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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금] 램지어 논문 사태에 침묵하는 일본

입력 2021-03-03 06:00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정치학 전공

하버드대 로스쿨 소속인 마크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한 비판의 물결이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램지어 교수는 태어나자마자 일본으로 이주, 18세까지 있었다. 그는 일본어에 능통하고 전범 기업 미쓰비시의 자금을 받아 1998년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됐다.

램지어 교수는 문제의 논문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면서 업자들과 여성들이 자유롭게 ‘성계약’을 맺었고 강제연행 같은 사실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그는 최근 자신의 논문의 중대한 결함을 스스로 인정했다. ‘성계약서’ 자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시인한 것이다. 바로 그의 논문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즉 램지어 교수 논문의 핵심 부분이 무너졌는데 필자도 그 사실을 확인했다. 램지어 교수 논문이 실릴 예정이었던 미국 저명 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 측에서 2월 초 필자에게 램지어 교수 논문에 대한 코멘트를 요청했다.

학술지 측은 세계에서 10인 정도 학자들에게 코멘트를 요청해서 램지어 교수 논문을 검증하려고 했다. 필자는 영문으로 소논문을 작성해서 2월 20일 자로 보냈다. 여기에서 필자도 성계약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과 여성들이 업자들과 협의하면서 계약서 내용을 함께 바꿔나갔다는 램지어 교수의 주장에는 증거가 전혀 없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리고 필자는 좀 더 중요한 내용을 언급했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계약서 양식을 분석했는데 물론 한국 여성들과 업자들 사이에 맺은 계약서는 전혀 남아 있지 않다. 남아 있는 것은 업자들이 일본 여성에게 제시한 계약서 양식만 하나 있었다. 또 체결된 계약서는 전혀 없었다. 그것도 성계약서인 ‘매춘부 계약서’가 아니었다. 당시 일본 내에서는 공인된 매춘부를 ‘공창’이라고 했고 ‘창기’라고도 했다. 1946년 이전에는 아직 일본 내에서 공인된 매춘이 합법이었기 때문에 여성들이 그런 공창, 창기가 되려면 업자들과 ‘공창(창기) 계약’을 맺어야 했다.

반면 남아 있는 일본어 계약서 양식은 ‘매춘부 계약서’가 아니라 ‘작부 계약서’ 형식이었다. ‘작부’는 손님에게 음식 접대를 하는 여성을 말한다. 당시 일본에서 매춘부와 작부는 명백히 구별했다. 그러므로 매춘부 계약인 ‘창기 계약’과 접대부 계약인 ‘작부 계약’은 별도의 계약이었다. 당시 일본군이나 정부가 선정한 업자들이 일본 여성들을 작부라는 명목으로 계약하고 위안소에 도착하면 매춘만을 강요당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폭력이 동원됐다는 증언도 많다. 소위 속여서 연행해 사람의 신체를 구속하는 유괴행위가 일본이나 한국에서 자행된 것이다.

여기서 일본군은 왜 자국 여성들에게 창기 계약 대신 작부 계약을 맺게 했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런 의문은 핵심적인 것이다. 일본은 1925년 성매매를 금지하는 국제조약에 가입했다. 그리고 1927년 상하이를 비롯해 해외에서의 공창제 즉 매춘제도를 폐지했다.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본격적인 시작은 1937년인데 국제조약으로 인해 해외에 있는 군 위안소에 매춘부를 둘 수 없게 된 일본은 작부 계약, 예기 계약, 여급계약, 간호사 보조역 계약, 병원 노동자 계약 등의 형식을 빌려 여성들을 속여서 동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 이렇게 동원한 여성들은 매춘부가 되는 것만을 강요당했다. 유괴의 전형적인 사례가 일본군 ‘위안부’ 제도였던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여성들을 강제 연행한 사례가 많았다. 인도네시아에서도 네덜란드 여성들을 강제 연행한 사실이 있고 그 책임자는 전후 인도네시아 전범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렇게 일본군 ‘위안부’는 한국은 물론 세계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상황을 살펴야 한다.

그런데 램지어 교수는 여성들이 강제로 위안부가 된 사례를 하나도 소개하지 않았다. 그는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갖고 일본의 극우와 거의 같은 주장을 논문이라는 형식을 빌려서 쓴 것이므로 진실을 모두 가렸다. 전 세계가 분노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현재 램지어 논문에 대해 일본 정부와 언론은 이상할 정도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산케이신문이 램지어 교수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논문을 소개했지만, 이후 일본 언론들은 이와 관련된 기사를 거의 쓰지 않았다. 정부나 언론 모두 램지어 논문을 상세히 보도하면 위안부’ 문제의 실상을 일본인들이나 세계 사람들이 더 잘 알게 된다고 우려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 고관이 최근 램지어 교수 논문을 옹호했고 한 가십 언론은 한국이 반론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 측 반론은 이제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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