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세상] ‘역사’에 대한 예의

입력 2021-04-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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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워낙 시청률이 좋지 않아 많은 사람이 기억을 못하겠지만, 한때 거명조차도 불온시되었던 독립투사 김원봉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최근에 방영되었다. 그것도 지상파 MBC에서 말이다. 김원봉은 항일투쟁을 했지만 해방 후 월북하여 북한 정권의 고위직에 오르기도 하였다. 이 때문에 일제강점기에 김구보다 현상금이 높을 정도로 악명(?) 높은 인물이었지만 역사의 전면에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드라마 기획 당시에는 김원봉의 역할을 유지태가 맡으면서 과연 파란만장한 전설의 풍운아를 드라마에서 어떻게 그려낼까 하는 기대와 호기심이 컸었다. ‘이몽’이라는 타이틀로 두껑을 열었지만 결과는 대참패. 실제 인물의 깊이와 무게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점은 차치하더라도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김원봉의 주 활동공간은 중국과 만주였는데, 드라마에선 조선의 거리를 거침없이 활보하는 협객으로 분하여 종로 한복판에서 격투와 총격전을 수시로 벌이는 인물이 되어 버렸다. 이름만 김원봉을 가져왔을 뿐 역사적 기본 사실과는 전혀 다르게 연출된 셈이다. 창작과 상상력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순신 장군이 산적들과 싸우게 둘 수는 없지 않은가?

역사적 소재를 드라마나 영화화함에 있어 어디까지 창작이 허용되는가 하는 건 사실 해묵은 논쟁이다. 필자 역시 영화를 소재로 역사강의 하는 일을 꽤 오래 했었고 관련된 책을 두 권이나 쓴 마당에 이번 SBS의 ‘조선구마사’ 논란은 여러 생각을 들게 한다.

사실 역사왜곡이 어디 이 작품뿐이랴. 6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손예진 주연의 ‘덕혜옹주’<오른쪽>는 영화 한 편을 온전히 판타지물로 만들어 버리지 않았던가? 고종의 고명딸인 덕혜옹주는 독립운동을 가열차게 하고 그녀의 오빠들(의친왕, 영친왕)은 망명정부를 세우기 위해 수차례 궁궐 탈출을 시도하였고, 뜻을 이루기 위해 목숨까지 바친다는 내용에 이르면 어린 학생들에게 이 허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루어지는 역사는 훨씬 임팩트 있게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역사의 창작은 허용될 수 있을까? 관련 논문을 다 뒤져봤지만 정답은 없었다. 그래서 역사영화 전문가로서 최대한 근사치의 답을 도출해 봤다. 대중의 역사적 상식을 배반하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역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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