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소송 각하’ 후폭풍…"개인보다 국가를, 금시초문 법리"

입력 2021-06-08 16:41 수정 2021-06-0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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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일본 이어 미국과도 관계 훼손 가능성"

일본기업 16곳을 상대로 한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심 법원이 2년7개월여 만에 대법원과 정반대되는 판단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법부의 결정에 외교적 판단이 섞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양호 부장판사)는 전날 강제징용 피해자 84명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각하 결정을 하면서 “일본과의 관계 훼손” 등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먼저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을 상대로 소로써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이에 터잡은 징용의 불법성은 유감스럽게도 모두 국내 법적인 법해석”이라며 피해자들의 위자료청구권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부정했다.

그러면서 청구를 인용할 경우 비엔나협약 27조와 금반언 원칙 등 국제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1심은 “강제집행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라는 헌법상 대원칙을 침해하는 것으로 권리남용에 해당해 허용되지 않고 결국 피해자들의 청구권은 소구할 수 없는 권리에 해당한다”는 판단도 내놨다.

재판부는 “청구를 인용하는 본안판결이 선고돼 확정되고 강제집행까지 마쳐져 일본기업들의 손해가 현실화될 경우 국제사법재판소, 미국 등 국제사회의 여론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일본의 압박이 이어질 것임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도 국제 사회의 일원인 이상 이같은 압박은 매우 뿌리치기 힘든 사정이 될 수 있다”며 “국제재판에서 대한민국이 패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결이 국제중재, 국제재판 대상이 되는 것만으로도 사법신뢰에 손상을 입게 되는 것이나 패소할 경우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된다”며 “이제 막 세계 10강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문명국으로서의 위신은 바닥으로 추락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번 소송이 일본과의 관계에 미칠 영향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세계 4강의 강대국들 사이에 위치한 대한민국으로서는 자유민주주의를 공유하는 서방세력 대표 국가 중 하나인 일본과의 관계가 훼손된다”고 봤다.

아울러 “이는 결국 한미동맹으로 우리의 안보와 직결돼 있는 미국과의 관계 훼손으로까지 이어져 헌법상 안전보장 훼손, 질서유지 침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재판부는 “일본과는 강제징용 외에도 ‘영유권 주장 사안’과 ‘위안부 사안’이 있는 바 모두 또는 일부라도 국제재판에 회부되면 승소해도 얻는 것이 없거나 승소해도 국제 관계 경색으로 손해인 반면 한 사안이라도 패소하면 국격, 국익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것이 명백하다”고 짚었다.

특히 재판부는 “원고들의 재판청구권 등 기본권이 제한되는 것은 헌법상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및 국제법 존중주의라는 헌법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의 국제정세와 ‘외교적 우려’가 담긴 판결을 두고 시민단체들은 “일본의 보복과 이로 인한 나라 걱정에 법관으로서의 독립과 양심을 저버린 판단을 했다”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과거청산위원회 등은 공동논평을 통해 “민사소송 원고의 권리를 인정하면 ‘대한민국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가 위태로워진다는 금시초문의 법리를 설시하면서 개인보다 국가가 우선이라는 논리를 별다른 부끄러움 없이 판결문에 명시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판결의 사회적 효과는 원칙적으로 사법부가 판단근거로 삼을 영역이 아니다”며 “사회적 효과에 대한 판단 자체도 현저히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강제징용 소송 피해자들을 대리한 강길 변호사는 “외교, 정치, 국제 등 부분이 판단의 근거와 이유로 쓰였는데 민사 재판에서는 매우 드문 현상”이라며 “굉장히 특이하고 이례적인 판결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과 외교 문제가 걸려있기는 하지만 그건 나중 문제”라며 “현재로서는 불법행위에 의한 위자료 청구권이 존재하느냐로 한정해서 풀어야 하는 데 이해하기 힘든 이유가 설시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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