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에너지 공기업 수장 대부분이 바뀌었다. 특히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석유공사 등 내노라하는 대형 에너지공기업들에 새로운 피가 수혈되면서 공기업 체질 개선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김쌍수 한전 사장은 '혁신전도사'라는 별명답게 낡은 한전의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위대한 일등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한전 10개 자회사 중 7개의 수장을 민간 혹은 관료출신으로 교체하는 한편 공기업 비리 근절과 상벌제도 도입 등으로 청렴도도 함께 강조하고 있다.
주강수 가스공사 사과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도 오랜 기간 에너지업계에 몸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민영화를 예고했던 가스공사는 경쟁원리를 도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 5곳은 전기요금 인상을 고려해 경영을 효율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 등 에너지 공기업들은 전체 인력의 10% 내외를 감축하는 인력 중심의 구조조정 방침을 세웠다.
특히 공기업 구조조정이 인원감축만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는 정부 쪽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일선 공기업에서는 대규모 감원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공기업들도 감원 외에는 뽀족한 선택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기획재정부가 구조조정 강도가 미진하다면서 보완을 지시, 정부 쪽에서 인원감축 규모를 15%로 늘리라고 요구해 왔다"며 "공문 등 서류 등을 통해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부처 담당자가 구체적인 감원 방안까지 제시해 가며 구두로 지시해 왔다"고 밝혔다.
◆한국석유공사, 해외석유개발사업 확대
에너지 공기업들이 정부의 종용에 경영효율화 방안으로 인원감축 목표를 정하긴 했지만 현실적인 수단이 없는 것도 고민이다. 당장 노조가 순순히 응할리도 없을뿐 아니라 '희망퇴직'도 11년 전 외환위기의 경험이 남아있기 때문에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나마 정년퇴직 등이 가능한 한전은 단계적으로 10% 가량의 감원이 가능한 형편이지만, 가스공사는 2012년까지의 자연감소 인원이 채 50명에도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400명 이상의 기존 직원을 강제 퇴출시켜야 할 마당에 어떻게 신규채용을 할 수 있겠느먀"며 "기존 직원들도 살아남기 위한 줄서기에 급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공기업의 특성과 경제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인력감축 위주의 구조조정에 대해 전문가들은 물론 정부여당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대형화는 자본금 확충이 중심인 만큼 다른 공기업에 비해 인력조정이 덜할 수는 있겠지만 예외는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석유공사는 최근 국내 비축기지를 담당하던 건설사업본부를 폐지한 데 이어, 국내 및 지원업무 관련 조직은 과감히 정리·축소한다는 방침이다. 대신 유전개발 부문에 정리된 조직과 인력을 전진 배치시킬 계획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일부 조직에 대해 구조조정을 이미 단행한 바 있다"며 "하지만 정부의 방침에 부응하기 위해 추가적인 개편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신 유전개발 부문은 신규탐사본부와 개발생산본부의 2본부 체제로 확대하는 등 해외 석유개발 사업은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