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법률-이혼] 양육비 미지급, 강한 처벌만이 해결책일까

입력 2021-02-23 15:14 수정 2021-02-2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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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고 아이를 키우지 않는 부모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 양육비는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는데 반드시 필요하고, 양육비를 지급하는 것은 부모의 당연한 책임이다.

그런데 이혼하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도 많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경제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할 여유가 있으면서도 일부러 지급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양육비는 단순한 민사 문제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국가에서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도 만들고, '양육비이행관리원'이라는 기관도 만들어서 양육비를 받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배드파더스', '배드페어런츠'라는 단체에서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신상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했는데, 이 단체의 운영자들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고, 검찰도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서 기소했다. 그런데 얼마 전 법원은 이 단체 운영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전 쇼트트랙 선수 김동성 씨가 '배드파더스'에 이름이 올라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고, 실제 배드파더스에 이름이 오르거나 오를 것이 예상되자 밀린 양육비를 지급한 사람들도 여럿 있다고 한다. 이를 보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사람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기존에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를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구금하는 감치를 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법이 개정돼 감치 결정을 받고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람의 운전면허를 정지할 수 있도록 했고,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감치 결정을 받고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람의 이름, 나이, 직업, 주소, 근무지를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양육비는 아이의 건강한 성장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해결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런데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신상정보 공개와 같이 양육비 미지급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수단으로 불이익을 주면서 양육비 미지급을 해결하는 것이 적절한지, 얼마나 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강한 불이익을 줘서 양육비 미지급을 해결할 수 있다면 더 큰 불이익을 주는 방법도 얼마든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람에게 세금을 더 많이 물린다든지, 금융거래를 못 하게 한다든지 하면 더 큰 압박이 될 것이다. 또한 양육비 미지급뿐만 아니라 다른 정책적 목적을 위해서도 운전면허 정지나 신상공개 같은 수단을 쓰자고 한다면 과연 타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양육비를 지급해야 하는 부모 입장에서, 내가 지급한 양육비가 내 아이의 양육에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믿지 못해 양육비를 지급하지 못하겠다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그렇다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것이 정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양육비를 지급받아 그 돈을 아이 양육에 쓰지 않는 부모의 행동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내가 지급한 양육비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걱정하는 부모의 생각은 무시하는 것이 타당할까. 필자가 앞서 기고한 글에서도 설명한 바와 같이, 얼마 전 고등법원은 아이 명의로 계좌를 만들어 체크카드로 양육비를 지출하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양육비 지출 내역을 정기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하는 사람에게 알려주도록 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파기됐지만, 이러한 방법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기 보다는 실제 이러한 방법으로 양육비를 관리할 마땅한 제도적인 수단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판결을 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강한 처벌만으로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없고, 사람들이 스스로 행동을 하게끔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양육비를 주는 사람이 내가 준 양육비가 제대로 잘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인 수단이 생긴다면 양육비 미지급 문제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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