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거] 뜨거운 학폭 논란…사과에도 더 화나는 이유

입력 2021-02-18 07:00 수정 2021-02-1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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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이재영·이다영·송명근·심경섭 등 연예·스포츠계 줄이어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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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라는 단어가 인터넷을 점령했습니다.

단순한 뜻으로 정의되기엔 너무나 부족한 지독한 아픔. 마음 깊숙이 묵혀뒀던, 하지만 결코 잊힐 수 없었던, 아픈 과거의 재생 버튼. 학교폭력(학폭) 폭로입니다.

2021년 연초부터 터져 나온 학폭 의혹. 시작은 TV조선 인기 프로그램 ‘미스트롯2’였습니다. 지난달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학교 폭력 가해자가 ‘미스트롯2’에 나옵니다”라는 글이 올라온 건데요.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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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 씨는 “20년 전 저에게 학교폭력을 가했던 가해자 중 한 명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미스트롯2에 나온다”고 폭로했습니다.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수도 없이 폭력을 행사했고, 돈과 옷, 가방 등을 빼앗아갔다고 덧붙였죠. A 씨는 실명을 밝히진 않았지만, 중학교 졸업앨범 사진을 첨부했고, 네티즌들은 곧바로 진달래를 가해자로 지목했습니다.

다음 날인 31일 진달래는 소속사를 통해 학폭 사실을 시인했는데요. 입장문을 통해 “과거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고 ‘미스트롯2’에서 자진 하차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소속사는 해당 입장문 발표 전에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조치까지 취할 것이라는 ‘엄포’를 내놓아 더 비난을 받았는데요. 거기다 과거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어릴 적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다. 일찍 철이 들었다”고 말한 진달래의 발언까지 회자되며 여론은 더 싸늘해졌습니다.

진달래 이후 사그라들 줄 알았던 ‘학폭 폭로’는 더 거세졌습니다. 한국 여자 배구 간판선수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등장 때문이었죠.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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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인 이재영, 이다영 자매는 초등학교 때부터 이름난 배구선수였습니다. 눈에 띄는 외모만큼이나 고3 때 국가대표에 뽑힐 만큼 실력 또한 출중했죠. 작년에는 쌍둥이 자매가 나란히 여자 프로배구팀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더 큰 이슈가 됐습니다. 이들은 각각 18억, 12억 원이라는 거액 연봉(옵션 포함 3년 총액)을 받았는데요. 쌍둥이 자매 ‘스타성’에 거는 기대가 컸던 셈이죠.

하지만 올해 초 이다영의 부진이 계속되며 흥국생명 팀워크 잡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팀 주장인 김연경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내부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이다영은 자신의 개인 SNS를 통해 “괴롭히는 사람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죽고 싶다”며 자신이 괴롭힘을 당하는 피해자임을 명시했죠.

그런데 진짜 피해자는 다른 곳에서 등장했습니다. 10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현직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들입니다”라는 게시글을 통해서죠.

작성자 B 씨는 현직 배구선수가 칼을 가져와 협박하고, 돈을 뺏고, 폭행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러면서 본인뿐 아니라 총 4명의 피해자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작성자 B 씨는 증거로 초등학생과 중학생 때의 배구 시합 사진 등을 첨부했는데요. 이를 토대로 이재영, 이다영 자매가 학폭 주인공으로 떠올랐고, 곧바로 이들은 학폭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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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필 사과문을 통해 이재영과 이다영은 “잘못한 언행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낸 분들에게 대단히 죄송하다”며 “피해자 분들에게 찾아가 직접 사과하고 싶다”고 전했죠. 재빠른 사과문 작성에도 대중들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학폭은 피해자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일뿐더러, 자신의 과거 행적은 생각지도 않고 SNS를 통한 섣부른 발언이 거한 철퇴로 돌아왔는데요. 흥국생명과 대한배구협회는 이들의 경기출전을 ‘무기한 정지’했고, 광고주들과 방송사들은 하나같이 자매의 영상을 삭제했습니다.

피해자들 또한 사과문이 공개된 이후 “글 하나로 10년의 세월이 잊히고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는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죠.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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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두 자매의 어머니인 김경희 씨에 대한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1980년대 명세터로 이름을 날렸고, ‘88 서울올림픽’에도 국가대표로 출전한 김경희는 딸들 또한 유명 배구선수로 키워낸 공로로 대한배구협회가 수여하는 ‘장한 어버이상’을 받기도 했었는데요.

김경희 씨가 과거 쌍둥이 딸들의 팀 전술에 개입한 의혹과 선수 시절 당시 집단 체벌 논란에 휩싸였던 점이 논란이 됐습니다. 여러 논란과 학폭 이슈에 대한배구협회는 김경희 씨에게 수여했던 ‘장한 어버이상’ 수상을 취소하기에 이르렀죠.

배구계 학폭 논란은 이들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은 13일 소속 선수 송명근과 심경섭의 학폭 의혹을 시인하고 공식으로 사과했는데요. 앞서 이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 C 씨의 폭로글이 논란이 된 직후였죠. C 씨는 이들의 폭력에 고환 봉합 수술까지 받았다고 전했는데요. 당시 감독조차 해당 사건을 덮기에만 급급했던 것으로 알려졌죠.

송명근과 심경섭은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는 뜻으로 이번 시즌 남은 경기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외에도 여자 배구 GS칼텍스의 D 선수에 대한 학폭 의혹도 불거진 상황입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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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사과에도 논란이 더 뜨거워지는 이유는 바로 ‘배려’ 때문입니다. 배려라는 이 좋은 단어의 혜택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받는 것이 문제인데요.

‘미스트롯2’에 고스란히 공개된 진달래가 하차 장면이 이에 해당하죠. ‘진달래 눈물의 하차’, ‘자진 하차’라는 자막을 넣으면서 마치 진달래가 억울하게 하차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이에 네티즌들은 ‘미스트롯2’ 공식 홈페이지에 “제작진 제정신인가요?”, “피해자 코스프레다”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죠.

이재영, 이다영 자매에게도 쏟아진 이 ‘배려’에 또 다른 피해자가 아픈 과거를 꺼냈습니다. 피해자 E 씨는 중학교 시절 이들에게 당한 괴롭힘으로 옆 산을 통해 도망가기까지 했다고 밝혔는데요. 그러면서 두 자매의 소속팀 흥국생명 관계자가 “처벌보다는 선수 보호가 먼저다”라고 말한 것을 언급했습니다. E 씨는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황? 누군가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부정적인 생각들을 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라며 질타했죠.

협회와 소속팀의 안일한 태도가 문제가 되자 뒤늦게 대한배구협회는 16일 학교 폭력 연루자에 관해 최고 영구 징계를 내릴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신인 선수들은 드래프트 시 해당 학교장 확인을 받은 학교폭력 관련 서약서를 제출해야 하는데요. 해당 내용이 허위로 확인될 경우 선수에게는 영구제명, 해당 학교는 학교 지원금 회수 등 관련 조치가 취해집니다.

하지만 이미 가해 사실이 알려진 선수들에겐 관련 규정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즉 앞서 지목된 가해 선수들은 제외입니다.

겹겹이 감추고 싶었지만, 감출 수 없었던 학교 폭력의 트라우마. 용기 내 사실을 밝혀도 가해자들의 튼튼한 테두리가 또다시 피해자들에게 눈물의 화살로 돌아가는 셈인데요. 어둠 속에 꼭꼭 숨어있는 그들이 ‘피해자’인 현실이 당연하지 않기를…그들의 용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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