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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창근 칼럼] 좀비 된 부동산 대책, 25번째도 글쎄다

입력 2021-01-18 18:13

주필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재건축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5668만여 원으로 책정됐다. 주변 시세보다는 낮지만, 5000만 원 넘는 분양가는 처음 나온 사상 최고가다. 지금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 분양보증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평당 4892만 원을 제시했는데 오히려 776만 원(16%) 높아졌다.

정부는 작년 7월 분상제를 도입하면서 분양가가 HUG 산정가격보다 10%는 낮아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헛말이 됐다. 분상제에서 분양가는 택지비(땅값) 감정액에 건축비, 가산비를 더해 계산된다. 택지비 비중이 가장 크다. 정부가 집값 잡겠다며 비싼 집의 공시지가를 대폭 올린 게 결정적 요인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서초구 공시지가는 12.6% 상승했다. 분양가도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고, 정부는 제 발등 찍은 꼴이 됐다. 청약을 기다린 수요자들은 “속았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나고 있다. 세입자를 보호한다며 2년 더 살게 하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인상을 5%로 묶는 전월세가격상한제를 작년 7월 말 도입했다. 전세매물 감소와 가격 폭등에 대한 시장의 경고가 많았지만, 정부·여당이 밀어붙였다.

전셋집 구하는 사람은 많은데 매물은 씨가 말랐고 가격도 치솟았다. KB국민은행 조사에서 지난해 하반기 서울 전셋값은 10.8% 올랐다. 1986년 이래 최고 상승률이다. 8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줄었다. 집주인이 직접 살겠다는 엄포에 법정한도를 훨씬 웃도는 보증금을 주거나, 이면계약의 편법거래, 임대·임차인 간 분쟁도 속출한다. 무주택자의 주거만 더욱 불안해졌다.

#올해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가 최대 3배로 늘고, 양도세도 최고세율이 75%로 높아진다. 정부는 2017년 8월 다주택 임대사업자에게 다양한 세제·금융 인센티브를 주었다. 이들은 임대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주택 공급자다. 그러나 갑자기 투기꾼으로 내몰려 혜택은 없어지고 세금폭탄을 맞게 됐다. 현재 2주택자 이상은 228만 명이다. 세금 부담을 못 이긴 이들이 매물을 쏟아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노림수다. 하지만 집값은 계속 올라 다주택자들이 안 팔고 버티거나, 자식에 대한 증여를 선택한다. 작년 1∼11월 전국 주택 증여는 13만4000여 건으로 2019년 연간보다 20% 이상 늘어 사상 최대였고 올해도 급증할 전망이다. 매물만 더 잠기고 있다.

이 정부는 지난 3년 반 동안 24차례의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시장을 엉망으로 만들고 집값·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악순환을 불러온 실패는 손꼽을 수 없이 많다. 내내 투기가 집값 올린다는 착각과 싸우면서 시장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헛발질 정책만 쏟아낸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움직이는 가격, 더 나은 내 집에 살고 싶은 수요자들의 욕구, 원하는 곳에 살 만한 집이 부족한 시장의 본질적 문제를 무시했다. “공급은 충분하다.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다”라며, 거래와 개발 규제로 수요를 억누르고 세금폭탄을 퍼부어 집값을 잡겠다는 엉터리 발상의 결과다. 남은 건 미친 집값에 ‘부동산 블루’(우울증)의 심각한 사회병리 구조다.

정책이 기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를 되풀이하면, 어떤 정책 신호에도 시장이 반응하지 않게 된다. ‘좀비(zombie) 현상’이다. 대뇌신경계가 망가진 좀비는 비이성적 존재다. 좀비화한 정책은 합리와 상식을 거슬러 제멋대로이고, 시장은 스스로의 방어 본능에 따라 거꾸로 움직인다.

지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시장 신뢰는 1도 없다. 결국 “주머니 속 대책이 많다.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 반드시 집값 떨어뜨리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이제야 혁신적 공급방안을 말한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설 이전에 대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다양한 방법으로 서울에 충분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며 “집 걱정 없어질 것”이라고 호언장담한다.

글쎄다. 이런저런 방도들이 제시되지만 시장은 벌써 냉소적이고, 정부의 자신감 자체가 불안하다. 실패에 대한 반성은 보이지 않으면서, 끝까지 시장과 싸워 이기겠다는 고집이 여전하다. 민간재건축 억제, 집 사고 팔고 보유하는 데 대한 금융규제와 세금폭탄, 개발이익 환수 등 엇나간 정책방향이 바뀔 것이란 기대도 없다. 쓸 만한 대책이라 해도 실제 공급은 한참 뒤의 일인데 정부의 남은 임기는 겨우 1년 남짓이다. 완전히 신뢰 잃은 정부가 또 시장을 들쑤셔 25번째 실패라는 불명예의 기록을 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kunny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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