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의결 시 총파업 불사"…'의사면허취소법'에 대한 의사들의 생각은?

입력 2021-02-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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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개정안이 의결되면 전국 총파업 등 전면적인 투쟁에 나서겠다"

▲의사들이 지난해 8월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열린 의료 4대악 정책추진 반대 전국 의사 총파업 궐기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의사들이 지난해 8월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열린 의료 4대악 정책추진 반대 전국 의사 총파업 궐기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금고 이상 형을 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총파업을 거론하고 나섰다. 의료계가 총파업을 강행할 시 오는 26일 예정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살인, 강도, 성폭행 등 강력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에는 허위진단서 작성 등 형법상 직무 관련 규정이나 의료 관련 법령 위반으로 금고형 이상을 받을 때만 의사면허 취소가 가능했는데, 의료법뿐 아니라 다른 범죄와 관련해서도 면허가 취소되도록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면허 취소 기간도 늘어난다.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은 경우엔 형 집행 종료 후 5년간 면허 재교부가 금지되며, 집행유예는 기간 만료 후 2년까지 면허가 취소된다. 기존에는 의료법을 위반해 금고 이상 형을 받으면 3년간 면허가 취소됐다. 다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면허 재교부가 가능하므로 영구히 면허가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 또, 의료과실로 처벌받을 경우엔 의사의 업무적 특수성을 반영해 금고 이상의 처벌을 받더라도 면허 취소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조치는 본래 다른 전문직과의 형평성을 맞추고자 마련된 법안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변호사나 공인회계사, 법무사 등 다른 전문직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면허가 취소되며, 국회의원 역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기존 의료법에는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형 이상을 받을 때만 면허가 취소됐는데, 의료법뿐 아니라 다른 범죄와 관련해서도 면허가 취소되도록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문턱을 넘은 데 대해 의협은 의결 시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압박했다. 대한의사협회 전국 16개 시도의사회 회장은 20일 성명서를 통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표명한다.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이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된다면 전국의사 총파업 등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다. 코로나19 대응에 큰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경고했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 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접종 의정공동위원회 2차회의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 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접종 의정공동위원회 2차회의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협 "과실범죄에도 제재 가해져 무고한 피해 우려"

의료계에서 개정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협은 의료인의 결격 사유를 모든 범죄로 확대할 경우 살인과 같은 중대범죄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등 과실범죄에도 제재가 가해질 수 있어 무고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김대하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22일 방송된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살인이나 성폭행을 저지른 사람이 의사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라면서도 "예를 들어 고의성이 없는 과실에 의한 교통사고나 최근에 전·월세 등에 관한 임대차법 등을 어겨서 징역형을 받은 사람에게 의료 행위를 못 하게 하는 게 이 법의 취지인 안전한 의료 환경을 만드는 것과 연관이 있겠는가. 그렇게 하는 게 의료인이 의료와 관련된 잘못된 짓을 저지르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해영 의협 법제이사도 이날 방송된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번 개정안은 과거 유신 때 만들어진 법률을 부활시키고 나아가 오히려 강화한 것"이라며 "가장 큰 문제점은 살인과 같은 중대범죄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등 과실범죄까지도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범죄의 적용 범위를 일률적으로 확대할 경우 무고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 가장 염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개정안이 의료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한다. (뉴시스)
▲의협은 개정안이 의료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한다. (뉴시스)

의협 "법안, 의료계 특수성 고려 안 해…타 전문직과는 차이 있어"

의협은 개정안이 의료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한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면허가 취소되는 변호사·공인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22일 "변호사는 변호사법에서 그 역할로 인권에 대한 옹호와 정의 구현을 명시하고 있고, 의사는 의료법에서 그 역할로 국민건강 보호와 증진을 정해놓고 있어 그 역할과 전문성에 차이가 명확히 존재한다"며 "정의 구현을 역할로 하는 법 전문가인 변호사의 위법행위와 의료전문가인 의사의 의료와 무관한 위법행위가 같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2019년 헌법재판소에서 "범죄로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은 일정 기간 변호사가 될 수 없도록 한 것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린 판례를 내세웠다.

당시 헌재는 "의사·약사 등과 달리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여 직무의 공공성이 강조되고 그 독점적 지위가 법률사무전반에 미치므로 변호사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의 종류를 직무 관련 범죄로 제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자의적인 차별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판결문에 명시했다. 즉, 변호사는 의사와 달리 직무의 공공성이 강조되기 때문에 직무와의 연관이 없어도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받으면 면허를 제한해도 된다고 본 것이다.

김해영 의협 법제이사도 "전문 자격증이나 면허 같은 것을 보면 직업의 선택, 수행의 자유와 관련해서 직업에 지장이 없다면 제한을 하지 않는 게 일반의 형태"라며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이 직업 결격사유의 제한에 관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면허관리제도 등 '자율징계'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연합뉴스)
▲의협은 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면허관리제도 등 '자율징계'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연합뉴스)

의협, '자율징계' 대책 제시…"자율적으로 관리할 기회 박탈"

의협은 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면허관리제도 등 '자율징계'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의협은 19일 성명서를 통해 "대한의사협회의 중앙윤리위원회를 통한 자율징계와 보건복지부와 함께 시범사업 중인 전문가평가제, 그리고 대한의사협회의 면허관리원 설립 추진 등 의료인의 자율적인 면허관리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 중"이라며 "의료인의 면허 결격사유를 범죄의 종류나 유형을 한정하지 않은 채, 사실상 모든 범죄로 하여 강제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오히려 의료인이 자율적으로 윤리의식을 제고하고 스스로 엄격하게 면허를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협 제41대 회장선거 입후보자 6명도 "의사면허는 의료법 개정이 아닌 자율징계를 통해서 관리가 가능한 문제"라며 "무차별적인 징계는 진료현장에서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므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별도 성명을 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22일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의협이 갑자기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다분히 곧 있을 의협 내부의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투데이DB)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22일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의협이 갑자기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다분히 곧 있을 의협 내부의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투데이DB)

의료계에서도 비판 존재…"진료거부까지 할 사안은 아냐"

이같은 의협 대처에 비판 여론이 나오고 이다. 의료계 내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사회적인 합의나 토론이 필요한 사안일지는 몰라도 총파업 등 진료거부를 할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22일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개정안은 정확하게는 의사를 포함한 간호사, 한의사 등 '의료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다른 직렬들이 가만히 있는데 의사들만 이렇게 문제인 것처럼 부각되는 것은 포커스 자체가 잘못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형준 위원장은 "법률적이나 윤리적으로 다루는 부분은 사회적인 합의로 해야 할 문제지 의협이 실력 행사를 해서 처리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그냥 '자율규제만 하겠다'가 아니라 전문가 단체답게 대안 제시를 해야 한다. 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과 어떤 것이 다르고 무엇이 더 필요한지를 국민적으로 어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에도 정부가 정책을 철회해가면서 양보했는데 한번 그렇게 하니까 계속 그러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며 "상임위 통과를 통과하고 나니까 갑자기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곧 있을 의협 내부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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