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모두가 평균 이상일 수는 없다

입력 2020-12-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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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남성과 여성은 모두 평균보다 잘생겼고 모든 아이의 키는 평균 이상입니다.” 1970년 방영된 미국의 라디오 드라마에서 가상의 마을 ‘위비곤 호수’를 묘사한 문구다. 평균이란 자료 전체의 합을 개수로 나눈 값이므로 평균보다 높은 것이 있으면 낮은 것도 있기 마련이다. 모두가 절대 평균 이상일 수는 없다. 그런데도 모두가 평균 이상인 이상한 마을, 위비곤 호수는 대다수가 자신을 평균보다 높다고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생각보다 위비곤 호수에 사는 스타트업이 많다. ‘남들보다 차별화되고 혁신적인 사업 아이템’이라는 포부로 창업에 뛰어든 이들이다. 창업 기업 수는 매년 늘고 있다. 2013년 7만5574개에서 지난해 10만8874개로 연평균 6.3%를 기록하며 급성장 중이다.

그러나 현실 세계는 냉혹하다. 국내 스타트업의 5년 차 생존율은 29.2%에 불과하다. 유사업종 과잉 공급과 부족한 창업 준비, 경쟁력 약화 등이 주된 이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생존율(41.7%)보다도 현저히 낮다. 프랑스 48.2%, 영국 43.6%, 이탈리아 41.8%, 스페인 39.7% 등 선진국은 우리를 훨씬 웃돈다.

무분별한 창업 배경에는 정부의 퍼주기식 정책이 한몫한다. 어제는 AI, 오늘은 바이오, 내일은 반도체 등 주제만 바꿔 스타트업에 지원하는 금액이 연 1조 원을 넘는다. 그러나 지원받는 스타트업 10곳 중 7곳이 5년 만에 문을 닫으면서 정책 자금도 허공으로 사라진다. 초기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엑셀러레이터가 300개를 넘었다고 자축하지만, 투자 실적이 미미한 곳도 많다.

한 벤처투자사 대표는 “지금은 역사상 창업하기 가장 좋은 환경인데 정부가 창업을 일종의 노동문제, 즉 일자리 문제 해결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다양한 지원을 쏟고 있다”며 “버블이라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실제로 조짐도 보이고 있는데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애플과 구글 등 성공한 글로벌 대기업은 민간 벤처캐피털의 검증을 받아 투자를 받았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직접 예산을 배정하고, 모태펀드를 운용하고, 중점 육성 기업을 고른다. 목표 숫자를 맞추기 위한, 고용 인구수를 늘리기 위한, 예산안을 채우기 위한 지원은 재고해야 한다. 평균 이하인 곳은 과감히 잘라내고 이상인 곳은 키우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혁신과 도전의 분위기가 가득한 미래는 분명히 밝다. 경제 신동력을 키우고 IT처럼 산업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혁신’의 개념부터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모두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회를 악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 지나친 지원은 허황된 위비곤 호수를 만들어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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