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준섭의 중국 경제인열전] 세계적 경제 대제국을 이룬 송나라 인종(仁宗)

입력 2020-12-2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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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이 즐거우면 백성은 적막해진다”

송나라 시대의 어느 늦은 밤, 굉장히 떠들썩한 음악소리가 궁궐까지 들려오자 황제 인종(仁宗·1010~1063)은 무슨 일인지 궁금하여 곁에 있던 궁인에게 물었다.

“대체 어디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냐?”

그러자 궁인이 답했다.

“가까이 있는 민간의 주루(酒樓)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폐하, 들어보십시오. 바깥 민간 세상은 이곳 궁중의 적막함과 달리 이토록 즐겁사옵니다.”

이에 인종이 답했다.

“너희는 아느냐? 궁중이 적막하기 때문에 바깥 백성들이 이토록 즐거울 수 있는 것이다. 만약 궁중이 바깥처럼 즐겁다면 백성들이 곧 적막할 수밖에 없다.”

‘판관 포청천’ 가능하게 한 ‘어진 인종’

송나라 인종은 재위 기간이 42년(1022~1063)으로 북송과 남송 시대를 통틀어서 가장 오래 황제의 자리에 있었다. 중국 역사상 인종 이전에 시호에 ‘어질 인(仁)’ 자가 붙여졌던 황제는 없었다. 그럴 정도로 인종은 그야말로 ‘인(仁)’으로써 치국(治國)을 행한 군주로 역사적 평가가 내려진 황제라 할 수 있다.

인종은 평생 검소한 생활을 했다. 연회를 열 때마다 항상 같은 옷을 빨아서 다시 입고 나왔다. 청백리의 상징으로 유명한 감찰어사 포증(包拯), 포청천(包靑天)이 인종을 바로 면전에서 비판할 때면 심지어 황제의 얼굴에까지 침이 튀는 ‘무례하고 무도한’ 일도 많았다. 그렇지만 인종은 전혀 불평을 말하지 않았다. 포청천이 이토록 두려움 없이 정책을 수행하고 직언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인종이라는 어질고 관후한 황제가 존재하여 그 뒤를 세심하게 돌봐줬기 때문이었다.

또 그는 치세 기간에 왕안석(王安石)을 기용하여 개혁을 추진했다. 그 외에도 범중엄(范仲淹)과 소동파(蘇東坡)를 비롯하여 소순(蘇洵), 부필(富弼), 심괄(沈括), 구양수(歐陽脩), 사마광(司馬光) 등 많은 명신(名臣)과 명상(名相)들이 줄을 이었다. 다른 왕조의 처음과 끝까지 모든 시기를 합한다고 할지라도 송나라 인종이라는 한 명의 황제시대에 배출된 명신과 명상의 숫자를 도무지 따를 수 없을 정도였다.

농업사회에서 상업사회로 진입 이끌어

인종의 치세 기간에 이렇게 정치가 안정되자 상업과 해상무역을 비롯한 경제는 중국 역사상 가장 번영했다고 평가되는 전성기를 구가했다. 역사가들은 이 시기를 가리켜 ‘인종성치(仁宗盛治)’라 칭했다. 활자 인쇄술과 나침반도 인종 시대에 발명되었다. 중국 최초의, 당연히 세계 최초의 지폐인 ‘관교자(官交子)’도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송나라 인종 때 농업세와 상업세의 비율은 3대 7이었는데, 이는 중국의 어떤 역대 왕조도 도달하지 못했던 수준이었다. 이 시기 중국은 농업사회에서 상업사회로 분명하게 진입하였다. 이 무렵 송나라는 가히 세계적 대제국(大帝國)이었다. “당시 송나라의 생산량이 무려 전 세계의 80%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추정도 그리 큰 무리는 아니다. 이렇게 나라의 경제가 융성했지만, 인종은 세금을 크게 줄이고 군대도 정예화, 간소화해 백성들의 부담을 크게 감소시킴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마음 놓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당연히 백성들의 칭송이 자자했다.

비록 그의 치세 기간에 군사적으로 서하(西夏)와 요(遼)나라에 연전연패하고 수세에 몰렸지만, 풍부한 경제력과 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평화로운 태평성대를 장기적으로 구가할 수 있었다. 문화 또한 크게 진작되어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 한유, 유종원, 소식, 소순, 소철, 구양수, 왕안석, 증공 등 중국 역사에서도 특별하게 빛나는, 당나라와 송나라 시대에 활약한 여덟 명의 대문호) 중 당나라 때의 한유와 유종원을 제외한 나머지 대가들이 모두 인종 시기에 활약하였다.

▲중국 역사상 송나라 인종 이전의 어느 황제에게도 시호에 ‘어질 인(仁)’ 자가 붙여졌던 이는 없었다. 그럴 정도로 인종은 ‘인’으로써 치국(治國)을 행한 군주로, 농업국가였던 중국을 상업국가로 진입시켜 당대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을 만들었다.  사진출처 위키백과
▲중국 역사상 송나라 인종 이전의 어느 황제에게도 시호에 ‘어질 인(仁)’ 자가 붙여졌던 이는 없었다. 그럴 정도로 인종은 ‘인’으로써 치국(治國)을 행한 군주로, 농업국가였던 중국을 상업국가로 진입시켜 당대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을 만들었다. 사진출처 위키백과

잦은 인사·과단성 부족 비판도

이러한 인종에 대하여 모든 역사가들이 칭찬만 한 것은 아니었다. 훗날 명말청초(明末靑初)의 저명한 사상가이자 정치평론가이기도 한 왕부지(王夫之)는 인종의 과단성 부족을 비판하였다.

“어떤 관리에 대해 말이 나오면 곧 바꾸고 서로 다투면 양측을 모두 바꾸어 재위 기간 중 양부(兩府)에서 모두 40여 명이 바뀌었다. 비록 현명한 인물이 많았지만 안정적으로 직위에 있을 수 없어 그 능력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이렇듯 사람이 계속 바뀌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바람에 모든 일이 조령모개(朝令暮改)식으로 진행되어 아랫사람들은 믿고 따를 수가 없었고, 결국 어느 하나도 이뤄지지 못했다.”

인종의 이러한 약점조차도 그의 어질고 신중한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고려 정벌 반대한 이유

하루는 고려에 사신으로 다녀온 신하가 고려가 갈수록 공물을 적게 바친다면서 고려를 정벌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인종은 “그것은 단지 고려 국군(國君)의 죄일 뿐이다. 만약 공격을 한다 해도 반드시 그 국군을 벌할 수 없고, 반대로 무고한 많은 백성들만 죽게 된다”라면서 끝내 출병하지 않았다. 자기 나라 백성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백성을 세심하게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이 정도였다.

인종이 세상을 떠나자 모든 백성이 마치 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신 듯 슬퍼하고 비통해 했다. ‘송사(宋史)’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황제를 사모하여 경향 각지에서 백성들이 시장 문을 닫고 통곡을 했다. 심지어 거지와 어린애들까지 지폐를 태우면서 그 연기가 하늘을 가려 며칠 동안 태양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적국 요나라서도 ‘조종’으로 섬겨

인종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이웃나라이자 숙적이었던 요나라 황제도 송나라 사신의 손을 부여잡고 통곡하며 다짐하였다.

“내 42년 동안 전쟁이란 것을 도무지 알지 못했도다! 황제를 위해 의관묘를 모셔 애도하도록 하겠노라!”

이후 요나라 황제들은 인종의 화상(畵像)을 모시면서 자기 나라의 조상, 즉 조종(祖宗)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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