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지금] 지속가능한 도시화의 가치

입력 2021-05-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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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동아대학교 국제전문대학원 교수

당신은 도시에 살고 계신가?

서울, 부산, 인천, 대전 등 대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즉답할 수 있는 질문이나, 주소지가 읍·면이거나 소도시에 살고 있다면 잠시 고민이 될 것이다. 도시의 명확한 기준은 무엇일까? 그동안 각 지역, 나라마다 서로 다른 ‘도시’ 기준을 가지고 있어 도시문제에 대한 대응이나 도시발전 전략을 서로 비교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유엔 인간거주계획(UN-Habitat) 및 식량농업기구(FA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 국제노동기구(ILO) 등 6개 국제기구는 지난 5년 동안 연구조사를 통해, 기능적 도시 권역(FUA)을 표준화하였다. FUA를 정의하는 것은 나라 간 도시 발전의 비교를 가능하게 하며, 단순히 행정구역 단위 접근의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도시의 기능적, 경제적, 사회적 영향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표가 있다.

이 조사에서는 도시를 인구 규모에 따라 소형(5만~10만), 중형(10만~25만), 대형(25만~150만), 거대(150만 이상) FUA 4개 단위로 구분하였다. 해당 구분은 단순히 행정단위 구획에 따른 인구를 계상한 것이 아니다. 우선 인구의 50% 이상이 도심에 살고 있어야 도시로 간주된다. 이때 도심은 최소 5만 명 그리고 1㎢ 당 최소 1500명의 밀도를 띠어야 한다. 행정구역이 다르더라도 인근 지역에서 중심 FUA로 통근하는 인구가 15% 이상인 경우, 그 도시는 해당 FUA의 통근구역(commuting zone)으로 통합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김해는 부산 FUA에 속한 지역이며, 인천, 수원 및 경기도에 위치한 다수의 도시가 서울 FUA에 속한다. 전 세계 각 국가를 대상으로 FUA의 재분류는 다음과 같은 측정방법을 통해 진행되었다. 우선 위성으로 촬영된 토지를 면적 1㎢의 셀 격자(grid cells)로 나눈 다음, 각 셀 당 최소 1500명 이상인 모든 셀을 선택한 후, 최소 5천명 거주민이 있는 클러스터만 남긴다. 마지막 단계로 각 클러스터의 갭을 별도로 채우는 작업을 시행한다.

전 세계 각 지역 및 국가별 조사 결과는 기존의 도시 통계조사와 큰 격차를 나타냈다. 기존 분류에서 미국과 유럽, 남미 등이 높은 도시화 그룹이었다면, 새로운 기준을 적용한 조사에서는 북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의 도시화 정도가 높은 순위를 나타냈다. 신규 조사에서 국토 면적과 인구를 대비한 FUA 형성 개수는 해당 국가의 거대 도시권역화 수준을 의미한다. 기존 조사에서 세계 19개 지역 중 상위 포진했던 북유럽(2위), 서유럽(4위), 남유럽(6위)은 새로운 방식의 조사에서 각각 7위, 17위, 13위의 순위를 나타냈다. 조사결과는 이들 유럽지역이 도시화 정도와 거대 FUA 단위 형성이 낮음을 의미한다. 즉 이들 지역에서는 비교적 작은 단위의 FUA를 다수 형성하여 생활권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FUA 형성 개수에 대한 유럽 주요국가의 수치를 살펴보면 영국 96개, 독일 95개, 프랑스 88개, 이탈리아 84개, 스페인 81개 등이다. 한국 22개, 일본 63개인 아시아 지역과 비교할 때 다수의 중소형 FUA에 흩어져 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거대 FUA의 개수는 독일이 95개 FUA 중 7개 권역, 이탈리아가 84개 중 4개 권역에 불과한 데 반해, 한국은 22개 중 4개 권역, 일본은 63개소 중 6개 권역이 형성되어 있다.

거대 도시권역화의 장점은 효율성과 경쟁력 있는 경제권 형성, 행정적 편이성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권역의 형성은 상업 밀집지역과 베드타운이 유리되어 통근 시간을 늘림으로써 화석연료의 사용을 증가시킨다. 환경 문제뿐만이 아니다. 직장인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줄어듦으로써 사회 구성원 간 유기적 관계를 변질시킨다. 게다가 코로나와 같이 군집, 이동 등이 불리한 상황에서 거대 도시권역화의 문제점은 두드러진다.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밀라노, 스코틀랜드의 글라스고 등 유럽 FUA들은 거대 도시권역 형성의 피로감을 줄이고, 생태 중심의 도시 환경 조성을 위해 출퇴근, 병원, 쇼핑 등 생활반경 이동 시간을 15~20분으로 줄이는 분산형 도시 계획을 추진해 왔다.

지속가능한 도시는 경제, 환경, 사회적 기능 및 행정, 지역문화 유지 등 다양한 가치가 상생하여 존속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도시모델이다. 저출산과 인구유출로 인한 위기에 직면한 우리나라의 지방 도시들도 지속가능한 도시의 가치를 인식하여 도시권역화의 방향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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