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발자국 지우기 2050] 플라스틱 팬데믹...인류와 공존할 수 있을까

입력 2021-06-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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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탄소중립 2050

▲바다에 버려진 비닐봉지가 목에 걸린 채 헤엄치는 바다거북.      (게티이미지뱅크)
▲바다에 버려진 비닐봉지가 목에 걸린 채 헤엄치는 바다거북. (게티이미지뱅크)

플라스틱, 생산에 5초, 사용은 5분...분해는 500년

생산하는 데 5초, 사용하는 데 5분. 하지만 분해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500년. 플라스틱이 그렇다.

길게는 150년, 짧게는 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플라스틱은 이미 우리의 일상 속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가볍고 튼튼하면서 어떤 모양이든 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한 플라스틱은 ‘20세기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쓰임새가 다양하다. 하지만 최근 생태계 파괴와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골칫덩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플라스틱은 본래 ‘아무 모양이나 만들 수 있다’는 뜻의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했다. 어원처럼 플라스틱은 어떤 모양도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장점을 내세워 플라스틱은 가구, 가전, 일상용품뿐 아니라 건축이나 산업용품 등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것에 활용되고 있다.

자연적으로 썩지 않아...2025년까지 폐플라스틱 120억 톤

이처럼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플라스틱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플라스틱의 가장 큰 문제는 ‘생분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수많은 분자를 인공적으로 결합해 만든 ‘합성고분자화합물’이다. 천연에는 다당류, 단백질 등 분자량이 큰 고분자화합물이 있는데, 플라스틱은 인위적인 합성 과정을 거쳐 생산된 합성고분자화합물에 속한다. 이처럼 인공적으로 탄생한 탄소 배열은 자연계에는 없다. 즉, 보통의 플라스틱은 자연적으로 썩지 않는다는 것이다.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은 햇빛과 습기를 동반한 환경에서 풍화 과정을 거쳐 잘게 쪼개져 미세하게 변화한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대개 바다로 유입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쪼개져 작아진 5㎜ 미만의 작은 플라스틱(미세플라스틱)은 바다거북 등 해양생물이 먹이로 착각해 섭취하게 된다.

미세플라스틱에는 플라스틱 제조 시 첨가되고 주변의 해수로부터 흡착한 다양한 화학물질이 함유돼 있다. 미세플라스틱을 삼킨 해양생물은 장폐색, 섭식행동장애 등 부작용을 겪게 되며, 심지어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2017년 기준, 해마다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950만t이며, 이 중 15~31%가 미세플라스틱이라고 밝혔다.

생선ㆍ조개 통해 미세 플라스틱 섭취...1인당 매주 신용카드 한 장 분량

해양생물에 축적된 미세플라스틱은 물고기, 조개류 등을 통해 그대로 인류의 식탁에 올라간다. 2019년 세계자연기금(WWF)이 의뢰하고 호주 뉴캐슬대학교에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이 매주 먹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은 신용카드 한 장 분량(약 5g) 정도다. 체내에 유입된 미세플라스틱은 우리 몸에서 환경호르몬인 내분비계 교란물질(EDC)을 내보내며, 임신과 출산 등 생식 기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각종 연구를 통해 나타났다.

그런데도 ‘플라스틱 문명’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이 83억t에 달하며, 연간 약 3억t씩 생산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1950년 200만t이었던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5년 3억2200만t으로 무려 160배 이상 늘어났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와 조지아주립대 공동연구팀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83억t) 중 75%인 약 63억t이 쓰레기로 배출됐다. 또 플라스틱 쓰레기의 79%인 50억t은 매립이나 해양 유입 등으로 자연환경에 노출돼 있으며, 이런 추세로 간다면 2050년까지 120억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자연환경에 노출된다.

해결책은 없을까. 플라스틱의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는 두 가지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줄이는 ‘플라스틱 제로’, 자연에서 분해될 수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유럽연합(EU)은 2018년 ‘순환 경제를 위한 유럽의 플라스틱 배출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유럽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폐기물 중 절반 이상을 재활용한다는 게 핵심이다. 세부 내용을 보면 올해 7월부터 빨대·면봉·접시·풍선 등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금지하고, 2029년까지는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수병의 90%를 회수할 예정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도 주목받고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이란 자연에 있는 미생물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 등으로 완전히 분해되는 친환경 플라스틱이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생물체 유래 물질에서 발효 과정을 통해 고분자 단량체를 뽑아낸 뒤 중합해 만드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옥수수나 사탕수수에서 나오는 전분을 발효해 젖산을 만들고 이를 중합해 제조하는 바이오 플라스틱 PLA다. 다른 하나는 석유에서 유래한 물질을 이용하는 방식이 있다. 대표적으로는 석유 기반 생분해 플라스틱 PBAT가 있다.

하지만 현재 시중에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특정 조건에서만 생분해가 되거나 실용성이 낮은 플라스틱이라는 점에서 아직은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PLA의 경우, ‘섭씨 58도가 유지되고 미생물이 풍부한’ 특수 환경에서만 생분해된다. PBAT 역시 생산원가가 높고 사용기한이 짧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일회용 플라스틱 등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영역에서는 줄여야 하고, 줄일 수 없는 영역에서는 재활용을 원활하게 만들어 자원순환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플라스틱 투기가 일어나는 경우엔 생분해 플라스틱을 통해 환경오염의 문제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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