먹고 단백질을 토해낸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를 이용하면 아무것도 없는 우주에서도 인간이 내쉬는 이산화탄소를 바로 단백질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러한 기술이 상품화될 소비 시장이 없어 그대로 묻히고 40년 넘게 잠을 자게 된다.

이렇게 잊혀져가던 기술이 온실가스의 주요 요소인 이산화탄소 재활용 기술을 연구하던 미국 바이오 벤처 키버디(Kiverdi)의 사내 벤처로 시작한 에어프로테인(Air Protein)이라는 기업에서 진행된다. 이 회사의 창업자는 물리학자이자 생명공학자인 리사 다이슨(Lisa Dyson)이라는 흑인 여성인데, 그녀는 자신과 자신의 벤처를 “공영 복지 추구가 미션인(mission-driven) 벤처”라고 확고히 정의하고 있다. 이는 바로 이 기술로 공해의 근본 원인을 없애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탄산가스를 줄일 수 있으며, 무엇보다 생산과 수송 단가가 현저히 낮으면서도 콩보다 훨씬 우수한 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기에서 해가 되는 요소를 단백질로 전환하는 벤처는 에어프로테인뿐만이 아니다. 핀란드의 벤처기업인 솔라푸드(Solar Food)는 단백질에서 더 나아가 탄수화물과 지방을 뿜어내는 미생물을 개발하고 있다. 이미 기존 식품의 단백질 성분을 높이는 식재료 첨가물로 ‘솔레인’이라는 브랜드의 상품화를 진행하고 있다. 공기로 단백질을 만들어 상용화하고 있는 미국의 생명공학 기업 컬리스터(Calysta)도 있다. 이 벤처는 메탄가스를 단백질로 전환하여 동물 사료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인도 벤처인 스트링바이오(String Bio)도 소의 트림과 방귀에서 나오는 메탄으로 사료용 단백질을 제조하고 있다. 인도는 특히 소를 신성히 여기는 나라이기에, 소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는 어찌할 수 없이 함께 살아야 하는 공해라는 생각을 완전히 뒤집고, 신성한 소를 도축하지 않고도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전환시켜 기근과 빈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동물이나 해양 수산 양식의 사료로 사용하든 인류를 위한 육류 대체육으로 개발하든, 공기로 단백질을 만든다는 접근방법은 콩으로 육류를 대체하는 것보다 훨씬 더 친환경적이다. 예를 들어 1㎏의 대두를 생산하는 데 2500ℓ의 물이 필요하다면, 1㎏의 공기 단백질 생산은 10ℓ정도의 물만 있으면 가능하다. 더욱이 식물처럼 몇 달이 넘는 작물 재배 기간이 필요없고 기후와 토질의 영향을 받지 않고 단시간에 식품을 어디서나 생산할 수 있다. 또한 단백질을 필요로 하는 인구가 아무리 증가한다 해도 지구에 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이제껏 무분별하게 높여 놓은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를 줄여 아픈 지구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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