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K방역에 이은 K백신

입력 2021-06-16 05:00

박병립 정치경제부 부장대우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6월 초 임상시험용 백신 생산 현장에 방문했다. 이 소식을 듣고 ‘산업부가 백신 현장에는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라면 이해가 되지만 얼핏 보면 산업부는 백신과 거리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신도 제조의 영역에 걸쳐 있다’라는 공무원의 말에 바로 수긍이 됐다.

산업부는 백신산업 육성과 국내기업의 백신 임상시료 생산 지원을 위해 2017년부터 선제적으로 안동과 화순에 국제 규격의 시설을 갖춘 백신생산 위탁대행시설 및 장비를 구축해 왔다. 2020년 10월부터 안동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를 통해 다양한 국내 기업의 동물세포 기반 백신 공정개발, 임상시료 생산을 지원해 최근 코로나19 백신 임상시료를 생산하는 성과를 거뒀다.

백신 부족으로 세계 각국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백신 임상시료 생산은 큰 의미가 있다. 인류를 위해 백신 개발과 생산에 속도를 내는 것은 물론 부차적이지만 이를 통해 코리아(KOREA)의 국격이 한층 더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셀리드사가 개발 중인 이 백신은 1회 접종하는 백신으로서 얀센 백신과 동일한 플랫폼인 바이러스벡터 방식으로 현재 임상 1상 및 2a상 단계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번 안동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에서 위탁 생산한 백신은 신속하게 셀리드의 임상 2b-3상 진행을 위해 사용될 시료다.

박 차관은 “정부는 국내 백신 개발은 코로나19 종식과 우리나라의 팬데믹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민관이 힘을 모아 반드시 해내야 하는 과제라는 인식하에 국내 개발 기업을 지원 중”이라며 “산업부에서도 센터의 기능을 제고해 국내 기업의 백신 개발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정부와 기업의 준비가 있기에 ‘KOREA’가 세계에 다시 각인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방역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있을 당시 우리 K방역은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자가용을 타고 차 안에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 등 K방역은 세계 어느 나라도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방법으로 찬사를 받으며 K방역을 각국에 전파했다.

방역에 이어 이번엔 백신으로 코리아가 지구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섰다.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오후(현지시간) 유럽연합(EU) 정상들을 만나 코로나19 대응 전략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백신 개발에 대한 유럽의 선도적 능력과 한국의 우수한 생산 능력을 결합해 백신 생산 거점을 확대해야 한다”며 “한국은 글로벌 백신 허브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글로벌 백신 허브 역량을 강조하며 파트너십을 역설했다.

한국의 백신 생산에 대한 신뢰성은 앞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증명된 인정된 사실이다. 22일(현지시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원액을 완제 충전하는 방식으로 수억 도즈 분량을 생산해 전 세계에 공급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G7 회의에서 “개발도상국에 원활하고 공평하게 백신을 공급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이 말을 듣고 가슴속에서 뿌듯한 자긍심이 일어났다. 백신을 통해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 등 다른 나라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세계 각국은 경쟁하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한다. 태풍, 지진 등 자연재해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가 있으면 구호물자를 보내고 평상시에도 정부개발원조(ODA)를 통해 지구촌을 실천하고 있다. K방역에 이은 K백신으로 코리아가 인류에 다시 도움을 주며 각인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코리아가 코로나 백신 글로벌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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