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3.0

입력 2021-03-24 17:29 수정 2021-03-24 17:33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호준 대신지배구조연구소장)
(▲김호준 대신지배구조연구소장)

현재 개정을 앞둔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의 단기적인 변화 방향으로 일본을 참고했다면, 중장기적 변화는 전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이고 선진적인 영국 코드를 참고하면 된다. 코드의 평가, 명확한 정책 의지, 내용의 포괄성과 엄밀성까지 그야말로 ‘코드 3.0’으로 부를 만하다. 2012년 1차 개정 후 2020년부터 전면 개정 후 시행되고 있는 영국 스튜어드십 코드의 특징과 세부 항목들을 살펴보고 코드 적용의 이상적인 모습들을 조망해 보자.

영국은 재무보고위원회(FRC, Financial Reporting Council)에서 코드를 직접 담당한다. 금융당국에서 코드를 실효성에 따라 평가하여 등급(Tier)별로 나눈다. Tier3 등급을 받은 기관이 개선이 없으면 코드 가입은 무효가 된다. 코드 가입은 했으나 ‘제대로 된 수탁자책임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은 기관은 제외하는 것이다. 한국과 차이가 크다.

영국의 개정 코드는 기존에는 한국이나 일본처럼 ‘7대 원칙(Principles)’뿐이었으나 이제 2세트로 분화하면서 보다 전문화ㆍ구체화했다. 연기금이나 보험사 또는 자산운용사에게 적용되는 ‘자산소유자 및 운용사용 12대 원칙’, 그리고 이들에게 의결권 자문이나 ESG 평가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자문사용 6대 원칙’이다.

먼저 도입(Introduction)에서는 기존의 코드 원칙들을 준수하고 이중 ‘일부 따르지 못한 경우 그 사유를 충실히 설명’(Comply or Explain)하는 방침을, 코드 ‘원칙들을 적용한 후 그 활동과 결과를 설명하는’(Apply and explain)으로 변경했다. 즉, 수탁자 책임 의무에 요구되는 활동들을 모두 이행할 뿐 아니라 소기의 성과까지 거둬야 한다고 명확히 한 것이다. 이러한 기조는 마지막 원칙인 Principle 12 ‘권한과 책임의 적극적 행사’(Signatories actively exercise their rights and responsibilities)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의지를 넘어 결기까지 느껴진다.

자산소유자 및 자산운용자 12대 원칙들은 ①Purpose와 Governance ②Investment Approach ③Engagement ④Exercising rights and responsibilities 등 4가지 카테고리로 나눠진다. 한국에서는 아직 낯설지만, 해외에서는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도 많이 활용하고 있는 ‘자산운용지침 가이드라인’(IPS, Investment Policy Statement)과 흡사하다. 고객과 수익자의 수요에 따라 자금운용기관의 확고한 철학을 중심으로 자금의 성격과 위험 성향(Risk Tolerance)에 따른 자산 배분(Asset Allocation)과 전략을 도출해 이를 투자에 반영하고 수익 및 위험관리(Return & Risk Management)를 맡는 것을 의미한다. 코드에서는 Principle1처럼 ‘지속가능성과 ESG에 따른 장기 가치 창출’이 대전제가 될 것이다.

Principle 4에서는 ‘시장 전체 시스템 리스크’의 포착과 대응을 강조한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도미노처럼 퍼져 나가는 자본시장의 위험을 시장 참여자가 스스로 감지하고 또 지켜내자는 것이다. 최근 팬데믹과 기후위기에 직면한 만큼 공동 대응의 필요성은 더욱 증가했다.

코드 가입기관은 이러한 ‘수탁자 책임활동들의 효과’를 지속적으로 평가, 관리 및 검토하고(Principle 5), 이러한 정책이 일관되게 반영될 수 있도록 자산운용사나 의결권 및 ESG 자문업체를 모니터링(Principle 8)해야 한다. 지속가능성은 전방위적으로 지속해서 추진하는 게 필수다.

핵심은 ESG 관련 중요한 수탁자책임을 조직 내에서 시스템상으로 투자와 통합하는 것인데(Principle 7), 이슈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해 자산가치의 손실을 막거나 보전하고, 오히려 이를 기회로 장기적으로는 가치를 더욱 향상할 수 있도록(Principle 9)해야 한다. 이후 이러한 활동과 결과는 고객 및 수익자와 소통하도록 한다(Principle 6).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투자자들뿐 아니라 해당 회사, 고객, 연구 단체 또는 정부 당국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하며 해당 회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야 한다(Principle 10). 예컨대, 투자회사가 탄소정책 준수 요청을 지속해서 무시하는 경우, 이러한 정책을 지지하는 그 회사의 주요 고객과도 협력해 해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탁자책임활동의 주제들은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다(Principle 11). 이때 중점 이슈들은 해당 기관의 우선순위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한국의 코드는 이상의 영국처럼 갑자기 대대적으로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원칙의 개수보다 중요한 건 실행이다. 이러한 방향과 개념이 가능한 한 많이 반영되는 현실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충전 불편한 전기차…그래도 10명 중 7명 "재구매한다" [데이터클립]
  • "'최강야구'도 이걸로 봐요"…숏폼의 인기, 영원할까? [이슈크래커]
  • 신식 선수핑 기지?…공개된 푸바오 방사장 '충격'
  • 육군 훈련병 사망…완전군장 달리기시킨 중대장 신상 확산
  • 박병호, KT 떠난다 '방출 요구'…곧 웨이버 공시 요청할 듯
  • 북한 “정찰 위성 발사 실패”…일본 한때 대피령·미국 “발사 규탄”
  • 세계 6위 AI국 韓 ‘위태’...日에, 인력‧기반시설‧운영환경 뒤처져
  • 4연승으로 치고 올라온 LG, '뛰는 야구'로 SSG 김광현 맞상대 [프로야구 28일 경기 일정]
  • 오늘의 상승종목

  • 05.28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379,000
    • -1.36%
    • 이더리움
    • 5,377,000
    • -1.47%
    • 비트코인 캐시
    • 648,500
    • -5.4%
    • 리플
    • 736
    • -0.67%
    • 솔라나
    • 237,700
    • +1.89%
    • 에이다
    • 633
    • -2.16%
    • 이오스
    • 1,121
    • -3.36%
    • 트론
    • 155
    • -0.64%
    • 스텔라루멘
    • 150
    • -1.96%
    • 비트코인에스브이
    • 86,550
    • -2.26%
    • 체인링크
    • 25,030
    • +3.86%
    • 샌드박스
    • 619
    • -1.2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