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돈의 미래-1] ② 아직도 목 마르다...세력화한 글로벌 개미군단의 진격 어디까지

입력 2020-12-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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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하듯 거래 즐기는 개미떼들…시장에 활기·광기 동시 제공
동학개미·로빈후더·닌자개미 등 개인투자자들, 올해 막강한 영향력
미국증시서 개미 비중 20% 달해

개인 투자자를 일컫는 ‘개미’는 그동안 주식시장에서 말 그대로 개미만큼이나 힘없고 영향력 없는 존재로 간주됐다. 그러나 2020년에는 이 개미 떼들이 ‘혼자는 약할지라도 뭉치면 강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줬다. 올해 글로벌 증시 랠리를 이끈 일등 공신은 단연 글로벌 개미 군단이었다. 동학개미(한국), 로빈후더(미국), 청년 부추(중국), 닌자 개미(일본)에 이르기까지 각국 개인투자자들은 세계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구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펼쳤다.

세력화한 개미군단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준 시장은 바로 세계 1위 경제 대국인 미국 증시였다. 일명 ‘로빈후더(로빈후드 주식거래 앱을 사용하는 투자자)’라 불리는 미국의 개미 투자자들은 올해 상반기 전체 미국 증시에서 약 5분의 1의 비중을 차지하면서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상반기 미국 주식시장에서 발생한 총거래량 가운데 19.5%를 차지하면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봉쇄조치로 집에 갇힌 사람들과 전례 없이 확대된 유동성, 무료 온라인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의 등장 등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미국 증시 주도권이 기존 기관투자자들에서 개미투자자들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똘똘 뭉친 개미 군단은 미국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코로나19 경제 쇼크에도 불구하고 증시의 ‘V자 반등’을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다만 이들의 투자 성향은 전통적인 투자 기법과는 사뭇 달랐다. 기존 투자자들이 정확한 기업분석과 업황 분석에 기반을 둔 가치판단을 통해 주식을 매수했다면, 개인투자자들은 때때로 느낌에 충실한 ‘감성 투자’나 겁 없는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투자)’ 행보를 보였다. 갤럭시디지털의 마이클 노보그라츠 대표는 최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화상회의 앱 줌과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 인공고기 업체 비욘드미트라면 묻고 따질 새 없이 거래에 나선다”면서 “기술주가 매일 신고점에 도달하고는 있지만, 지금은 비합리적 충동이 만든 거품이며 전형적인 투기로 보인다”고 경종을 울렸다.

월가의 오랜 격언인 “창구에서 주식 주문을 낼 때는 손이 떨려야 한다”는 말이 잘 보여주듯 기존 투자자들이 신중한 투자에 집중했다면, 근래 개미들은 마치 게임처럼 주식 투자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이에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돈을 걸 스포츠 경기가 열리지 않자 하루에 같은 주식을 여러 차례 사고파는 초단타 매매 ‘데이트레이딩’이 유일한 게임으로 자리 잡게 됐다고 풀이하기도 했다. 한 번도 주식 투자를 해 본 적이 없었던 로빈후드의 한 고객이 6개월 만에 약 1만2700건의 주식 거래를 했다는 사례는 이러한 성향을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블룸버그는 이들 개미가 코로나19로 침체했던 올해 글로벌 증시에 활기와 광기를 동시에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뉴욕증시는 지난 3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에 약세장에 공식 진입하며 11년 강세장에 종지부를 찍는 듯했지만, 불과 193거래일 만에 신고점을 찍는 전대미문의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최근 전염력이 더 커진 변종 바이러스와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로 불안감이 끊이지 않지만, 이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글로벌 증시 랠리는 멈추지 않고 있다.

개미 군단이 떠받치는 비정상적인 랠리는 시장에 호재이지만, 의구심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트릴 정도로 기세가 거세지만, 투자 경험이 미숙한 투자자들이 게임을 즐기듯 거래를 하고 있어 시장의 최대 불확실성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

대표적인 예가 파산보호를 신청하고서도 계속 주가가 급등한 미국 2위 렌터카 업체 허츠글로벌홀딩스다. 허츠는 지난 5월 말 파산보호 신청 이후 주가가 2배 이상 폭등하는 기현상을 연출했는데, 그 배경에는 로빈후더들이 있었다. 이들은 단기 차익을 낼 수 있다는 근거 없는 믿음에 허츠 주식을 마구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이들 개미군단이 글로벌 증시를 전전하면서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헤맬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시장의 앞날을 예견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당분간은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각국 중앙은행의 초저금리 정책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데다가,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는 경제 회복을 위해 대규모 재정 정책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백신 보급의 본격화, 미국 시중은행의 자사주 매입 재개도 새해 증시에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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