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뿌리뽑자-下] "피해 신고 했다간 선수 생명 끝"…피해자 방치 관행 학폭 키웠다

입력 2021-02-24 19:00

본 기사는 (2021-02-24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교육부-문체부 학폭 가해 학생 선수 사실상 퇴출…"인성 교육 강화해야"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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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진학 때문에 말하지 못하는 거죠. 신고한 사실이 밝혀지면 전국 대회 출전 명단에서 제외해 버리니까요."

스포츠공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A 씨는 23일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학폭 미투'(나도 학폭 당했다) 폭로가 뒤늦게 불거진 이유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A 씨는 "피해 학생이나 부모들은 조사받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라며 "학부모들 사이에 어느 부모가 민원을 넣었다는 게 알려지는 순간 학생의 선수 생명은 끝나는 것과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체육대학교를 졸업하고 태권도 지도자로 생활하는 B 씨는 "알게 모르게 많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아무래도 아직 체육계는 학연, 지연을 무시하지 못하니 부모가 운동 선수 출신이면 힘이 막강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프로배구선수 이재영·다영 선수에 대한 학교폭력 논란 증언을 시작으로 학교 폭력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사태는 체육계를 넘어 연예계까지 퍼져 나갔다. 배우 조병규·박혜수·(여자)아이들 수진까지 학폭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다.

추가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박지훈 변호사(법무법인 현)는 '축구 학폭'을 폭로했다. 박 변호사는 축구 국가대표 출신 스타선수가 초등학생 시절 축구부 후배를 수십여 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두 명이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각각 최근 수도권의 한 명문 구단에 입단한 국가대표 출신의 스타 플레이어이고, 광주 지역의 한 대학에서 외래교수로 일하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당시 초등학생이었기 때문에 형사미성년자이고, 공소시효도 지나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민법상 불법 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소멸시효도 지나 배상을 받기란 쉽지 않다. 다만 박 변호사는 이들이 가해자들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를 원한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은 다른 이들의 피해 폭로에 용기를 얻는 분위기다. 적게는 몇 년, 길게는 십몇 년 전에 입었던 피해를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된 심리다.

학폭 피해자의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응답은 2017년 0.9%(약 3만7000명)에서 2019년 1.6%(약 6만여 명)로 두 배 이상 많아졌다.

A 씨는 반복되는 학교 폭력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일벌백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A 씨는 "피해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고소고발 조치가 돼서 행동을 억제할 수 있도록 코치 등 지도자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고 했다.

정부도 학교 폭력 근절을 위해 칼을 빼 들었다. 교육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제4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이날 '학교운동부 폭력 근절 및 스포츠 인권보호 체계 개선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개선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학폭을 저지른 학생선수는 선발과 대회 참가 등이 제한된다. 정부가 징계정보를 통합 관리해 스포츠 구단과 국가대표, 대학 등에서 선수를 선발할 때 학교폭력 관련 이력을 확인해 선발을 제한할 방침이다. 퇴학 처분을 받은 고등학생에 대해서는 선수 등록을 원천 봉쇄한다.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하고, 이들이 계속 대회에 출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스포츠윤리센터가 임시보호를 지원한다. 스포츠윤리센터는 3∼4월간 집중신고기간 운영 및 온라인 모니터링을 통해 적극적으로 신고 접수를 받아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지도자의 길을 걷는 전 스포츠 선수 C 씨는 "기강을 잡는다는 이유로 스포츠계의 폭력이 만연했던 게 사실"이라며 "의식 개선과 인식의 변화로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경직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폭력이나 강압에 익숙해진 문화가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다 보니 가해자는 죄의식이 없고, 피해자는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기회에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인성 교육은 물론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을 알리고 보호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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