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달라진 세상, 여전한 그들…'4차 건강가정계획' 둘러싼 반발

입력 2021-04-2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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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4차 건강가족계획' 발표
부계 혈연 중심 가족 개념 변화 예고
보수 종교 단체 중심으로 반발 확산
이미 변한 가족 형태…한 번쯤 겪어야 할 진통

▲정부는 가족 제도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며 한부모 가정에 대한 제도적 보호와 돌봄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는 가족 제도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며 한부모 가정에 대한 제도적 보호와 돌봄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가족' 하면 흔히 어머니, 아버지와 자녀를 떠올린다. 이른바 이성애 남녀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정상 가족' 개념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 뿌리 깊게 내렸던 이러한 가족 개념이 제도적으로 변화할 전망이다.

여성가족부는 27일 '4차 건강가족기본계획'을 발표하며 혼인·혈연·입양만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현행 법률 개정을 예고했다. 여가부는 이날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으며, 향후 2025년까지 이 계획에 따라 가족 정책을 바꿔나갈 방침이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가족의 범위를 규정하는 건강가정기본법과 민법을 개정해 동거·사실혼 부부와 돌봄과 생계를 같이 하는 노년 동거 부부, 아동학대 등으로 인한 위탁가족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법적 가족으로 규정할 방침이다. 그동안 우리 법은 가족 범위를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로만 한정했다. (민법 제779조)

또 아버지 성(姓)을 우선하던 기존 원칙을 부부 합의 하에 자녀 성을 결정하도록 바꿔 부계 혈연 중심 가족 제도를 변화시킬 계획이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혼인과 출산 감소, 만혼 현상 지속으로 가족 구성 지연 현상이 나타나고 가족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기본계획의 추진 방향은 모든 가족이 차별 없이 존중받으며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는 여건 조성에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사진=여성가족부)
(사진=여성가족부)

보수 종교 단체 "전통적 혼인·가족 제도 해체 반대"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 건강사회단체전국협의회 회원들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집회를 열고 KBS가 비혼출산 등 가정해체 지지 보도를 한다며 규탄 시위를 열었다. (뉴시스)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 건강사회단체전국협의회 회원들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집회를 열고 KBS가 비혼출산 등 가정해체 지지 보도를 한다며 규탄 시위를 열었다. (뉴시스)

4차 건강가족 계획이 발표되자 보수 종교 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나왔다. 한국교회총연합은 28일 입장문을 내고 "이러한 계획이 전통적 가정과 가족의 해체와 분화를 가속화 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세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전통적 혼인과 가족제도에 대한 해체를 의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교회반동성애연합은 이날 서울 거여역 앞에서 건강가족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해당 단체를 비롯 일부 기독교 단체는 남인순 의원이 지난해 9월 건강가족기본법을 '가족정책기본법'으로 변경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이후 그동안 꾸준히 규탄 시위를 열었다.

기독교뿐만 아니라 천주교 역시 정부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지난 21일 담화문에서 “여가부가 추진하는 비혼 동거, 사실혼의 법적 가족 범위 확대 정책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 가치로 여겨졌던 것과는 매우 다르다”며 여가부 정책에 반대의 뜻을 밝혔다.

가족 제도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반대는 겪어야 할 진통

▲2013년 1월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동성애 결혼 합법화 반대 시위. 수천명의 시위대가 '아빠 한명, 엄마 한명이 명백하다', '동성결혼 반대는 혐오가 아니다' 등의 팻말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2013년 1월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동성애 결혼 합법화 반대 시위. 수천명의 시위대가 '아빠 한명, 엄마 한명이 명백하다', '동성결혼 반대는 혐오가 아니다' 등의 팻말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종교계를 중심으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미 한국의 가족 형태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2인 이하 가구가 58%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그다음이 1인 가구(30.2%)다. 부부와 미혼 자녀로 구성된 가구는 전체의 29.8%에 불과하다.

사회 구성원의 생각도 이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2019년 여성가족부의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에서 응답자 3명 중 2명은 "혼인·혈연에 무관하게 생계와 주거를 공유할 경우 가족으로 인정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반대 움직임이 부계 혈통 중심주의가 강한 우리 사회가 한 번쯤은 겪어야 할 진통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미 다양한 가족 개념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유럽·미국 등 서구권 국가 역시 제도 변화를 꾀할 때 반발을 겪었다. 가장 앞선 가족 제도라는 평가를 받는 프랑스의 시민연대계약 (PACs) 제도 역시 도입 당시 진통을 겪었다. 프랑스는 2013년 4월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는데, 당시에도 대규모 반대 시위가 있었다.

한편 이번 '4차 건강가족계획'에는 부계 혈연 중심 제도 외에도 모든 아동이 빠짐없이 출생 신고가 되도록 의료기관이 국가기관에 아동 출생을 통보하는 '출생 통보제'와 다문화 가족에 대한 혐오 발언을 금지하는 조항 등 가족법 관련 다양한 개정안이 포함됐다. 자녀 양육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상속에서 제외하는 이른바 '구하라법' 도입도 검토할 예정이다.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여당이 이에 따른 사회적 진통과 반발을 어떻게 슬기롭게 통합해나갈지 주목된다.

시민연대계약(Pacte civil de solidarité, PACs)
1999년 도입된 느슨한 가족 결합 제도. ‘시민 연대 협약’이라고도 한다. PACs 계약을 맺으면 혼인 신고 없이도 동거인 간 상속이 가능하며 세금과 보조금 등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프랑스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기 전 동성 커플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됐으나, 결혼 대신 간소한 결합을 원하는 커플들이 많아지며 현재 프랑스의 많은 시민이 PACs로 가족을 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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