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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영의 과학 놀이터] 신발가게에 엑스레이가 있었다고?

입력 2020-11-26 18:32 수정 2020-11-28 09:01

과학 칼럼니스트

이때가 오길 기다렸다는 듯 다시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19 탓에 맘껏 ‘가을 타기’도 쉽지 않은 요즘이다. 그래도 퇴색하고 메마른 나뭇잎들이 바람 한 자락에 ‘촤르르’ 소리를 내며 심하게 흔들리는 걸 보면, 새삼 생각이 많아지고 어깨에 근근이 도달한 햇살의 노쇠함에 순간 울컥하기도 한다. 굳이 이런 개인적 경험을 예로 들지 않아도 가을이나 겨울에는 기분이 처지기 쉬운데, 이게 일조량 감소와 관계가 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햇살처럼 우리의 감정 세포를 움직이는 건 아니지만, 우리 몸 안을 속속들이 휘젓고 다니면서 ‘내면’을 여과없이 드러내주는 빛이 있다.엑스레이(X-rays)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11월 8일은 이 엑스레이가 발견된 지 125년 된 날이었다. X선을 최초로 발견한 이는 독일의 물리학자 뢴트겐(Wilheim Conrad R?ntgen, 1845~1923)이다. 1895년 뷔르츠부르크대학 교수였던 뢴트겐은 음극선에 대한 실험을 하던 중, 음극선이 나올 수 없도록 진공관이 완벽하게 밀봉된 상황이었음에도 진공관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던 곳에 놓여있던 형광물질이 밝게 빛나는 현상을 발견한다. 뢴트겐은 음극선이 공기 중에서 겨우 3㎝ 정도밖에 이동하지 못하는 사실에 근거해 수 m나 떨어진 책상 위에 놓인 백금-시안화바륨(barium platinocyanide) 종이를 감광시킨 건 음극선이 아닌 다른 종류의 빛임을 직감하고, 이를 알 수 없는 선이라는 뜻에서 ‘X-ray’라고 명명했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던 전자가 금속 원자와의 충돌로 그 속도가 급속히 줄어들거나 정지하게 되면 전자가 갖고 있던 운동 에너지의 일부가 매우 짧은 파장을 가진 파동의 형태로 방출되는데, 뢴트겐이 이걸 포착한 거다.

이 미지의 빛을 기록할 방법을 고민하던 뢴트겐은 크리스마스 사흘 전인 그해 12월 22일 아내인 안나(Anna Bertha Ludwig)를 실험실로 불러 음극선관에서 나오는 미지의 빛으로 안나의 손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그는 손뼈와 손가락 반지가 선명하게 나타나는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한다. 이 사진 속에서 뼈와 반지는 검정색으로 그 외의 부분은 하얗게 보이는데, 이는 X선의 투과 정도가 몸의 구성 물질마다 달라,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들 물질의 밀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뼈처럼 밀도가 낮으면 X선을 거의 통과시키지 않아 빛이 도달하지 못하므로 검게, 근육이나 피부처럼 밀도가 높으면 X선을 대체로 다 통과시키며 밝게 나타난다. 뢴트겐 때와 달리 요즘 엑스레이 장치는 투과가 많이 되면 어둡게, 안되면 밝게 나오도록 반전시킨 사진을 찍어낸다. 그래서 손 사진을 찍으면 뼈 부분은 희게, 부드러운 조직과 물은 회색으로, 그리고 공기는 검정색으로 보인다. 그리고 부러진 뼈의 경우 그 부분으로 엑스레이가 통과해서 회색선이 나타나게 된다.

X선은 발견되고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몸속을 찍는 사진기로서 의학 분야에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엑스레이 찍기가 1920년대부터 70년대 초반까지 일종의 취미 활동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신발 가게마다 일명 ‘신발 형광경(Schuh-Fluoroskope)’이라 불리는 이동식 엑스레이 장비가 구비되어 있었고, 이는 주로 새 신발이 잘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이들 발 사진을 찍는 데 사용되었다. 이후 과도한 양의 방사선이 치명적인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차츰 사라지게 되지만, 이 장비로 촬영 때 받는 방사선량이 현대의 엑스레이 장치에 비해 20배 이상 많았다고 하니 참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X선의 발견으로 의학에서뿐 아니라 20세기 초반의 물리학에서도 새로운 도약이 시작됐다. 특히 원자핵 물리학은 X선의 발견과 함께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의 과학자 베크렐(Antoine Henri Becquerel, 1852-1908)이 우라늄으로부터 나오는 방사선을 발견함으로써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그의 제자 마리 퀴리(Maria Skłodowska-Curie, 1867-1934)는 방사선 및 방사능에 대한 연구를 더욱 발전시켰다. 또한 영국의 물리학자 톰슨(Joseph John Thomson, 1856-1940)은 음극선이 ‘음의 전기를 띤 입자 즉, 전자의 흐름’임을 입증했다. 전자(electron)의 존재는 원자가 내부구조를 가진다는 걸 의미했고,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proton)와 중성자(neutron)가 차례로 러더포드(Ernest Rutherford, 1871-1937)와 채드윅(James Chadwick, 1891-1974)에 의해 발견되면서 핵 물리학은 안정적 궤도에 오르게 된다.

X선의 발견은 그 자체로도 매우 의미 있는 사건이지만, 의학의 관행을 바꿨고 고전에서 현대 물리로 가는 진입로에서도 큰 역할을 했으며 그외 여타 분야의 발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X선의 발견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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